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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위층 집 아이

갈등 해결 위해선 감정 대응보다 이해심이 먼저

얼마 전 우리 집 바로 위층으로 이사 온 젊은 부부가 인사를 왔다. 수박을 한통 내밀며 6살 딸과 4살인 아들을 두었다며 약간 시끄러울 수 있으니 양해를 구한다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필자는 “아이들이 그럴 수도 있지요, 단 너무 뛰지 않도록 주의만 좀 시켜주세요”라며 위아래 층 인연을 환영하였다. 그런 다음 날부터 층간소음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아이들이 아침 7시경부터 뛰기 시작하여 밤 11경까지 쿵쾅거린다. 의자에서 뛰어내리는 소리, 때론 벽에 등을 치는지 우리 거실 바닥까지 쿵 내려않는 것 같아 염려되기까지 한다. 어쩜 저렇게 잘 뛸까 궁금할 정도로 아이들은 지칠 줄 모른다. 일주일 동안을 지켜보다 큰 마음먹고 위층 집을 노크했다. 부부는 직장에 출근했다며 할머니가 문을 열어주었다.

행동 습관 되려면 반복해 상기
부모는 행동 의미 깨우쳐 줘야
공동소유는 상호 배려가 관건

두 아이는 벨소리에 뛰던 걸 멈추었는지 땀에 젖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채 다소 어색한 표정으로 필자를 쳐다보았다. 아이의 눈빛에서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본 뒤 준비해간 아이스크림을 건네며 “애들아, 안녕! 나는 아래층에 살거든. 너희들과 인사하려고 왔는데 우리 악수 할까?”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아이들이 선뜻 나서지 않자 할머니가 “이리와 인사해야지 뭐해?”하자 어색한 듯 손을 내민다. 근방의 어린이집에 다니는데 방학이라 집에 있다고 했다.  “네 이름은 뭐야?” “송이” “응, 예쁜 이름이네, 우리 친하게 지내자. 근데 우리 약속하나 할까? 너희들이 쿵쿵 뛰지 않으면 다음번엔 더 맛있는 걸 사주고 싶은데 어때 약속 지킬 수 있어?” 제안에 여자아이가 고개를 끄덕였고 이날만큼은 위층이 조용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또다시 뛰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어떤 행동을 습관들이려면 반복적으로 상기시켜주어야 잊지 않는다. 그래서 부모의 반복교육을 필요로 한다. 아파트 주변에서 가끔 위층 가족을 만나는데 그때마다 송이는 “10층 아줌마다” 반가워하며 두 손을 배 앞에 모은 배꼽인사를 하니 이런 천진한 아이에게 뛴다고 불평할 수는 없어 이젠 적응 중이다. 거실 바닥에 매트를 깔아 괜찮을 거라며 딸아이가 좀 많이 뛰는 편이라고 미안해하는 송이 엄마의 배려도 고맙다. 늘 움직이는 아이들의 특성은 사대요소 중 바람의 성질이니 그 누가 이 성장에너지를 막겠는가? 자신의 행동이 남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도록 가르치는 부모의 역할이 있을 뿐이다.

부처님은 ‘맛지마니까야’의 ‘사자후 품’에서 “수행승들이여, 나는 악하고 불건전한 것에서 재난이 있고 타락이 있고 불결한 것을 보고, 선하고 건전한 것에서 출리가 있고 공덕이 있고 청정한 것을 본다”고 하셨다.
 
모든 재난이나 타락은 악하고 건전하지 못한 마음에서 비롯한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도 알고 보면,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이나 불건전한 사고가 원인이다. 거기에 악한 마음이 가세하면 상황은 재난으로 갈 수 있다는 부처님의 말씀처럼 문제에 대한 감정적 대응보다는 선한 이해심의 대응이 해결을 위해 더 좋다. 인구는 많고 땅은 한계가 있으니 좋든 싫든 우리는 아파트라는 공동건물에서 여러 가구가 어울려 살 수 있다. 공동이란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함축하는 말이니 아파트 거주자로서의 지켜야할 나름의 수칙이 있다. 이를 테면 위아래 층 가족과 친절하게 지내기. 내 아이가 집안에서 뛰지 않도록 주의시키기, 악기 등의 연습은 낮 시간으로 제한하기, 층간소음 등 갈등문제는 서로 다투기보다 관리사무소에 중재를 요청하기 등이다. 더불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도 시대에 맞는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아파트 에티켓 등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두었으면 한다.

황옥자 동국대 명예교수 hoj@dongguk.ac.kr


[1366호 / 2016년 11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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