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행수기로 풀어냈던 지극한 신심 덕숭총림을 가득 채우다

제3회 신행수기 공모 당선자 템플스테이

▲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1~3회 신행수기 공모 당선자들. 부처님 가피로 역경을 이겨낸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신행수기 공모 당선집 ‘믿는 마음’을 읽고 짐작건대, 신행 가운데 고난을 극복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렇게 다시 세상에 용기 있는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여러 불교설화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쓰신 신행수기도 절집 안에 있는 수많은 설화 중의 하나가 되리라 믿습니다.”(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설정 스님)

10월15~16일 예산 수덕사서
1~3회 수기당선자 12명 참가

이야기 나누며 공감대 형성
경내 돌며 가을 산사도 만끽
손수 준비한 선물 나누기도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가 주최하고 법보신문과 불교방송이 공동주관했던 ‘제3회 신행수기 공모’ 주인공들의 법향이 한국불교 선지종찰 덕숭총림 예산 수덕사에 가득 퍼졌다. 덕숭산의 관세음보살도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을까? 삶에 찾아온 고통을 정진으로 극복하고 여문 장한 신심이 가을 단풍처럼 곱게 물들었다. 그 이야기는 덕숭산과 수덕사 깊은 곳까지 찾아온 가을처럼 속 깊었다. 10월15~16일 수덕사에서 진행됐던 ‘조계종 신행수기 당선자 템플스테이’에서 12명의 참가자는 자신의 고통스러웠던 마음을 비워냈다. 비로소 서로를 비추는 마음거울이 됐다. 신행수기로 맺어진 인연이 도반으로 거듭난 순간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온 당선자들이 수덕사 품에 잠시 둥지 틀었다. 3회 당선자 6명 외에도 1, 2회 당선자들도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부처님 만나 절망과 고난을 극복하고 가피를 체험한 자신의 인생을 고백한 12명의 사람이 한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맑은 기운이 넘실대는 듯했다. 그 기운이 덕숭산 자락 정혜사까지 닿았을까. 참가자들은 수덕사에 도착하자마자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설정 스님을 친견할 수 있었다. 스님이 직접 심연당까지 나와 참가자들을 맞이해 주신 것. 참가자들은 설정 스님께 예를 다해 삼배를 올리며 법을 청했다.

▲ 수덕사 방장 설정 스님은 심연당에서 참가자들을 환영해 주시고 참가자들을 위한 법을 설해주셨다.
“결실의 계절, 이 좋은 계절에 수덕사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신행수기 공모에 당선돼 오늘 오신 분들은 참으로 소중한 인연입니다. 산천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 바위, 단풍 들어가는 나무, 파란 솔잎들에 무한한 부처님의 언어와 몸짓이 깃들어 있습니다. 글로 되지 않은 책들이지요. 여러분은 그렇게 글로 되지 않는 책을 읽는 안목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떻습니까? 수덕사에 오시는 길에 책들은 좀 보셨습니까?”

▲ 참가자들은 덕숭산을 오르며 절이 품은 긴 역사에 감탄했다.

부드러운 일갈이었다. 밖을 향해 있던 시선이 이내 마음으로 돌아왔다. 글로 되지 않은 책들은 마음으로 읽을 수밖에 없다. 그제야 앞에 놓여있는 찻상의 꽃이 눈에 들어왔다. 참가자들을 정성으로 맞이하는 수덕사 대중의 마음이었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는 “시련 속에서도 신심으로 고난을 극복한 여러분과 함께 1박2일을 지낼 수 있어 기쁘다”며 “오늘의 템플스테이는 수덕사 주지 정묵 스님의 배려로 마련됐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차담 후 설정 스님은 참가자 전원에게 스님의 책과 염주 팔찌를 나눠주며 남은 시간 마음 독서 잘 하라며 격려했다.

법문을 듣고 환희심으로 가득 찬 참가자들은 ‘마음 달을 갖고 노는 집’ 완월당에 모여 템플스테이 복장을 갖추고 추후 일정을 공유했다. 잠깐이지만 시간과 공간을 함께 하며 공동체 살이를 할 참가자들은 1박2일 동안 무엇을 느끼고 돌아갈까?

저녁 공양 후 어스름한 경내에 울려 퍼지는 사물의 일승원음이 도반을 만난 반가움에 잠시 들떴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게 했다. 법고, 목어, 운판, 범종의 맑은 소리를 들으며 참가자들은 여법하게 줄을 맞춰 대웅전으로 들어갔다. 고려 충렬왕 34년(1308년)에 세워진 수덕사 국보 제49호 대웅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목조건물로 손꼽힌다. 700여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대웅전에는 전깃불 대신 촛불이 어둠을 물리고 있었다. 대웅전 찾아 예불 올리는 따뜻한 마음자리가 국보라서 수많은 태풍 버티며 그대로 늙어간다는 템플스테이 담당자 말이 피부로 와 닿았다. 

만공 기념관. 만공 스님 영정 앞에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암 선고받은 누나를 위해 1만배를 하고 얼마 후 자신의 암을 조기 발견, 참선수행으로 극복한 김영수(혜정)씨는 “8년 전에 화두 받으러 수덕사에 온 적이 있었다”며 “원래는 기독교를 믿다 불교에 귀의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타력신앙에서 자력신앙으로 건너온 경험은 마음자리를 스스로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해줬다”고 말했다.

▲ 만공 기념관에서 진행된 이야기 나누기는 밤이 깊은 줄 모르고 계속됐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들은 그대로가 법문이었다.
장애가 있는 딸을 낳고 키우면서 엄마로서 느꼈던 좌절과 슬픔, 자책감을 정진으로 극복한 사연으로 이번 신행수기 대상을 받은 황성희(혜안월)씨에게 사람들이 먼저 딸의 안부를 물었다. 다행히 “아이의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며 “부처님 덕에 아이에게 갖는 죄책감을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애 아이들을 돌보며 “내 아이에게는 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보다는 이 아이들 역시 내 아이로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게 웃었다.

동생과의 갈등으로 힘들었던 마음을 부처님 법으로 이겨낸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내 많은 이의 공감을 받았던 이선애(서래)씨는 “그렇게 힘들었던 때가 일장춘몽 같다”며 “그런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동생이 아니었으면 부처님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동생에게 진심어린 고마움을 표현했다. 지적장애 아들을 키우며 힘들었던 시간을 지장기도를 하며 삶의 전환점으로 만들었던 이금미(정행심)씨는 “신행수기를 쓰며 상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고 내가 발가벗겨지는 것 같아 너무 부끄러웠다”며 “상을 받은 것도 감사하지만 신행수기를 쓰며 그동안의 삶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 나에게는 더 큰 수확이었다”고 말했다.

1회 당선자 이미혜(원각심)씨는 “최근 암을 발견하고 항암치료 중이지만 스스로의 문제를 극복해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올해 처음 템플스테이에 참여했다”고 밝혀 사람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그녀는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아들과의 관계는 힘들지만 여기에 와서 관계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1회에 이어 두 번째로 참석한 조정육(화선지)씨는 “신행수기를 쓰며 치유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도반이 생겨 든든하다”며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에게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생명이 주어진 것은 그동안 해왔던 보시라는 생각에 법보시 운동을 하고 있다”고 함께 법보시 열풍을 일으키자고 권유하기도 했다.

거사 4명이 참석해 돈독한 도반애를 보여줬던 2회 참가자들은 일상 속 수행이야기를 나누며 “다른 것이 기적이 아니고 이렇게 살아있는 것이 정말 기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험 속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들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법문이었다. 특히 이원찬(결계)씨는 직접 만든 찻잔 받침을, 전상삼(법광)씨는 손수 그린 그림을 선물해 나눔의 자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야기 나누기는 숙소에 와서도 계속됐다. 도반을 만나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낸 참가자들의 얼굴은 완월당을 비추는 달처럼 환히 빛났다. 그런 참가자들을 수호하듯 멀리서 아득하게 종소리가 울렸다.

▲ 만공 스님이 1924년 조성한 관세음보살 입상. 자연암벽을 깎아 조상한 것으로 7m가 넘는다. 관세음보살 입상 앞에서 관련 설화를 듣고 있는 참가자들.
이튿날 새벽 3시, 전날 늦은 취침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예불에 참석해 부처님을 향한 그윽한 신심을 공양했다. 예의 촛불만 밝힌 대웅전에서 참가자들은 마음을 밝히는 시간을 가졌다.

아침 공양 후에는 경허 선사로부터 시작한 덕숭문중의 수행가풍이 오롯이 이어지고 있는 정혜사로 올랐다. 수덕사 창건설화를 간직한 관음바위를 지나 계곡 따라 1080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만공 스님이 머물던 소림초당, 자연암벽을 깎아 조상한 7m가 넘는 관세음보살 입상, 만공 스님의 부도탑을 지나니 만공 스님이 수행의 최적지라 일컬었던 정혜사가 맨얼굴을 드러냈다. 만공 스님이 말년까지 주석하며 납자들을 제접하던 이곳엔 방장 설정 스님이 머물며 대중 스님들과 정진하며 운력도 함께 하고 있다. 정혜사에서 수덕사를 내려다보는 풍경은 가히 장관이었다. 한국 근대 선불교의 요람에서 참가자들은 선의 기상을 받으며 수덕사 경내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 수덕사 템플스테이 팀이 준비해준 보물찾기 이벤트 덕에 참가자들은 잠시나마 어린 시절로 돌아가 숲을 뛰어다니며 보물을 찾았다. 민들레 홀씨와 함께 나무껍질 틈에 끼워진 흰 종이에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적혀있었다. 이틀 동안의 일정을 통해 다시금 알게 된 것은 행복은 먼 곳이 아닌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 템플스테이 팀이 참가자들에게 주고 싶었던 보물은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 수덕사 방장 설정 스님과 함께한 참가자들.
수덕사의 배려로 참가자들은 무학 대사가 창건한 불도(佛島) 간월암과 경허 선사의 선풍이 오롯이 깃든 개심사까지 둘러볼 수 있었다. 헤어짐을 앞둔 얼굴에 아쉬움이 한 가득이었지만 이틀 동안의 기억이 일상 속 정진에 마중물이 될 것을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서로에게 어려움이 생기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 내밀어 부처님께 인도해줄 것이다. 신행수기 당선자들은 설정 스님의 말씀처럼 이미 미래의 불교설화 주인공들이 아니던가? 참가자 모두는 내년에 만날 것을 기약하며 수덕사의 산문을 나섰다.

예산=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364호 / 2016년 10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