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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실상화 윤용숙 불이회 명예회장님께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16.10.27 22:08
  • 수정 2016.10.28 10:04
  • 댓글 1

김호성 동국대 교수 추모사

일평생 무주상 보시행을 펼쳤던 윤용숙 불이회 명예회장이 10월16일 세연을 마친 가운데 김호성 동국대 교수가 그의 별세를 추모하는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

■고(故) 실상화 윤용숙 불이회 명예회장님께

▲ 김호성 동국대 교수
회장님, 지금쯤 연꽃잎이 열리고 연꽃 좌대 위에 앉아계시는 것을 알아차리셨는지요? 아미타부처님께서 관음·세지 두 분의 보살님을 데리고서 깨어나시는 회장님을 향하여 미소를 짓는 것을 보셨는지요?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셔서 아미타부처님께 예배하셨는지요?

하지만 여기 사바세계의 우리들 마음에는 휭 하니 찬바람이 스쳐지나가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꿈이었구나. 악몽이었구나’라고 하면서 깨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정녕 현실인지요?

인간 세상의 열흘, 열하루, 그 짧은 시간이 이토록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인지요? 지난 11일 회장님께서는 저와의 통화, 그 마지막 통화에서 “불이회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하셨지요.

생각해 보면, 회장님께서는 불과 그 운명의 여명(餘命)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불이회, 보덕학회의 불사 생각이셨던 것 같습니다. 그날 보덕학회 이사회에도, 직접 참석은 못하셨습니다만, 쪽지 하나를 보내주셨지요. 그 쪽지에 쓰인 글이 오래 제 마음을 울립니다. “불교학연구 인재육성 장학사업”

불교학 분야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회장님께서 참여하시고 지원하신 분야는 불교계의 거의 모든 분야이고, 또 불교만도 아니었습니다. 양적으로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더욱 아름다웠던 것은, 베푸는 그 자체가 아니라 상 없이 베푸셨다(무주상보시바라밀)는 것입니다. ‘금강경’의 말씀 그대로였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회장님께서는 극심한 통증에도 마약성 진통제는 거부하시고 ‘금강경’ 사경으로 투병하셨지요.

돌이켜 보면, 지난 40여년 회장님께서 우리 불교를 위해서 음으로 양으로 헌신해 오신 그 세월은 참으로 혼돈의 역사였습니다. 종단에는 불미스런 일도 많이 있었지요. 하지만, 회장님께서는 그런 어두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도 개의치도 개입하지도 않으셨지요. 오직 당신께서 챙기셔야 할 일을, 꿋꿋이 걸어가셨지요. 오른손에 불법중흥의 횃불을 높이 들고서 말입니다.

한편 생각해 보면, 참으로 행복한 인생이기도 하셨습니다. 홍도(弘道) 스님, 광덕(光德) 스님, 불연(不然) 이기영 박사 같은 분을 스승으로 모셨지요. 이 스승들의 불교가 무엇이었습니까. 바로 행(行)의 불교가 아니었습니까. 그리고 몸소 그 가르침대로, 대승의 보살도를 실천하셨지요.

저는 회장님께서 이 땅에 오신 관세음보살의 화현인지, 보현보살의 화현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누가 제게 묻기를 “지금 이 땅에 관세음보살이 오신다면 어떻게 살다 가실까?” 혹은 “지금 이 땅에 보현보살이 오신다면 어떻게 살다 가실까?”라고 묻는다면, 저는 “실상화 윤용숙 회장님처럼 살다 가실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신 있게 말입니다.

▲ 고 실상화 윤용숙 불이회 명예회장
지난 17일 빈소에서, 아직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앉아있는 저에게, 불교여성개발원의 이인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불교가 발전해 오는 데 스님들의 공덕이 물론 크지만, 재가자들도, 거사나 보살들의 역할도 컸다. 그런데 재가자들은 다 돌아가시고 나면 아무 것도 안 남고 잊혀버린다. 실상화 보살님은 그러지 않도록, 교수님이 좀 나서서 챙겨 달라”고 하셨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그 일은 저를 비롯하여, 회장님으로부터 은혜를 받은, 살아남은 우리들의 몫으로 남았습니다. 회장님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곧 회장님 같은 분을 키워내는 일일 것입니다.

회장님, 어서 빨리 아미타부처님의 수기를 받으시고 성불하신 뒤 다시 사바세계로 나투소서. 그때 다시 모시고 불법을 위하여 일할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기다립니다. 기도합니다.
나무아미타불

2016년 10월22일 초재를 마치고
김호성 배상

[1365호 / 2016년 1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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