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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돈을 최순실과 비교 말라

‘신돈=최순실’은 무지 소치
‘개혁가 신돈’ 연구도 많아
신돈이 비판했던 건 ‘금수저’

최근 고려 말 인물인 신돈 스님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10월26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최순실씨를 보면 고려를 멸망하게 한 공민왕 때 신돈을 떠올리게 한다”고 발언하면서 시작됐다.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도 같은 날 “신돈이 공민왕 때의 고려를 망하게 한 사건에 버금가는 사건”이라며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을 신돈에 비유했다.

이들 국회의원의 발언을 계기로 많은 언론이 ‘신돈’을 요승으로 보도했다. 신돈은 공민왕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어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한 인물이며, 자신의 반대파들을 무참하게 제거하는 등 국정을 쥐락펴락했던 요승이라는 것이다. 특히 개신교 계통 언론은 종교신학자의 말을 인용해 “이번 (최순실씨 국정농단)처럼 종교가 권력 위에 군림한 경우는 아주 특별한 것이다. 한국 역사에서 고려 말기 승려 신돈 이후 처음이 아닐까 싶다”라고 평가했다.

언론의 잇따른 보도 이후 교수들의 시국선언문에도 신돈은 요승으로 등장했다. 급기야 KBS는 10월30일과 11월6일 예정돼 있던 ‘역사저널 그날-기황후와 신돈’편을 갑작스레 결방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면 신돈은 정말 최순실처럼 사이비 종교인으로서 권력을 등에 업고 자신의 실리를 챙긴 요사스런 인물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같은 주장은 역사에 대한 오해나 무지의 소치라고 할 수 있다. 편조신돈(?~1371)은 ‘고려사’의 기록대로 오랜 세월 요승으로 간주돼 왔다. 입으로는 성인인 척하며 남을 중상모략하고, 주지육림 속에 지내다가도 공민왕을 만나면 갑자기 돌변해 채소를 먹고 차를 마시는 이중인격자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찍이 세종이 ‘고려사의 공민왕 이하는 정도전이 들은 바에 따라 필삭하고 다른 곳도 많으니 어떻게 후세에 전하겠는가’라고 지적했듯, ‘고려사’는 철저히 조선건국의 명분으로 척불에 앞장섰던 이들의 관점에서 서술됐다는 점이 간과돼서는 안 된다.

학계에서도 신돈을 바라보는 견해는 천편일률적이었다. 그러나 1960년대 민현구(현 고려대 명예교수)의 연구를 시작으로 신돈을 새롭게 조명하고자 하는 노력이 꾸준히 이어졌다. 이에 따라 새로운 신돈의 면모가 속속 드러났다. 공고한 권문세족의 권력기반을 무너뜨리고 왕권을 강화해 민생을 되살릴 방안을 찾고자 했던 인물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특히 ‘전민변전도감’을 설치해 권문세족들이 빼앗은 토지를 주민에게 돌려주고 노비가 된 사람들을 해방시키는 등 고려 사회의 폐단을 없애고자 했던 개혁가라는 평가도 내려졌다.

▲ 이재형 국장
1980년대 후반부터는 신돈의 불교사상에 대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그 결과 신돈은 화엄종 계통의 승려였으며, 기존 권문세족과 밀접하게 연결된 불교계를 새로운 세력으로 교체하려 했던 공민왕의 불교정책을 계승하면서도 기존 불교계 입장을 고려하는 절충적인 불교정책을 추진했음이 밝혀졌다.

물론 최근에도 신돈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연구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일신의 안락만을 위해 기득권에 편입해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최순실과 신돈을 무턱대고 동일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신돈의 파란만장한 삶에는 최순실과 같은 금수저들의 기득권을 무너뜨리고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이루려했던 그의 간절한 꿈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366호 / 2016년 1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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