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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과 백남준이 만나 세상을 바꾸다

  • 문화
  • 입력 2016.11.09 18:38
  • 수정 2016.11.1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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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미술사를 화려하게 수놓은 거장들과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로 일컬어지며 독보적인 예술세계를 펼쳤던 백남준이 만나면 어떤 작품이 탄생할까. 간송미술문화재단과 백남준아트센터가 공동 기획한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문화로 세상을 바꾸다’는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김명국·심사정·최북·장승업과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백남준의 시대·장소를 초월한 ‘콜라보레이션’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다.

간송미술문화재단·백남준 아트센터
조선시대 화가·백남준 대표작 매칭
서울 DDP, 2017년 2월5일까지
 

▲ 백남준作, '코끼리 마차', 1999~2001. 심사정의 ‘촉잔도권’과 매칭해 ‘이상향을 찾아가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간송미술문화재단제공
11월9일~2017년 2월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조선시대 작가 4명의 작품 50여점을 출품한다. 조선 중기 화단의 대가인 연담 김명국과 조선 남종화의 대가 현재 심사정, 기이하고 독특한 품행으로 잘 알려진 호생관 최북과 조선 말 화원화가 오원 장승업의 작품들이 그것이다. 독특한 것은 이 작품들이 단순하게 나열된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백남준의 작품들과 연결돼 또 다른 예술적 지평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출품한 28점은 1950년대 독일 플럭서스 활동기의 자료들부터 1960년대의 기념비적 퍼포먼스 영상인 ‘머리를 위한 선’, 1970년대의 대표작 ‘TV부처’ ‘TV첼로’ 등이다. 1980년대 이후 시기의 대표적 설치작품 ‘비디오 샹들리에 1번’ ‘코끼리 마차’ ‘달에 사는 토끼’ ‘TV 시계’도 놓칠 수 없는 명작들이다. 간송미술문화재단과 백남준아트센터는 각각 출품한 작품들의 연관성에 주목, 조선시대 거장들과 백남준의 연결을 시도했다.

▲ 좌, 백남준作, 'TV부처', 1974/2002. 우, 최북作, '관수삼매', 견본담채, 31.6*11cm. 사진-간송미술문화재단제공.
우선, 최북의 ‘관수삼매’와 백남준의 ‘TV 부처’가 ‘깨달음에 대하여’ 섹션에서 만난다. 가부좌한 스님이 물가를 응시하는 ‘관수삼매’, 부처님이 TV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응시하는 ‘TV 부처’는 나와 외부 대상이 둘 아님을 직관하며 스스로에 집중할 때 깨달음이 다가온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각자의 방식으로 깨달음을 표현했던 두 작품은 이번 만남을 통해 새로운 구도를 그려내며 미욱했던 인식이 성찰을 거쳐 성숙으로 향하는 모습을 더욱 세밀하게 풀어내고 있다. 장승업의 ‘기명절지도’ 4폭과 백남준의 ‘비디오 샹들리에 1번’은 ‘복록과 수명, 그리고 부귀의 상징’ 주제의 섹션에 함께 배열됐다. ‘기명절지도’는 진기한 옛 그릇과 길상을 상징하는 꽃, 과일, 동물을 배치해 복을 구하는 의미로 그려진 그림이다. 구체적으로 물고기는 경사스러운 일을 상징하며 감·밤 등의 과일은 일이 잘 풀리고 자손이 번창하길 바라는 마음을 나타낸다. 전시 주최 측은 ‘비디오 샹들리에 1번’ 또한 르네상스 시기 이후 부유층의 전유물이 된 샹들리에를 정보의 창구인 TV와 조합해 모든 사람이 부귀·영화를 누리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해석했다. ‘복’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옛 거장과 현대 거장의 시각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좌, 백남준作, '비디오 샹들리에 1번', 1989. 우, 장승엽作, '기명절지', 견본담채, 131.2*33.7cm. 사진-간송미술문화재단제공.
심사정의 ‘촉잔도권’과 백남준의 ‘코끼리 마차’의 만남은 ‘이상향을 찾아가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심사정은 중국 남종화풍에 전통화풍을 접목, 조선 남종화풍을 완성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촉잔도권’은 그의 유작으로, 가로 8m에 이르는 대형 두루마리 그림이다. 굽이굽이 이어진 산길과 깊은 계곡이 시선을 사로잡다가, 어느 순간 한갓진 풍경의 강이 나타나 자연풍광의 신비로운 조화를 보여준다. 산길과 계곡의 역경을 딛고 일어선 이들이 누리는 풍요로운 강의 여유를 상기시키는 듯하다. 백남준의 ‘코끼리 마차’에서는 마차에 가득 실린 TV를 끌고 가는 부처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만인을 평등하게 대했던 부처님처럼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던 정보를 모든 사람에게 공유하는 미디어를 발원하는 백남준의 생각이 엿보인다는 설명이다.
▲ 좌, 백남준作, '달에 사는 토끼', 1996. 우, 장승업作, '오동폐월', 견본담채, 145.1*41.4cm. 사진-간송미술문화재단제공.
‘상상력을 자극하는 달’ 섹션은 “달은 인류 최초의 텔레비전”이라는 백남준의 말을 모티브로 구성됐다. 상상력이 만들어낸 옥토끼가 달에서 나와 TV 속 달을 응시하는 백남준의 ‘달에 사는 토끼’와 봉황이 앉는다는 오동나무 아래 개가 앉아 달을 보고 짖는 장승업의 ‘오동폐월’이 대구를 이룬다. 달을 소재로 삼은 조선과 현대의 상상력에 관람객의 상상력을 더해보는 흥미로운 섹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파격과 일탈’ ‘세 사람’ 등의 섹션에서 동양적 이상향에 대한 조선 화가들과 백남준의 접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 마지막에 배치된 백남준의 비디오 작업들은 말년에 더욱 무르익은 이상향에 대한 모습을 담고 있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인간의 미래에 대한 낙관적 믿음과 이상향으로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해내고자 했던 것이 작가들의 공통점”이라며 “예술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좀 더 나은 삶의 방법을 찾고자 했던 작가들의 작품을 관람하며 세계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구범석作, '보화각 VR 이미지'. 사진-간송미술문화재단제공.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간송미술관의 전신 ‘보화각’을 가상현실(VR) 미디어로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간송미술관 내부와 소장품을 관람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작품 곳곳에 달을 배치, 이상향으로의 여행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367호 / 2016년 11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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