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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피해 호소한 여직원 징계하려는 법주사

  • 교계
  • 입력 2016.10.28 11:26
  • 수정 2016.10.31 10:35
  • 댓글 53

조계종 제5교구본사 법주사가 사중 스님으로 인한 성희롱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종무원의 시정 요청을 사실상 묵살하고 오히려 징계하기 위한 인사위원회를 열어 물의를 빚고 있다. 이는 직장내 성희롱 피해근로자 보호의무 등을 규정한 현행법에 위배된다는 점에서 도의적·법적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모씨, 성희롱 문제제기 후
부당업무·퇴사요구에 시달려
조계종 호법부 공식 진정 접수

피해자 호소 묵살한 주지가
10월25일 인사위원회 소집
“피해근로자 보호의무 역행”
비난 직면…위법행위 지적도

법주사(주지 정도 스님)는 지난 10월25일 템플스테이 담당팀장인 김모씨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는 인사위원회를 개최했다. 인사위원회는 뚜렷한 결론 없이 끝났고, 11월1일 2차 회의를 다시 소집할 예정이다. 인사위원회 대상자인 김모씨는 지난 7~9월 약 3개월에 걸쳐 연수국장 A스님으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 피해 및 피해사실 고지로 인한 업무상 불이익을 호소해 온 피해당사자다. 때문에 “이번 인사위원회가 성희롱 피해를 호소한 당사자에 대한 보복성 차원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김모씨는 A스님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성적 발언과 신체적 접촉을 당했고, 이를 문제 삼은 후부터 부당한 업무지시 등으로 정신적·업무적으로 고충을 겪어왔다. 견디다 못한 김모씨는 9월초와 말 두 차례에 걸쳐 주지 정도 스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이 전달되면서 오히려 상황은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모씨는 “주지스님과의 면담사실을 알게 된 A스님이 기존의 업무체계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내게 불리하고 납득하기 힘든 방향으로 업무를 개편하는 등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고 주장했다. 실제 법주사 템플스테이 수련원은 9월23일, 10월1일 두 차례 업무개편을 했고 청소업무로 고용된 직원이 있음에도 외국인 전담 프로그램 총괄팀장인 김모씨에게 청소업무를 배정했다. 또 팀장 업무를 주임인 부하직원에게 이관하고 해당 업무 보조를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계약을 통해 정해진 업무 자체가 본인 동의 없이 변경된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은 김모씨가 지난 10월초 극도의 정신적·신체적 고통에 시달리다 업무상 인연이 있던 조계종 불교문화사업단 관계자 등에 고충을 털어놓으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이를 인지한 사업단측은 주지스님에게 시정조치를 권고하는 등 중재에 나섰고, 비슷한 시기 김모씨도 법무법인을 통해 사찰측의 시정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모씨를 성희롱했던 A스님은 법주사를 떠났다.

그러나 A스님이 그만둔 이후에도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A스님이 부당하게 시행했던 업무개편은 “주지스님의 지시”라며 변함없이 유지됐고, 일부 스님과 직원들은 “주지 스님의 뜻”을 언급하며 김모씨에게 직·간접적으로 퇴사를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김모씨를 상대로 한 인사위원회까지 열리면서 법주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희롱 사건에 대한 법주사 대처가 도의적 논란은 차지하더라도, 법적 처벌이 우려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해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돼 있다.

양한웅 사회노동위 집행위원장은 “정황상 인사위원회는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만들어낸 억지 징계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며 “평생 노동운동에 몸담아 왔지만 보호대상이어야 할 성희롱 피해자를 징계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 하물며 자비문중인 불교계에서, 또 사찰에서 이 같은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 자체가 통탄할 노릇”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찰 종무원의 인사를 총괄하는 주지 정도 스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정도 스님이 성희롱 피해 직원의 거듭된 호소에도 아무런 조치 없이 이를 방치해 사태를 키웠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관련법에 따르면 책임자는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된 경우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한 징계 및 이에 준하는 조취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정도 스님은 김모씨가 두 번의 면담을 통해 성희롱 피해와 업무부당성에 대한 고통을 호소했음에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도 스님은 “사중 일을 외부에 알렸다”며 김모씨를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인사위원회까지 소집해 김모씨를 궁지로 내몰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모씨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연 배경은 △조계종 종무원법상 소송제기 금지조항 위반 △업무상 배임 및 횡령혐의 △해당부서 직원의 탄원서 제출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의 상당수는 뚜렷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김모씨에 따르면 법주사를 상대로 소송한 사실이 없고, 배임·횡령 역시 김모씨가 회계를 담당한 4년간 매년 문화사업단 감사에서 회계상의 문제가 없었다는 점에서 근거가 불분명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모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인사위원회 당일 이미 각각의 징계사유에 대한 소명 문건을 작성해 법주사 측에 전달했고 배임·횡령의 경우 어떠한 잘못도 저지른 적이 없다는 입장과 함께 혐의의 근거자료를 요청했다”며 “지난 4년간 모든 회계를 철저하게 연수국장 등 책임권자의 결재 및 지시에 의해 투명하게 처리했기 때문에 당당하다. 다만 밑도 끝도 없이 무작정 뭘 해명하라는 것인지 알 수 없어 참담할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성희롱 문제제기 후 과도한 업무와 정신적 스트레스로 하루 버티기도 힘든데 이건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며 “오랜 회사생활 끝에 사찰에서 여생을 회향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살아왔지만 이제 스님이라면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실망하고 상처받아 불교 자체에 회의가 든다”고 털어놨다.

인사위원회와 관련해 주지 정도 스님과도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잘 모른다”며 전화를 끊어 사실상 공식해명을 거부했다. 한편 김모씨는 10월26일 법주사에 대한 시정을 촉구하는 호소문과 관련 서류 등을 모아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에 진정을 제기했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365호 / 2016년 1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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