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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 함께 부처님 제자 되어 가정의 불국정토 이루겠습니다”

울산 백양사, 첫 가족수계법회

▲ 백양사는 10월29일 첫 가족수계법회를 통해 가족 간의 소통과 수계를 통한 화합을 기원했다. 어른들에게는 향, 어린이 및 청소년들에게는 향 대신 도장으로 수계 연비가 진행됐다.

가을이 성큼 짙어졌다. 싱그러운 푸름을 자랑하던 나뭇잎들이 붉고 노란 빛깔로 물들더니 어느새 바래진 잎들은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울산 중구 함월산 자락 백양사(주지 명본 스님)에도 가을이 성큼 찾아왔다. 10월의 마지막 토요일 오후, 뚝 떨어진 기온 탓에 두툼한 외투를 여미며 일주문 앞에서 합장하는 불자들 사이로 말끔하게 차려입은 보살과 거사들이 하나둘 자녀들의 손을 잡고 경내에 들어섰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부모의 뒤를 따라 발을 내딛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함께 설렘도 감돌았다. 조심스럽게 법당을 향하는 이들에게 대웅보전 가득 내걸린 현수막이 가을바람에 흔들리며 어서 들어오라는 인사를 대신했다. 백양사가 개산 후 처음 마련한 ‘가족 수계법회’를 알리는 현수막이었다.   

10월29일, 16가족 60명 동참
오계 실천 다짐하며 탁마 발원
전계사 법산 스님, 불자 삶 당부

어린이는 도장으로 연비 대신해
불교대학  등에서 총 153명 수계

기도하던 도량 소속감 심은 계기
30~50대 도심 불자 비율 높여
“가족이 곧 도반…계율로 화합” 

가족이 함께 불교에 귀의하고 신행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법석이 울산 백양사에서 마련됐다. 백양사는 10월29일 경내 대웅보전에서 ‘2016 백양사 가족 수계법회’를 봉행했다. 이 법석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수계를 받을 기회를 통해 가족이 더불어 부처님 도량과 인연을 맺도록 돕기 위해 백양사가 자체적으로 기획, 봉행한 법회였다.

▲ 법명의 뜻을 설명하는 주지 명본 스님.

특히 백양사는 가족수계법회 동참자만큼은 인원수, 신행활동 기간 등 수계 조건을 제한하지 않았다. 삼귀의계와 오계를 실천할 의지만 있으면 2인 이상의 가족은 얼마든지 동참이 가능하도록 개방했다. 백양사 신도들의 입소문을 타고 다양한 빛깔의 수계 인연이 백양사로 모여들었다. 누군가는 이웃 불자의 권유로, 또 누군가는 드문드문 절을 찾던 인연으로 그리고 어떤 가족은 생애 첫 신앙의 출발로 삼았다. 이렇게 해서 이날 백양사에서 법명을 받은 가족 수계자는 별다른 홍보 없이도 총 16가족, 60여명에 이르렀다. 또 가족수계자들과 더불어 백양사 불교대학 재학생과 울산지역 개인택시 불자들의 신행모임인 법륜회 회원 등 총 153명이 수계식을 통해 불제자로 거듭났다.

법회의 전계사는 백양사 회주 법산 스님이 맡았다. 법산 스님은 오계의 계목 한 가지 한 가지를 차근차근 설명하며 초발심 불자들의 수계를 격려했다. 스님은 법어에서 “계를 받는다고 해서 당장 어떤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라며 “하지만 이 수계식에 동참해 법당에 발을 딛고 장궤합장하며 지금 법문을 들으면서 여러분의 생각과 마음가짐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계율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세상의 이치가 담겨 있다.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만족하면서 아름답고 가치 있게 살아갈 것인가, 걱정과 불만 속에서 힘들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선택은 바로 여러분들에게 달려 있다”며 “지금 이 순간부터 가족이 함께 부처님의 가르침을 하나씩 새기면서 서로에게 도반이 되고 스승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종종 절에 와서 스스로 다섯 가지 계율이 적용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점검을 거듭한다면 행복은 먼 곳이 아니라 바로 눈앞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 가족수계자들은 서로의 법명을 부르며 웃음꽃을 피웠다.

법회에서는 가족수계자의 대표로 김세원, 조윤숙, 김나영, 김서현 가족이 수계증을 받고 “오계를 항상 새기는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발원했다. 상경 김세원 거사는 “그동안 종종 백양사에 와서 기도했지만 정식으로 법명을 받고 신도가 될 기회는 만나지 못했다”며 “마침 지인의 소개로 가족수계법회가 있다는 소식에 기쁜 마음으로 동참했다”고 참석한 계기를 소개했다. 김 거사는 이어 “아이들도 선뜻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혀 오늘은 가족이 모두 함께 절을 찾게 되었다”고 기쁜 마음을 전했다.

선정수 조윤숙 보살도 “설법을 통해서 들은 다섯 가지 계율이 모두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우리 가족은 수계도반이다. 서로 탁마하며 항상 일상에서 계율을 새기고 실천하는 화합된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 가족 대표로 수계증을 받는 김세원 거사 가족.

김 거사와 조 보살의 두 딸 나영, 서현 양도 장궤합장을 줄곧 따라하며 1시간이 넘는 법회를 흐트러짐 없이 동참했다. 이들은 “절에 와서 이렇게 오랫동안 법회에 있어보는 것은 처음이다. 조금 힘들기도 했지만 상쾌한 기분이 든다”며 “스님께서 계율을 설명하는 부분이 마음에 와 닿았다.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계율은 꼭 지키고 싶다”고 발원했다. 백양사 측은 이날 법회에 동참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는 팔목에 연비도장을 찍는 것으로 향 연비를 대신하며 어린 수계자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백양사 주지 명본 스님과 더불어 이날 계사로 동참한 통도사 포교국장 선본 스님도 수계자들의 법명 뜻을 하나하나 설명하며 불제자로 거듭난 가족 수계자들을 축하했다. 스님들의 법문과 설명에 눈과 귀를 집중한 가족들은 저마다 서로의 법명을 확인하고 불러주는 시간을 보내며 웃음꽃을 활짝 피웠다.

백양사는 이번 가족수계법회 뿐만 아니라 최근 지역 거점도량의 면모를 일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밤중 봉행되던 함월산 산신재를 주민들과 함께하는 공개 법석으로 끌어내며 함월산의 지리적 중요성과 불교적 가치를 고찰하는가 하면 봉축법요식을 각 신행단체가 참여하는 축제의 장으로 조성해 호응을 얻었다. 창건 역사를 조명하는 개산대재에서는 태풍 피해민들을 위한 복구기금을 십시일반 모금해 자비나눔의 가치를 더했다.  

▲ 이날 법회에는 16가족 60여명이 동참했다.

백양사 주지 명본 스님은 “백양사는 전통 가람의 품격을 갖추면서도 주거지역과 가까워 나들이 삼아 가족과 함께 사찰을 오가는 분들이 상당하다. 기존 신도들의 신심을 더욱 단단하게 여미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활동에 대해 거듭 모색하는 과정에서 가족수계법회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도 불성의 씨앗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기획한 이 법회가 신도들을 통해 이웃으로 소식이 전해지고 생각보다 많은 분이 수계를 신청해 주신 데 감사드린다”며 “사찰의 전통을 수호하는 법석을 오롯하게 이어가면서도 젊은 세대들도 부담 없이 도량을 찾아와 부처님의 가르침과 인연을 맺을 수 있는 계기를 지속적으로 마련해 울산의 대표적인 포교도량으로서의 가치를 굳건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홍서원과 기념촬영을 끝으로 수계법회가 마무리된 시간에도 삼삼오오 백양사에 들어서는 이들이 제법 많았다. 일정상 법회에 참석하지 못한 가족들이 늦게라도 도량을 찾아와 수계 발원을 하기 위함이었다. 배웅과 마중을 함께 하는 명본 스님의 손끝은 한 줄기 향이 되어 늦은 참가자들의 마음에 연비를 계속 이어갔으리라. 함월산의 단풍도 수계 가족들이 한 가족 한 가족씩 늘어갈 때마다 더 붉은 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울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366호 / 2016년 1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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