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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생명의 젖줄 한강서 이 시대 생명살림의 법석 펼치다

기자명 법보신문
  • 법공양
  • 입력 2016.10.31 17:56
  • 수정 2016.10.31 17:59
  • 댓글 1

안심정사 영산재문화축제 현장

▲ 안심정사는 10월22일 한강수상법당 앞 강변에서 ‘제1회 서울시민을 위한 행복기원 영산재 문화축제’의 일환으로 대규모 수륙대재를 봉행했다.

수천년 세월 한반도를 가로지르며 인간사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생명의 젖줄 한강에 초대형 괘불이 장엄했다. 스님들의 백색 장삼깃은 거센 강바람에 펄럭였고, 양손의 바라가 부딪쳐 생멸하는 날카로운 울음은 범패소리와 한데 뒤엉켜 한강 어귀에 넘실댔다. 강변에 모여든 1000여 사부대중이 환희심 가득한 합장 반배로 경배를 올렸다. 지난 세월 이곳에서 스러져 간 모든 영가에 부처님의 법음이 가 닿기를, 그리하여 그 모든 넋이 극랑왕생하기를. 사부대중의 드높은 염원이 하나로 모아지는 순간이었다.

10월22일 뚝섬공원 한강변서
서울시민 위한 무차수륙대재
조선시대 효령대군 설행 이후
근현대 첫 대규모 법석 ‘눈길’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
보존회 어장 구해 스님 집전
법안 스님, 수륙재 정례화 추진
잉어 1200마리 대규모 방생도
사부대중, 감동·환희심에 눈물
“하늘 오르는 영가” 목격담도

늦가을 찬바람이 거세던 10월22일, 서울 뚝섬공원 한강변에서 특별한 법석이 펼쳐졌다. 안심정사(회주 법안 스님)가 대규모 수륙대재의 일환으로 ‘제1회 서울시민을 위한 행복기원 영산재 문화축제’를 봉행한 것. 이날 행사에는 태고종 전 총무원장 인공 스님과 중요무형문화재 제50로 영산재보유자 구해 스님, 전국 14개 군법당 법사를 비롯해 윤종필 새누리당 의원, 박래학 서울시의회 전의장, 김선갑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 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 한상인 ROTC 불교연합회장 등 1000여명의 사부대중이 운집한 가운데, ‘호국영령 무차수륙대재’와 ‘행복기원 방생대법회’로 엄수됐다. 

근현대 들어 한강변에서 대규모 무차수륙대재가 설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심정사는 한반도 역사 속에서 한강에 잠겨든 호국영령과 유주무주 고혼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한강은 수천년 세월 한반도를 가로지르며, 우리 역사와 함께 유유히 흘러온 상징적인 공간이다. 때문에 지난 세월 시대의아픔으로 스러져간 숱한 생명들을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 근래까지 한강에서 목숨을 잃는 이들이 연간 500여명에 달한다는 점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생과 사, 산자와 죽은 자가 혼재하는 공간이라 해도 무방하다. 안심정사가 이번 행사를 통해 한강에 수몰된 넋을 기리는 천도의식으로서 무차수륙대재를 설행키로 한 이유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이날 법석에는 조선시대 국행수륙재의 재현이라는 의미도 더해진다. 1432년 조선시대 효령대군이 나라를 위해 일주일간 한강에서 수륙대재를 개설한 바 있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효령대군 이보가 한강에서 7일 동안 수륙재를 성대하게 개설하였다”고 기록돼 있다.

“임금이 향을 내려 주고, 삼단(三壇)을 쌓아 스님 1000여명에게 음식 대접을 하며 모두 보시를 주고, 길가는 행인에게 이르기까지 음식을 대접을 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날마다 백미(白米) 두어 섬을 강물 속에 던져서 물고기들에게 먹이를 베풀었다. 나부끼는 깃발과 일산이 강(江)을 덮으며, 북소리와 종소리가 하늘을 뒤흔드니, 서울 안의 선비와 부녀(婦女)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양반의 부녀도 또한 더러는 맛좋은 음식을 장만하여 가지고 와서 공양하였다. 스님의 풍속에는 남녀(男女)가 뒤섞여서 구별이 없었다. 전 판관(判官) 길사순(吉師舜)이 글을 올려 중지하라고 간하였으나 듣지 아니하였다.” (세종실록 55권, 세종 14년 2월14일)

 
한강수상법당을 운영해 온 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회 이건호 부회장은 한강 수륙재의 역사적 사실을 밝힌데 이어 “오늘 이 자리는 효령대군이 수륙재를 봉행한 이래 처음으로 열리는 큰 법석이라 할 수 있다”며 “이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더없는 감동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처럼 남다른 의미를 지닌 행사임에도 정작 추진 과정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바로 수륙대재를 설행할 장소인 강변 일대에 대한 사용허가를 받는 일이었다. 서울시 및 관계기관은 종교의식이라는 이유로 사용허가를 쉽사리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영산재와 수륙재는 모두 국가중요무형문화재인데다 애초부터 서울시민을 위한 행사로 기획됐기에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법안 스님은 이 과정에서 도움을 준 모든 관계자들에게 깊은 감사도 함께 전했다.

특히 법안 스님은 봉행사를 통해 법석의 진정한 의미를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스님은 “오늘 이 자리는 안심정사 신도들만을 위해 마련된 것도, 불자들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며 “한강에 깃든 모든 호국영령과 유주무주 고혼을 천도함으로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와 이 세상을 맑히고 보다 더 행복하고 안전한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마련된, 산 자와 죽은 자 모두를 위한 법석”이라고 의미를 전했다.

이어 스님은 “과거 안중근 의사는 ‘위국헌신 군인본분’이라 하여 국가를 위한 군인의 본분을 말한 바 있다”며 “이에 비추어 종교인으로서 본분을 고민하다 보니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수륙재야말로 종교인이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임을 느끼고 오랫동안 이를 발원해 왔다. 이제 그 첫발을 내딛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태고종 전 총무원장 인공 스님은 격려사에서 “오늘 한강수상법당에서 봉행되는 ‘호국영령 무차수륙대재’는 1700년 유구한 한국불교 역사를 이어온 전통불교의례의 현대적 화현에 다름 없다”며 “수륙재는 물과 육지를 헤매는 외로운 영혼과 아귀(餓鬼)를 위로하기 위해 차별 없이 불법을 펼치는 자비의 법석으로 세월의 흐름에 따라 시대와 지역, 형태가 달라졌지만 그 설행목적만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님은 “법안 스님의 남다른 원력으로 마련된 법석인만큼 무차와 평등의 가치를 넘어 우리사회에 화합과 평화가 깃드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며 “차별 없는 생명 살림을 선언하는 귀중한 법석으로 이어지길 축원한다”고 치사했다.

‘서울시민을 위한 행복기원 영산재 문화축제’는 수륙재에 앞서 식전행사로 연화심청 공연과 주진희 설향무용단원의 살풀이 공연, 부채춤과 진도북춤, 소고춤 공연을 선보였다. 한강수상법당 앞 강변을 가득 메운 사부대중을 비롯해 공원을 산책하던 시민들도 발길을 멈춘 채 사진을 찍으며 이를 관람했다.

 
영산재 보유자 구해 스님의 집전으로 의식이 설행되자 불자들은 합장한 채 모든 산자와 죽은자를 위해 마음을 모았다. 범패 소리가 높아지면서 객석 곳곳에서 환희심에 눈물을 흘리는 불자들도 눈에 띄었다. 영가천도 목격담이 이어진 것도 주목할 만하다. 행사 직후 안심정사 홈페이지에는 76세 노모가 현장에서 수많은 영가들이 끝없이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하염없이 염불했다는 후기 등이 속속 올라왔다. 이유 없이 눈물이 솟았다는 후기도 적지 않았다.

수륙재가 이어지는 동안 한강수상법당에서는 대규모 방생의식이 진행됐다. 이날 방생된 잉어는 무려 1200마리에 달한다. 불자들은 잉어를 한강으로 되돌려 보내는 의식을 통해 생명살림의 가치를 체험하고 업장소멸과 모든 생명의 행복을 발원했다. 한 참가자는 “수륙재에 이어 방생을 하며 벅차오른 눈물을 참기가 힘들었다”며 “다른 생명을 위해 기도하고 모든 고혼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면서 진정한 불자로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더욱 굳건히하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안심정사는 이날 법석을 시작으로 매년 한강에서 정기적으로 수륙재를 봉행하는 한편, 전국 곳곳의 역사적 아픔을 간직한 장소들을 방문한다는 계획이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모든 산 자와 죽은 자를 위한 행복법석 이어갈 것”

안심정사 회주 법안 스님

종교인 역할 끊임없이 고민해
힘든 세상 보듬는 특별한 법석
매년 한강서 수륙재 봉행키로

 
“우리나라는 OECD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의 악명을 좀처럼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매년 한강에서 목숨을 잃는 사람 수는 집계된 수치로만 500명을 넘어선다고 합니다. 이처럼 힘들고 어렵고 슬픈 세상을 위로하기 위해 종교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끊임없이 고민해 왔습니다. 한강에서 펼쳐진 오늘 법석은 이 같은 고민의 결과물입니다. 산 자와 죽은 자를 동시에 위로하고 행복으로 이끄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안심정사 회주 법안 스님은 ‘제1회 서울시민을 위한 행복기원 영산재 문화축제’를 직접 기획하고 추진한 장본인이다. 서울시 소유인 뚝섬공원 강변에서 대규모 수륙재를 봉행하려는 시도 자체가 그간 전례가 없었던 만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도 적잖이 받았다. 그러나 결국 스님은 이를 실현했다. 그것도 지자체나 정부 예산 없이 순수하게 오직 불자들의 방생대법회 동참으로 이뤄낸 결실이다.

 
스님은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 오래도록 발원해 온 바를 실현한 법석일 뿐 아니라 현장에서 만난 불자와 시민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아 더욱 기쁘다”며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었길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안심정사는 한강 수륙재를 정례화하는 동시에 봉행 장소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법안 스님은 “내년에는 임진왜란으로 인한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여수 등에서 별도의 법석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된 후 돌아오지 못한 고혼들을 위로하기 위해 해외 수륙재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스님은 “역사적 아픔으로 고통 받았던 분들을 위로하기 위한 행보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의 이같은 원력에 국내외 스님들도 공감의 뜻을 전했다. 태고종 전 총무원장 인공 스님과 영산재 보유자 구해 스님은 이날 법안 스님에게 국가 지원으로 봉행돼 온 영산재와 연계를 추진해보자는 제안을 했으며 중국과 일본 불교계도 각각 동참의사를 전달해 왔다. 스님은 “여러 스님들이 취지에 공감해 주신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국내외 불교계와 뜻을 모아 보다 여법하게 봉행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365호 / 2016년 1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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