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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사태’ 책임서 불교계도 자유롭지 않다

기자명 이병두

[논설위원 칼럼] 이병두 전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관

최근 논란되고 있는 인사들
청불회장 등 역임했던 인물
그들이 바른길 갈 수 있도록
불교지도자들 직언을 했어야

최근 몇 달 동안 ‘최순실-차은택’에게 대통령이 휘둘리고 정부의 여러 부처들이 농락당해온 것이 밝혀지면서 이에 분노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온 나라를 흔들고 있다. 이 분노의 대열에는 세대· 지역과 보수· 진보의 차이도 없고,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점에서 모든 국민들이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최-차’에게 끌려 다니며 어리석은 짓을 일삼아온 대통령 곁에서 함께 문제가 되고 있는 고위 인사들 중에서 ‘청와대불자회(청불회)’와 관계된 이들이 많아서 마음을 어둡게 한다. 국무총리로 지명되었다가 결국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된 김병준씨는 노무현정부 시절 청불회장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에서 청불회장을 지낸 유민봉 수석, 그 뒤를 이어 그 자리를 맡기로 했다가 갑자기 청와대를 떠났던 조윤선 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그리고 그 뒤에 청불회장 취임이 예상되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이 모두 현재의 난국을 가져온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청불회’는 개신교 장로인 김영삼 정부 시절 ‘불교 홀대’라는 여론에 밀려 급하게 만들어진 조직이었다. 어쨌든 조계종을 비롯한 각 종단에서는 이 나라 최고 권부의 고위 인사가 맡는 회장에게 잘 보이려고 하였고, 역대 청불회장 취임식에는 각 종단 총무원장을 포함해 숱한 사람들이 찾아와 악수를 하고 기념사진에 흔적을 남기려고 하였다. 그런데 이 ‘청불회’ 출신 인사들이 문제의 핵심이 되었으니 창피한 일이 아닌가.

사왓티[舍衛城]의 빠세나디 왕은 그의 왕비 말리까와 함께 부처님을 믿고 따르던 재가 인사들 중에 손꼽히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도도했던 그가 쉽게 부처님 제자가 된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왕비의 간청으로 처음 부처님을 뵈었을 때 자신의 오만한 태도에도 흥분하거나 동요하는 기색이 없이 차분하게 말씀을 해주는 데에 감동한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 이 세상에 아무리 작아도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이 네 가지가 있습니다. 왕자·독사·불씨·수행자, 이 네 가지는 아무리 작아도 가벼이 보아서는 안 됩니다.” 첫 만남의 자리에서 왕에게 이렇게 말씀하시자 그는 자신을 낮추기 시작한다. 부처님의 눈빛과 목소리에 이미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당당함과 위엄이 서려 있었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말씀을 이어간다. “독사는 아무리 작아도 주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맹독을 지닌 독사는 한 뼘 길이의 새끼도 거대한 코끼리를 쓰러뜨릴 수 있습니다. 그런 뱀을 가벼이 여겨 함부로 만진다면 그는 목숨을 보장하기 힘들 것입니다. 불씨는 아무리 작아도 조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손톱만한 불씨라도 바람이 도우면 산과 들을 모조리 태웁니다. 그런 불씨를 가벼이 여긴다면 그에게는 재앙과 커다란 손실이 기다릴 뿐입니다. …”

자존심이 매우 강하였던지라 빠세나디 왕이 첫 만남에서 제자가 되지는 못했지만, 왕비의 설득으로 결국 제자가 되어 종종 부처님을 찾아뵙고 자신의 아픔과 속사정을 털어놓거나 국가 중대사를 묻기도 하였다. 그런 왕에게 부처님은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자비로운 마음으로 백성들을 보살펴야 합니다. 그릇된 견해를 멀리하고 올바른 길을 가십시오. 교만하지 말고 남을 얕보지 마십시오. 간신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말고, 왕이라 해도 법을 어기지 마십시오.”

 
대통령의 곁에서 독사와 불씨가 되어 정부에 맹독을 퍼뜨리고 온 나라에 혼란의 불을 번지게 한 ‘최-차’를 조심하라는 말을 해주어야 할 사람들이 바로 부처님 제자를 자처하는 ‘청불회’ 회원들이었고, “간신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말고, 대통령이 법을 어기면 안 된다”고 직언해야 할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었다. 그리고 ‘청불회’에 기대어 예산 지원이나 받겠다고 하지 말고, 그들에게 진짜 부처님 제자의 길을 알려주어 국정을 안정시키고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주어야 할 책임은 각 종단의 불교지도자들에게 있었다.

beneditto@hanmail.net
 

[1367호 / 2016년 11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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