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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용타 스님 설법 노하우 ③

반복적 구호로 관심 유도해 깨달음 길로 동행

스피치커뮤니케이션 방식 중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방식이 스팟(spot)기법과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기법이다. 스팟기법은 제한된 시간 속의 찰나에 강렬한 이미지나 반복적 구호로 사람들 관심을 끄는 이미지와 문장 등을 이용한다. 아이스 브레이킹은 본격적인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 편안한 화제로 분위기를 푸는 기법이다. 말 그대로 얼음 깨듯 분위기를 전환하는 것이다. 다소 경건해야 할 사찰에서는 경망스럽지 않으면서 청중의 관심을 유도하는 게 좋다.

그 중 하나가 정서적 동일성이다. 한국인은 시조가락에 익숙하다. 들녘에서 일하던 농어민들은 노동요를 지렛대로 힘을 얻는다. 그래서 3자를 행운의 숫자로 선호하는 것일까? 대장간에서 땀방울을 흘리며 해머를 두들기는 대장장이의 힘도 “땅땅땅 따당땅땅” 리듬에서 비롯된다. 우리 시조가락에는 음수율이라는 게 있다. 시조의 초장은 3·4·3·4, 중장은 3·4·3·4, 종장은 3·5·4·3이다. 온 국민이 즐기는 337박수. 어느 목사의 설교제목은 ‘바닷물이 337 박수를 치면서 남극으로 갔다’였다. 구약성서 ‘시편 33편 7절’ 내용이 “바닷물을 독에 담으시고 깊은 땅 속 창고에 넣어 두셨다”인데, 이를 기가 막히게도 337박수로 표현했다.

용타 스님은 3가지 요소를 묶어 설법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법을 자주 활용했다. ‘하하하’ 웃으면 행복해진다는 것, 비움과 경청의 의미를 ‘수련의 3박자’, ‘인생의 3박자’로 명명한 것이 그것이다. “밖에서 들어오는 유익한 자양분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기 위해 필요한 태도 3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를 허심(虛心)”이라고 했다. 마음을 비운다는 뜻이다. 그 다음이 경청인데 “꼭 귀로 듣는 것만이 경청이 아니라 눈으로 보는 것도 경청”이며 “그 다음은 몰입”이다. 주제에 몰입해야 성과가 나온다는 것이다(‘행복노트’ 24~25쪽).

스님은 ‘번뇌구조’라는 철학적 개념을 설명하면서, 번뇌는 내 행복을 방해하는 심리적인 어떤 요소인데 그 번뇌는 내 행복만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고 급기야 전쟁까지도 끌어온다고 연역법 메시지를 던졌다. 그래서 세상을 망치는 것이 사람 마음속에 들어 있는 번뇌이고, 행복과 평화의 걸림이자 장애물이 번뇌라고 했다. 나아가 번뇌는 탐진치 삼독이라면서 불교적 깨달음의 문제로 이끌어갔다.

“사람은 눈을 뜨고 제일 첫 단계에서 ‘있다’고 합니다. 텅 빈 의식 공간에 ‘나’라고 하는 존재를 만듭니다. 그 다음에 그것에 대해 ‘좋다’‘나쁘다’하고 가치부여를 합니다. 마음대로 안 되니까 속이 상합니다. 이런 마음이 번뇌입니다. ‘있다’는 정리된 말로 표현한다면 실체사고, ‘좋다’는 가치사고, ‘싶다’는 욕구사고, ‘샹’하는 분노감은 불만사고”라로 개념화 하여 이것을 번뇌구조라고 명명했다. 그러면서 “장자는 최고로 지극한 경지에 이른 자는 세상은 없다고 한다 했다면서 아무 걸림없이 우주적으로 툭 트여 있게 되는 그런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번뇌를 푸는 방법을 다섯 가지 수심(修心)체계로 정리했다. ‘이상공동체 5요’라고도 부르는 ‘삶의 5대원리’는 정체(正體), 대원(大願), 수심(修心) 화합(和合), 작선(作善)이라는 덕목으로 정리했다.

마음공부는 어디를 향하고, 그 마음공부의 중도를 이루는 길은 무엇일까? 스님은 수련의 법칙과 정신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 공동체를 예로 들어 봅니다. 공동체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비탈길이라 좀 올라가야 합니다. 나 자신도 그렇지만 비탈길이 힘들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제법 있을 법 합니다. 그럴 때 내 속에서는 이렇게 균형을 잡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비탈길을 올라간다는 것은 불지(佛地)를 향해, 부처의 경지를 향해 향상되어 가는 것을 의미하는 거야, 이건 상향문이야, 상향문으로 꾸준히 올라가라고 하는 큰 법문일 수가 있어.’ 비탈길이라 조금 그렇단 말이야, 하는 생각이 들면 ‘그러나’ 하면서 전환시켜 버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좋지 않게 여겨지던 것이 긍정적인 것으로 변하게 됩니다.”

스님의 철학적 설법은 그렇게 민초들의 삶과 번뇌로 시작하여 불교적인 삶과 역사와 사색과 성찰로 말미암은 지혜로운 깨달음의 길로 동행했다.

박상건 동국대 겸임교수 pass386@hanmail.net
 

[1365호 / 2016년 1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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