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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불서 읽기 및 선물하기

주변에 불서 선물이 곧 행복 나누는 일

 
진주 보광사의 오전 기도시간은 특별하다. 신도들이 주지스님과 함께 법당에서 기도하고 절하는 모습이야 흔하지만 색다른 풍경은 기도가 끝난 뒤 펼쳐진다. 주지 지현 스님이 매일 신도들에게 20분씩 불서를 읽어주는 것이다.

불자 61%, 불서 안 읽어
신심약화·기복확산 원인
한권의 불서는 삶의 위안
불서 나누기에 동참해야

지현 스님이 불서를 읽어주기 시작한 것은 주지 소임을 처음 맡은 2년 전부터다. 불서에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훌륭한 스님들의 법문, 그리고 불자들이 모델로 삼기에 충분한 사람들의 얘기가 담겨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스님은 불교에 조예가 깊은 작가와 출판인들의 도움으로 매월 ‘이달의 추천불서’를 선정했다. 그리고 해당 책을 100권씩 구입해 기도 입재하는 불자들에게 보시했다. 스님이 직접 책을 읽어주는 건 불자들에게 나눠줘도 잘 읽지 않아서다. 그러나 꼬박꼬박 챙겨서 읽어주다보면 책의 재미를 알게 돼 불자들이 자발적으로 읽게 된다는 것. 스님은 불자들에게 힘든 처지에 놓인 사람이 있다면 위로와 더불어 불서를 보시할 것을 적극 권유한다. 최근 조계종 신행수기 수상작을 엮은 ‘믿는 마음’(모과나무)을 읽어주고 있다는 지현 스님은 “우리 불교계에서 가장 바뀌어야할 것 중 하나가 불서를 읽지 않는 풍토”라며 “불자들이 다양한 불서를 읽고 서로 나누면 불교계가 크게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현 스님의 지적처럼 불자들의 독서량은 크게 떨어진다. 고산문화재단의 ‘2014년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평소 종교관련 서적을 얼마나 자주 읽느냐?’는 질문에 ‘읽지 않거나 전혀 읽지 않는다’고 답한 불자가 61.3%로 가장 높았다. 10명 중 6명의 불자가 아예 불서를 읽지 않는 것이다. 반면 책을 읽지 않는 개신교인은 29.3%에 불과해 불자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펴낸 ‘한국인의 종교’에서도 종교서적을 전혀 읽지 않는 불자가 48%로 단연 높았으며, 천주교인 30%, 개신교인 16%로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불자들의 불서 외면 현상은 개인의 취향쯤으로 간주할 사안이 아니다. 불자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한국불교가 사회에 기여하기보다는 기복불교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음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또 불서의 외면이 가속화되면서 불교 전문작가의 양성이 어렵고 불교출판사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불서의 빈곤 현상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10월19일 세상을 떠난 실상화 윤용숙 보살도 책을 통해 불교를 변화시키려 했던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좋은 책이 있으면 구입해 불자들에게 늘 보시해왔다. 지난 7월에는 ‘도표로 읽는 불교입문’(민족사) 1400권을 구입해 파라미타 청소년 전국연합캠프에 참여한 1200여명의 아이들에게 선물했으며, 200권은 그 책을 필요로 하는 사찰에 보시했다. 항상 손에서 불서를 놓지 않았던 실상화 보살은 지난 수십 년간 매년 수백에서 수천 권의 책을 구입해 널리 보시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사기순 민족사 주간은 “실상화 보살님은 불서에는 우리 불교계를 바꾸어나갈 힘과 비전이 담겨있다고 보았다”며 “그 분의 꾸준한 불서사랑과 보시 덕에 많은 불교출판인과 저자들이 큰 용기를 얻고 사명감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미술평론가인 조정육씨도 주변 사람들에게 꾸준히 불서를 보시한다. 좋은 불서를 선물하면서 ‘이 책이 좋다면 다른 누군가에도 꼭 보시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힘겨운 시절 불서에서 삶의 위안을 찾았던 그는 한 권의 불서가 누군가를 고통에서 건져 올릴 수 있는 든든한 동아줄이 될 수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조정육 평론가는 “날마다 밥을 먹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듯 매일 불서를 읽어야 신심이 견고해지고 안목도 깊어진다”며 “불서를 나누는 일이 곧 큰 공덕을 쌓는 법보시이며 우리 모두 행복해지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64호 / 2016년 10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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