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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가지 불교개념으로 사유의 지평을 넓히다

  • 불서
  • 입력 2016.11.14 16:16
  • 수정 2016.11.1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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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를 철학하다’ / 이진경 지음 / 휴

▲ ‘불교를 철학하다’
1에 1을 더하면 반드시 2가 돼야 한다. 1에 1을 더했는데 1이 되거나 3이 되는 경우는 생각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에게 일종의 불변 진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에 1을 더하면 반드시 2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물 1방울에 물 1방울을 더하면 물 2방울이 되지만 1방울이 되기도 하고 3방울이 되기도 한다. 관념 속에서 물 1g과 물 1g을 더하면 2g이지만 현실에서는 결코 2g이 될 수 없다. 물 1방울에는 햇볕과 바람과 물을 담는 그릇 등 모든 인연이 관계하고 있으며 이런 이유로 물 1방울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상의 통찰은 차이의 철학
철학과 과학이 침윤된 불교
이해 넘어 사유 공간 열어

변하지 않은 실체, 혹은 불변의 어떤 것을 찾는 것은 인류의 오래된 착각이었다. 그러나 불교는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 인류에 놀라운 반전을 선사했다. 변하지 않는 본성이나 실체는 없으며 변화만이 진실이라고 가르쳤다. 그것을 알고 인정하며 그런 원리에 입각해 사는 것이 참다운 길이며 또한 행복이라고 다독였다.
그러나 불교 또한 오랜 세월의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오늘날 역설적이게도 ‘깨달음’이라 불리는 불변의 어떤 것을 찾아 헤매는 형이상학의 종교로 변질돼 버렸다. 과거의 권위와 전통으로 한껏 치장한 불교는 현재를 잃어버림으로써 박제화된 종교로 전락했다. 이 책은 철학자 이진경이 사유하고 침잠했던 불교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낸 것이다. 현대철학으로서의 불교, 나아가 불교의 개념을 현재로 가져와 우리 삶에 투영해 봄으로써 이론으로서의 불교가 아닌, 지금 살아 숨 쉬는 삶의 지표로서의 불교를 지향하고 있다.

“불교의 가르침을 꼽을 때 가장 먼저 드는 것 중 하나가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다. 제행무상이 바로 본체고, 그것 이외에 본체는 따로 없다는 것이다. 무상성이란 동일성이 없음이고, 동일성에 반하는 것은 ‘차이’다. 무상을 본다 함은 동일해 보이는 것조차 끊임없이 달라져가고 있음을 봄이다.  이런 의미에서 무상의 통찰은 곧 차이의 철학으로 이어진다.”

“무주상 보시는 특별히 따로 있기 이전에 우리의 삶 속에 항상 있는 것이다. 나의 존재가 기대어 있는 것, ‘연기적 조건’이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내게 존재를 선물하는 것이다. 부처란 매 순간의 존재와 삶이 거대한 우주적 스케일의 선물임을 알고 받는 사람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불교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 25가지를 다룬 책은 철학자의 글쓰기답게 촘촘하면서도 넓다. 개념에 대한 명확한 이해로부터 시작된 글은 철학과 과학, 예술 등 폭넓은 학문적 스펙트럼을 통한 깊이 있는 구성으로 이해의 폭과 사유의 지평을 확장시킨다. 받들고 숭배해야 하는 불교가 아닌 자신의 삶 속에 투영해 현실을 살아가는 길을 찾게 한다. 배움을 넘어 깊은 사색의 공간까지 열어주는 놀라운 힘이 있다.

▲ 저자는 불교가 종교나 철학적 이해를 넘어선 체험적 사유라고 말한다.

철학자인 저자에게 불교는 아주 가까이 있어도 멀리 떨어진 종교였다. 무언가 알 수 없는 철학적 향기가 느껴지긴 했지만 찾아서 읽어볼 생각은 전혀 못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읽게 된 ‘벽암록’의 심오함과 유머러스, 고준함에 매혹되었다. 이후 오랜 시간을 두고 스스로에게서 발견한 ‘아상’의 일방성에 대한 반성과 ‘무아’가 설하는 열린 철학에 빨려들면서 그의 운명의 지침들도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에게 불교는 종교나 철학적 이해를 넘어 오랜 세월 신체와 영혼에 스며들어 만들어낸 체험적 사유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책은 2015년 법보신문에 1년간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만든 것이다. 저자는 창문 밖에서 들여다본 불교이거나 창문 안에서 내다본 불교이기를 거부한다. 자신의 글이 안과 밖이 드나들면서 만나고 섞여서 지나간 발자국들로 더러워진 문이기를 기대한다. 저자는 ‘21세기’로 명명되는 시대, 그 연기적 조건에 따라 어떤 현대철학보다 더 현대적인 철학으로, 어떤 윤리보다 더 현대적인 삶의 방법으로 불교가 스스로 불사르며 재탄생하는 시간을 고대하고 있다. 1만6000원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367호 / 2016년 11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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