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체 드러낸 ‘은퇴출가 특별법’ 실효성 논란

  • 교계
  • 입력 2016.11.02 18:12
  • 수정 2016.11.04 22:17
  • 댓글 7

출가특위, 종회 앞두고
은퇴출가 특별법 발의
제도취지 벗어나 우려


수계하고 삭발까지 해도
‘수행법사’로 불릴 뿐
기간도 1년마다 갱신
특별법 보완 필요할 듯

조계종이 사회에서 은퇴한 사람들에게 출가의 기회를 부여하고자 마련한 ‘은퇴출가에 관한 특별법’이 오히려 늦깎이 발심자의 출가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조계종 중앙종회 출가제도개선 특별위원회(위원장 만당 스님)는 제207차 중앙종회를 앞두고 은퇴 출가제도를 골자로 한 ‘은퇴출가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본회의에 발의했다. 이 특별법은 지난 1월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신년기자회견에서 “고령화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출가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추진됐다. 만50세 이하로 제한한 현행 종법에 따라 출가 기회가 제한된 늦깎이 발심자에게도 승단의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중앙종회도 지난 3월 제205회 임시중앙종회에서 ‘출가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은퇴특수제도 도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출가제도개선 특별위원회는 7개월간 6차 회의를 진행했지만, 매번 비공개 회의로 진행하면서 특별법의 윤곽은 드러나지 않았다.

▲ 조계종 행자교육원 수계식. 법보신문 자료사진
이런 가운데 출가제도개선 특별위원회가 제207차 중앙종회를 앞두고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하면서 은퇴출가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특별법은 조계종 교육원이 기본골자를 만들고 출가제도개선 특별위원회에서 최종안을 검토해 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특별법 제정안은 첫 제도도입 취지와 달리 은퇴출가자에 대한 자격기준이 모호할 뿐 아니라 스님들과 비슷한 출가조건을 요구하면서도 출가 이후 ‘수행법사’로 불리고, 출가기간도 1년 단위로 연장하도록 해 ‘은퇴 출가’라는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별법 제정안에 따르면 은퇴출가자는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다 그 직을 은퇴한 자 △만 50세 이상 70세 이하 △가족부양의 책임, 변제해야 할 채무, 감염성질환 및 심신상 중증질환이 없어야 하며 △국법에 의해 파렴치범으로 처벌 받은 사실이 없는 자로 규정했다.

그러나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다 은퇴한 자”라는 규정이 모호해 늦깎이 발심자가 사회에서 어떤 일을 했느냐가 출가여부를 가름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또 전문직에 종사하지 않았다면 출가기회가 제한될 수 있어 ‘형평성’ 논란에 휘말릴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특별법은 또 은퇴출가 절차와 관련해 은퇴출가자는 소정의 서류심사와 기초교리·논술 등을 통한 소양시험, 갈마를 거쳐 최종 선발하도록 했다. 은퇴출가가 확정되면 7일 이내에 삭발을 하고 출가자가 희망한 수행사찰의 주지를 당연직 은사로 ‘8계’를 수계한다. 이후 은퇴출가자는 종단이 정한 의제를 착용하고 수행사찰에서 포교와 교화활동, 사찰종무행정의 보조역할 등을 담당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은퇴출가자의 호칭을 ‘수행법사’로 규정했으며 출가기간도 1년으로 한정했다. 다만 수행사찰의 심사를 거쳐 1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도록 했지만 심사에서 탈락할 경우 강제 환속될 수 있다. 실제 특별법에서는 환속규정을 마련해 △출가기한이 만료됐거나 △수행사찰의 종무회의 심사결과 연장이 거부된 경우 △사찰의 명예와 재산상의 피해를 입힌 경우 △감염성 질환이나 심신상의 중증 질환이 있는 경우 은퇴출가자를 강제 환속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은퇴출가자에 대해서는 종단의 계단법, 법계법, 승가고시법, 승려법, 교육법, 승려복지법 적용을 하지 않도록 했다. 사실상 은퇴출가자는 명목상 출가자지만 종단의 정식 승려와 차이를 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특별법은 ‘은퇴 출가’의 취지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록 정식 스님이 되기 위한 구족계는 아니더라도 삭발을 하고 은사를 정해 ‘은퇴출가 8계’를 받는 등의 절차를 거친 출가자에게 스님이 아닌 법사의 신분을 부여하는 것은 애초 출가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은퇴출가자들은 사실상 ‘비승비속’의 신분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출가기간을 1년으로 한정한 것도 은퇴출가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은퇴출가자가 출가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대부분 이혼 등을 통해 부양가족을 정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출가가 인정되더라도 1년에 그치고, 매년 1년 단위로 갱신절차를 거쳐야 하는 신분 불안을 감수하면서까지 은퇴출가를 결심하는 출가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오대산 월정사 등에서 시행하는 출가체험학교에서 장기간 생활하거나 사찰에 머물며 전문포교사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별법이 시행될 경우 조계종이 고령화 시대에 따라 뒤늦게 발심한 사람들에게 출가의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도입하기로 한 은퇴출가제도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출가제도개선 특위위원인 한 종회의원은 “은퇴출가제도는 일반 출가제도와 다른 특수한 개념”이라며 “늦깎이 발심자가 종단의 선원과 기본교육기관에서 수행하거나 청강하면서 수행자로서의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스님은 이어 “특별법에서 각종 제한을 둔 것은 은퇴출가제도를 악용하려는 사이비 출가자들을 제도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특별법의 일부 조문들은 특위 회의에서도 논란이 컸다. 그럼에도 일단 본회의에 상정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보완해보자는 취지에서 발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366호 / 2016년 1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