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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염(念, sati)을 정진하라”

기자명 김정빈

삼십칠조도 핵심은 염과 정진

대승불교는 초기불교와 부파불교를 구별하지 않고 싸잡아 소승불교로 폄하한다. 그런 폄하에는 정당한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긴 하지만 초기불교(부파불교)에도 강점은 있다. 따라서 미래불교는 초기불교와 대승불교를 훌륭한 점만으로 잘 융합해야 한다.

삼십칠조도는 초기수행 통칭
염 정진해야 깨달음 성취해
부처님 입멸 직전 강조하신
정진은 염을 정진하라는 의미

그 점과 관련하여 필자는 이미 대승불교의 육바라밀과 초기불교의 팔정도가 유사한 수행법이며, 팔정도가 더 우수한 체계로 되어 있음을 논한 바 있다. 따라서 팔정도를 중심으로 초기불교와 대승불교의 수행법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초기불교는 수행법으로써 사념처·사정진·사여의족·오근·오력·칠각지·팔정도 등 일곱 가지를 제안하는데, 이 수행법을 모두 합치면 서른일곱 가지가 되므로 삼십칠조도(三十七助道)라고도 불린다.

먼저, 사념처(四念處)는 팔정도의 일곱번째 수행법인 정념 중 위빠사나 수행법이다. 정념(正念, samma-sati)은 사마타념(samatha-sati, 止)과 위빠사나념(vipassana-sati, 觀)으로 나뉘는데, 이중 위빠사나념은 몸(身)·느낌(受)·마음(心)·법(法) 등 네 대상을 알아차리는 수행법이기 때문에 사념처라고 불리는 것이다.

사정근(四正勤)이라고도 불리는 사정진(四精進)은 초기불교에서는 이미 일어난 악을 없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악은 일어나지 않게 함, 아직 일어나지 않은 착한 일을 일어나게 함, 이미 일어난 착한 일을 보호·유지·발전시키는 것이고, 대승불교에서는 이(理)와 사(事) 양면에서 순일무잡한 마음으로(精) 용맹무쌍하게 나아가는(進) 것을 의미한다. 사정진은 팔정도에서 여섯 번째 덕목인 정정진으로 수렴되어 있다.

사신족(四神足)이라고도 불리는 사여의족(四如意足)은 욕(欲)여의족, 정진여의족, 심(心)여의족, 사유(思惟)여의족으로 짜여져 있다. 이들 여의족은 어떤 덕목을 뜻하는 바대로(如意) 할 수 있다는 의미로서, 수행법(도성제)이라기보다는 수행법의 결과로써 얻어지는 것(멸성제)이라는 면이 강하다. 이 때문에 경전에서 사여의족에 대한 언급은 일곱 가지 수행법을 묶어서 삼십칠조도로 언급할 때를 제외하곤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한 걸음 물러서서 이들 덕목을 수행법으로 본다고 해도, 초기불교의 이 수행법 중 욕여의족은 대승불교가 강조하는 십바라밀의 원(願)바라밀과 통한다고 볼 수 있는 점이 있고, 정진여의족은 뒤에 나오는 사정진과 겹치는 덕목이며, 심여의족과 사유여의족은 팔정도의 정사(正思)와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 이상의 검토를 바탕으로 필자는 미래불교를 구상함에 있어서 우리는 팔정도를 기반으로 수행법을 구축하되 팔정도에는 없는 원바라밀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오근(五根)과 오력(五力)은 신(信)·정진·염(念)·정(定)·혜(慧) 등 다섯 덕목에 바탕을 의미하는 근(根)과 힘을 의미하는 력(力)이라는 말을 붙인 것이기 때문에 두 수행법은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 다섯 덕목 중에서 신을 제외한 다른 네 가지는 팔정도에 있다. 따라서 필자는 팔정도에 신의 덕목을 추가할 필요성을 느낀다.

칠각지(七覺支)는 염(念)각지, 택법(擇法)각지, 정진각지, 희(喜)각지, 정(定)각지, 평등(平等)각지를 말하는데, 이 일곱 가지 덕목 중 염각지는 팔정도의 정념에, 택법 각지는 정사에, 정각지는 정정에 해당되고, 수행을 함으로써 얻어지는 환희심을 의미하는 희각지는 팔정도의 정정에 편입할 수 있으며, 역시 수행을 통해 얻어지는 평등심을 의미하는 평등각지는 정각지로도 볼 수 있고, 깨달음을 성취함으로써 누리게 되는 해탈심을 의미할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 평등각지는 도성제(수행법)가 아니라 멸성제(깨달음·해탈·열반)에 해당된다.

삼십칠조도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덕목은 정진과 염이다. 정진이 아홉 번, 염이 여덟 번, 이 둘을 합치면 열일곱 번이고, 이는 삼십칠조도의 거의 절반에 해당되는 것이다. 즉, 염을 정진한 결과가 정정이며, 정정에서 깨달음이 성취되는 것이 불교의 수행법 체계이다. 부처님께서 입멸 직전에 남기신 마지막 말씀인 “정진하라”는 ‘염을 정진하라’는 의미였던 것이다.

김정빈 소설가 jeongbin22@hanmail.net

 [1363호 / 2016년 10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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