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주민 불자들의 삶과 신행

기자명 이중남

6월30일 기준으로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200만명을 넘었다는 법무부의 발표가 얼마 전 있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9%에 해당한다. 이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5년 안에 체류 외국인은 300만명을 넘어서게 될 것이다.

이주 경험이 이주민의 종교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한 논의는 이민자들의 국가인 미국에서 중요한 관심 주제이지만, 실은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그다지 사회학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합리성이 증가하는 산업사회에서는 세상의 탈주술화(disenchantment)가 심화되고 종교의 권위가 약화되리라는 관점이 주류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이주민은 세속화된 수용국 사회에 동화되고, 종교성은 약화된다는 일반론이다.

하지만 북유럽인들을 우대하던 기존의 이민법 규정이 1965년에 폐지되면서 미국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새 이민자 집단에서 그에 반대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성당과 교회가 이민자들에게 본국의 문화적 특성을 보존하는 동시에 새로운 사회로의 적응을 도와주는 ‘이중 기능’을 하기 때문에, 이민자들이 오히려 종교공동체로 결속하고 종교성이 강화되는 현상에 대한 연구와 보고가 속출했다.

유럽에서 일어난 다문화주의 논쟁의 중심에는 정체성을 보존하려는 무슬림 종교공동체들이 있었다. 이슬람에 대한 배척심리가 강한 유럽에서 무슬림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사회적응에 도움이 된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이주를 하면 종교성이 쇠퇴한다는 일반론에 대한 반박의 근거로는 유효하다.

필자는 요즘 소속 단체인 조계종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상임대표 정호 스님)에서 실시하는 이주민 불교공동체 현황 조사에 참여하며, 각국 이주민 법당을 방문하거나 불교공동체 지도자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기회를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배운 것들 가운데 함께 생각해 봤으면 하는 점을 몇 가지만 들면 다음과 같다.

불심이 강한 지역 출신자들이 불교공동체 활동도 활발하게 하리라는 추론은 사실에 부합했다. 그런데 흔히 사회경제적 약자로 비춰지는 이주노동자의 역할이 이 활동에 핵심적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특히 남방(테라와다) 불교권 이주민들에게서 두드러진다. 예컨대 미얀마 이주민은 조사 대상국들 가운데 가장 소규모(1만5000명)이고 거의 대부분 이주노동자들인데도 불구하고 밀집 거주지역인 부평에 출신계층과 종족에 따라 분화된 법당을 3개나 설립해 운영해 오고 있다. 미얀마 법당은 부산과 김해, 대구에도 있다.

국내에 가장 많은 수의 결혼이주여성이 있는 베트남 공동체 지도법사는 이들의 행복하지 못한 결혼생활에 대한 염려가 컸다. 그는 자신이 보기에는 80% 정도의 여성이 이혼했거나 이혼하기를 바랄 거라며, 수행을 통해 영성을 회복함으로써 행복을 되찾아주고자 하는 소망을 밝혔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제결혼’ 부부의 이혼율이 5년 평균 40%에 달한다는 통계치가 제시된 바 있다. 그는 이것이 대한민국 국회가 다룰 중대 사안이라고 했는데, 타국으로 떠나와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사는 여성들의 문제를 국회가 어느 정도까지 다룰 수 있을까.

각국 불교공동체 지도자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본국 문화에 대한 사랑과 세대에 걸친 전수 의지도 인상적이다. 오랜 사회주의 통치로 불자들의 종교성이 현저히 약해져 법당 유지조차 애로를 겪는 몽골 법당 스님은 그 와중에도 자신의 희망을 이렇게 얘기한다. “꼭 불교를 전해야 한다는 게 아닙니다. 자라는 아이들에게 몽골의 문화, 몽골의 언어를 가르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문화와 종교에 관한 한 이주민들은 그저 수동적이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이들의 삶과 신행을 보며, 사람은 역시나 종교적인 존재고, 문화적인 존재고, 영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배워가며 숙연해진다.

이중남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운영위원 dogak@daum.net

[1365호 / 2016년 1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