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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곳, 언어는 서로 달라도 ‘우리’는 다르지 않아요”

마주협 ‘이주민 어울림 한마당’ 현장

▲ 나라별 대항전으로 진행된 명랑운동회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네팔은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며 단체줄넘기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때 이른 추위가 옷깃을 파고든 11월 첫 주말, 아침부터 체육관에서 연이어 터져 나오는 시원한 함성에 훈훈함이 묻어났다. 이주민 200만 시대를 맞아 이주노동자와 결혼 이주민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가 열린 것. 움츠러드는 추위에도 얼어붙지 않는 따뜻함에 전국 각지에서 이주민들이 모여 들었다.

11월5일, 9개국서 500여명 참가
운동으로 어우러져 우정 쌓아

환상호흡으로 나라별 경기 대항
각 나라 전통 춤 등 공연도 펼쳐

자승 스님, 1000만원 자비나눔
한국인 70여명 봉사로 유대감도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상임대표 정호 스님)는 국제전법단과 함께 11월6일 서울 동국대부속고등학교 실내체육관에서 ‘2016년 이주민 어울림 한마당’을 개최했다. 올해로 8회를 맞이한 ‘이주민 어울림 한마당’에는 방글라데시, 베트남, 네팔, 미얀마, 스리랑카, 캄보디아, 몽골, 중국 등 9개국에서 500여명이 참석해 타국생활의 외로움을 잊고 즐거움을 나눴다.

▲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한국사회 든든한 구성원이 된 이주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자비나눔기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

지난 2008년 시작돼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함께 어우러지며 서로의 우정을 다지는 기회를 제공해왔던 ‘이주민 어울림 한마당’은 불교계의 대표적 다문화지원활동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올해는 아름다운동행, 조계종 중앙신도회,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도 동참, 불교계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행사가 더욱 빛났다.

나라별 대항전으로 진행된 ‘명랑운동회’는 깃발뽑기, 단체줄넘기, 지네발 릴레이 등 승패와 상관없이 남녀노소 모두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각 팀은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며 흥미진진하게 경기를 이끌었다. 특히 깃발뽑기와 단체줄넘기에서는 네팔이 모두 우승을 차지해 주목을 받았다.

▲ 평소 빠듯한 한국생활을 해야만 했던 이주민들에게 이날 어울림 한마당은 그동안의 피로를 말끔히 날려버리는 청량제가 됐다.

응원 열기도 만만치 않았다. 이주민들은 본국의 국기를 흔들며 자국 선수 응원에 열을 올렸다. 경기 초반에 탈락한 나라의 이주민들도 다른 나라를 응원하며 축제를 한껏 즐겼다. 경쟁보다는 흥겨운 축제를 즐기며 열정 담긴 광경이 체육관을 가득 채웠다.

평소 웃을 시간도 없을 만큼 매일매일을 빠듯한 일정 속에서 회사생활을 해야만 했던 이주민들에게 이날 어울림 한마당은 그동안 누적된 피로를 말끔히 날려버리는 청량제가 됐다. 이주민들은 경기 우승과 상관없이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진 분위기 자체가 감동과 즐거움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 이주민들은 자국 선수들을 위한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90여명의 스리랑카 이주민들을 인솔해 행사에 참석한 스리랑카 마하위하라 사원 담마끼띠 스님은 “운동회 덕분에 평택, 양주, 광주 등 각지에 흩어져 있던 스리랑카 출신 이주민들이 오랜만에 모일 수 있었다”며 “한국지리도 잘 모르고 말이 서툴러 외출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던 이주민들에게 활력소가 됐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광주에서 올라온 베트남 출신 박은정씨는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공장생활로 지쳐있는 상태였는데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기분 전환했다”며 “앞으로도 이주민 행사가 계속 지속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축제는 이주민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아시아 불자들의 축제라고 해야 더 정확하다. 오산 대각사에서는 한국음식뿐 아니라 각국 음식문화에 맞춰 다양한 식재료로 구성단 맛깔스러운 점심공양을 준비했다.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행복한이주민센터, 사단법인 서담 등에서는 70여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석, 행사 진행뿐 아니라 이주민들과 한 팀에서 땀 흘리며 경기에 임했다. 운동회를 통해 이주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거두고 서로가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이라는 유대감을 공고히 하고자 하는 주최 측의 염원이 담긴 것이다.

▲ 올해 8회를 맞이한 이주민 어울림 한마당에는 9개국에서 500여명이 참석해 타국생활의 외로움을 잊고 즐거움을 나눴다.

마주협 상임대표 정호 스님도 “태어난 곳, 사용하는 언어는 다르지만 우리는 다르지 않다”며 “너와 내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소중한 자리”라고 어울림 마당의 의미를 전했다.

점심공양 후 진행된 문화행사에는 동남아시아 각 나라의 전통의상을 입고 펼치는 민속전통공연이 진행돼 이주민들의 향수를 달랬다. 캄보디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미얀마 등은 전통춤과 노래를 선보이며 각 나라의 문화를 한껏 뽐냈다. 또  경기도 오산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밴드 ‘제이모닝’이 축하공연에 나서 신나는 음악을 선보이며 운동회의 흥을 돋웠다.

전국에서 모인 이주민들의 열정에 한국불교계도 격려를 이어갔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물리적 경계는 이념일 뿐이며 존중 속 서로 구분 없는 삶으로 모든 생명체가 의지하고 살아가야 할 것”이라며 “이주는 누구나 경험하는 것이며 지구는 누구의 소유물이 될 수 없으니 모두가 누릴 권리가 있다. 오늘 하루만큼은 힘들었던 일은 잊고 즐겁고 행복한 여러분의 날로 만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사회 든든한 구성원이 된 이주민들에 감사 인사를 전한 자승 스님은 자비나눔기금 1000만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기흥 중앙신도회장도 “‘이주민 어울림 한마당’은 우리가 모두 한 생명의 공동체라는 부처님 가르침처럼 이주민 노동자와 다문화가족들이 하나 되는 행사”라며 “뜨거운 열기로 인종, 언어, 문화를 초월한 소통과 화합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격려금 500만원을 전달해 운동회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날 어울림한마당에서는 2달 전 각국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글짓기 공모전 수상작에 대한 시상이 있었다. 대상은 중국출신 결혼이민자 원해연씨에게 돌아갔다. ‘곱게 물들어가는 단풍처럼’이라는 수필로 대상의 주인공이 된 원해연씨는 “내 아이는 두 가지 문화를 경험하고 현재 세 가지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다언어 사용자”라며 “태어난 환경과 부모는 바꿀 수 없지만 스스로 운명은 바꿀 수 있다. 스스로 다문화가정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정확한 발음으로 자신의 글을 또박또박 읽어내러 간 원해연씨에게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직접 상금을 전달하고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운동회 마지막은 행운권 추첨으로 장식됐다. 자전거, 화장품, 노트북 등 다양한 상품덕에 행사는 더욱 풍성해졌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상품은 이주민 각자가 얻은 마음의 풍요로움일 것이다. 다시금 시작될 빡빡한 한국생활이지만 삶의 의지를 다진 이주민들은 다음 만날 날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을 나눴다. 이주민들의 싱그러운 미소를 따라 추위 속 가을 햇살도 환하게 넘실거렸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367호 / 2016년 11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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