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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 녹아든 그림과 문학의 조화

  • 불서
  • 입력 2016.10.2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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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재 독서일기’ / 고재석 글·그림 / 한걸음 더

▲ ‘수수재 독서일기’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감정이입과 추체험을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추창조(追創造)의 환희를 경험한다. 책이라는 새로운 시간과 공간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즐겁고 신나는 일은 많지 않다. 독서는 축복이다.’(108쪽)

볼거리가 차고 넘치는 시대다. 독서는 TV와 핸드폰에 밀려 독서논술 학원과 ‘취업’ ‘승진’의 현장에서나 우대받을 뿐이다. 동국대 국어교육학과 교수이며 만해연구소장인 저자의 이 책은 우리의 일상이 문학이고, 문학이 곧 우리의 삶임을 보여준다.

저자의 어릴 적 꿈은 화가였다. 일제강점기 굴지의 영화경영인이자 배급업자였던 할아버지 대를 거쳐 장남인 아버지 대에 이르러 가세는 급격히 쇠락했다. 크레파스 하나 살 수 없는 형편에서 화가는 딴 세상 얘기였다. 미술반에 들어가 전국아동 미술실기대회에서 메달을 받았지만 가난은 그의 꿈을 짓눌렸다. 등록금 미납자라고 조회 시간마다 혼이 나고, 교문 밖으로 쫓겨나기도 했던 소년에게 미술은 되레 절망이었다.

저자가 상처받은 짐승처럼 스스로 가두고 지내던 시절 홀연히 독서가 다가왔다. 책머리에 언급되듯 문학을 만나는 과정은 참담했지만 황홀했다. 햇빛 쏟아지는 광장에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보며 거리낌 없이 대화하도록 했다. 독서는 소년을 하늘 높이 비상하도록 이끌었다.

이 책은 문학과 예술의 일치를 꿈꾸는 중견 국문학자의 진솔한 자기 고백과 성찰이다. 2011년~2015년 5년 동안 읽은 다양한 작품들이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어린 시절 성숙해지고 싶다는 욕망이 커질 때는 피에르 부르디외가 ‘구별짓기’에서 조숙함을 멋들어지게 논하는 부분이 인용된다. 큰딸 아이의 결혼식을 끝내고 그 애에게 물려줬던 책상에 앉아서는 플로베르의 ‘마담 보봐리’에서 엠마 보바리를 시집보내고 쓸쓸히 회상에 젖었던 루오 영감의 얘기를 소개한다.

저자는 독서를 통해 ‘느끼니까 움직이고, 움직이니 바뀌며, 바뀌니까 이뤄진다’는 ‘감(感)·동(動·변(變)·화(化)’의 과정을 기록할 뿐, 그 책의 가치나 작가 정보는 말하지 않는다. 독서는 이해관계를 초월하고 특정 목적에 예속되지 않는 자기실현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허울을 벗어던졌기에 문학과 저자의 일상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감동의 깊이를 더한다. 이 가을, 아름다운 변화와 행복한 변신을 선사하는 저자의 은밀한 독서여행에 동행하는 것은 어떨까. 1만5000원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64호 / 2016년 10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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