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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웅 조계종 사노위 집행위원장 -상

노동현장서 끊임 없이 마주친 불교

 
신심 깊은 조부모님과 부모님의 지극한 기도정성으로 세상 빛을 보았으니 ‘모태불자’라는 말이 맞겠다. 부처님 인연으로 태어났으니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절에 다니며 불교를 접했다. 10대 때는 선배들을 쫓아다니며 청년회 활동에 심취하다 1984년 동국대 불교대학원에 입학했다. 학교생활을 하며 조계종 포교원에서 몇 달간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도 했다. 초중고 교과서에서 종교편향 사례를 찾고 복사를 돕는 단순 작업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적을 두고 있는 조계종 총무원과의 인연도 사실 32년 전부터 시작된 셈이다. 그리고 당시 아르바이트를 함께하던 여학생과 부부의 연을 맺었으니 내 인생서 불교는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한국통신사태 때 조계사 피신
불교 활동가들과 인연을 맺어
쌍용차 지원하며 불교와 재회

대학원 졸업 후 불교학 박사과정을 다니고 싶었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아 일단 한국통신(현 KT)에 입사했다. 공기업에 입사한 이유는 단 하나. 일반 직장보다 공부할 시간이 넉넉해 박사과정을 진행하기에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입사한 한국통신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줄은 당시엔 몰랐다. 1986년 입사 후 나는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노동자의 모습을 눈앞에서 확인했다. 충격적인 사회현실을 목도한 것이다. 학생운동이 뭔지, 사회활동이 무엇인지 모르던 때였지만 최악의 노동환경에서도 그저 묵묵히 일할 수밖에 없는 이들에 힘이 되고 싶었다. 1987년 본격적으로 노조활동을 시작하며 내가 불교와 인연이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1995년 한국통신 민영화를 반대하며 지도부 13명이 조계사와 명동성당에 들어가 단식농성을 벌이는 일이 발생했다. 나를 포함해 불교와 인연이 있는 7명의 노조원이 조계사로 들어왔다. 당시 조계사는 중재안을 마련해 정부 측에 건의했지만 김영삼 정부는 이런 불교계의 중재 노력을 단칼에 무시했다. 그리고 경찰을 진입시켜 우리를 강제 연행했다. 그 일로 110일을 철창 속에서 지냈다. 조계사에 지내는 동안 불교계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청화, 진관, 지선 스님 등 사회활동에 적극적이었던 스님들이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주었다. 총무원뿐 아니라 전국불교운동연합,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등도 물심양면으로 우리를 도왔다. 다양한 불교단체 활동가들과 맺은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 조계종 노동위 출범 후 첫 행보였던 쌍용차 해결을 위한 10만배 기도법회.

이후에도 수감생활은 반복됐지만 노조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2007년, 남은 인생을 비정규노동자를 위한 삶을 살겠다고 발원하고 한국통신을 퇴사해 불안정노동철폐연대에서 상근활동을 시작했다. 2009년 5년, 쌍용자동차가 구조조정을 하며 3000여명의 해고자가 발생했다. 사태가 장기화되며 해고자뿐 아니라 노조 간부 부인까지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통한 일이 벌어졌다. 2012년 조계종 화쟁위원회와 몇몇 불교단체들이 덕수궁 앞에서 쌍용차 희생노동자를 위한 천도재를 지내며 힘을 보탰다. 당시 쌍용차 노동자를 돕던 나는 그 현장에서 또다시 불교와 만났다.

얼마 후 조계종이 노사분규와 정리해고, 비정규직 문제 등 우리 사회 노동문제에 대한 불교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조계종 노동위원회’를 발족한다는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했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면담하며 노동문제에 대한 관심을 두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노동자를 위한 위원회를 만들겠다니! 정말 반가웠다. 누구를 찾아가야하는지도 모른 채 그날로 바로 신문을 들고 무작정 조계종 총무원을 찾아갔다.

“비정규직운동을 하는 사람인데 노동위원회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고맙고 반가워서 찾아왔습니다. 힘껏 도울테니 약속을 꼭 지켜주세요.”

종교계에서, 그것도 내가 의지하며 사는 불교가 노동문제에 관심을 둔다니 뛸 듯이 기뻤다.

정리=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366호 / 2016년 1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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