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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간 사고로 무너진 '코리안 드림'

  • 상생
  • 입력 2016.11.04 22:06
  • 수정 2016.11.14 17:19
  • 댓글 1

조계사·화계사·법보신문 이주민돕기 공동캠페인

▲ 남편의 소식을 듣고 몽골에서 건너온 부인이 쟈갈씨를 정성스럽게 간호하고 있다.
눈이 부셨다. 건너편에서 오는 차량의 불빛을 보고 놀라 앞에 있는 둔턱을 보지 못했다. 몽골인 쟈갈(42)씨가 타고 있던 오토바이가 둔턱에 걸려 미끄러졌다. 가드레일을 받고 몸이 튕겨져 나갔다. 정신이 들어 눈을 떠보니 온몸이 아팠다. 가만히 누운 채로 1시간이나 지났을까. 지나가는 사람이 보여 도움을 청했고 응급차량을 불러 병원에 갈 수 있었다. 급한 대로 가까운 병원에 입원했다.

조선소 몽골 노동자 쟈갈
퇴근길 사고로 손상된 내장
수술 후 복막염으로 번져
병원비 2천만원 넘게 들어

사고의 충격으로 내부 장기가 손상됐다. 몸이 튕겨 올랐다가 땅에 떨어진 충격 때문이었다. 병원에 옮겨져 수술했지만 췌장에 염증이 생겼고 복막염으로까지 번졌다. 큰 병원으로 옮겨야 했다.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채 아물지 않은 상처 위에 다시 메스가 지나갔다. 배를 열어 췌장과 복막의 염증을 제거했다. 수술 후에는 췌장에 생긴 고름이 흐를 수 있게 배 밖으로 여러 개의 호스 주머니가 달렸다. 췌장은 소화효소를 분비해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기능과 우리 몸의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과 글루카곤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췌장이 상했으니 음식을 먹어도 소화가 되지 않았다. 그나마 억지로 먹는 음식이었다.

“몽골에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어서 기운을 차려 일을 해야 해요. 하지만 사고로 지금은 혼자 움직이는 것도 할 수 없어요. 음식 먹기도 힘들고 소화도 잘 안 돼요. 체중이 일주일 새 15Kg이나 빠졌어요. 몸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고요. 그동안 열심히 일했는데 병원비가 너무 많이 나와서 빚이 2000만원이나 생겼어요.”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어 퇴직한 회사에서 받은 돈은 처음 입원한 병원에서 모두 썼다. 그동안 모아놓은 돈은 모두 몽골로 보냈다. 통장 잔고는 ‘0’이 됐다. 병원비로 쓸 수 있는 돈은 없다.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만 안고 온 한국이었다. 몽골에서 하던 운전기사 일로 자라나는 아이들 뒷바라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던 중 해외 인력센터를 통해 한국에 갈 수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두고 이국땅으로 가는 것이 편치는 않았지만 아이들을 조금이나마 나은 환경에서 자라게 하고 싶었다. 어떤 일을 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한국으로 건너왔다. 쟈갈씨가 소개받은 일자리는 목포 조선소. 그라인더 사상 작업이 맡겨졌다. 용접 전에 작업 부위를 표시하거나 용접 후에 작업 부위를 다듬는 일이었다. 장시간 동안 그라인더 작업을 하고 집에 오면 몸이 덜덜 떨리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쑤셨다. 쉬는 날이 거의 없었지만 가족에게 보낼 돈이 생긴다는 사실에 묵묵히 일하며 하루하루 살아갔다.

일하는 데 필요한 한국어는 금방 익혔다. 작업장에는 몽골 동료도 있어 간간이 대화도 나눴다. 하지만  이국땅에 살면서 오는 외로움은 달랠 길이 없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그저 고국의 가족만 생각하며 살아온 나날이었다.

“올해는 한국에 온 지 3년째 되는 해였어요. 유난히 가족들이 보고 싶어 있는 돈을 아끼고 아껴 비행기 표를 끊어 몽골에 다녀왔답니다. 아이들은 건강히 잘 자라고 있었어요. 그동안 번 돈으로 작은 땅도 마련했습니다. 이제 조금만 더 일하고 몽골로 돌아가 아이들과 함께 지낼 생각에 정말 행복했는데 돌아오자마자 사고가 났습니다.”       

대사관의 도움으로 고향에서 부인과 동생이 쟈갈씨를 간호하러 한국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해 의료진과의 소통이 어려워 적극적인 간호가 어려운 상태다. 어떻게 해야 쟈갈씨의 회복이 빨라지는지 얼마나 더 병원에 있어야 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옆에서 음식을 먹이거나 거동을 도와줄 뿐이다. 몽골에 두고 온 아이들은 부모님과 친척들이 돌아가며 돌봐주고 있다.

현재 쟈갈씨는 복부 CT 검사와 혈액검사를 병행하며 한 달여간 병의 경과를 지켜봐야한다. 지금까지 나온 병원비만 3000만원이다. 병원 측의 도움으로 1400만원을 지원받은 상태지만 일주일 새 또 200만원의 병원비가 늘어나 1800만원을 내야 할 상황이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725-7014 

광주=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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