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철 동국대 교수 논문 발표
초기경전 통해 대승비불설 반박
보살·타방불국토·법공사상 모두
초기불전 연원…불교 본질 담겨
이 논문은 불교학연구회(회장 최종남)가 11월12일 동국대 초허당 세미나실에서 개최한 추계학술대회 ‘불교 전래에서 교학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에서 발표됐다. 김 교수는 대승비불설(大乘非佛設), 즉 대승불교는 부처님 말씀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으로 “그렇다면 현존하는 초기삼장은 불설 그대로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논의를 시작한다. 김 교수는 “아쇼카왕 비문에 적힌 불전을 부처님 직설로 추정하지만, 현존하는 빠알리 니까야에서 해당 경전을 정확하게 지목하기 힘들 뿐 아니라 현존하는 초기삼장의 분류방식이 아쇼카왕 당시 존재했을 것 같지도 않다”며 “대승도 부처의 직설이 아니지만 현존하는 빠알리 니까야나 한역 아함경 역시 부처님 교설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교의 근본을 추구하는 과정을 ‘껍질을 벗기고 벗겨도 알맹이를 찾을 수 없는 양파 까기’에 비유했다. 김 교수는 “불교가 양파와 같아서 그 알맹이를 찾을 수 없다면,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른다고 할 때 무엇에 의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라며 “분명한 것은 초기불전들이 대승불전에 비해 석가모니 가르침에 더 근접해 있다는 점이고, 따라서 대승불전의 교리가 불교이기 위해서는 그 근거를 초기불전에서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사성제 취지 부합’을 불교이기 위한 기준으로 제시한 뒤 ‘육바라밀의 보살도’ ‘타방 불국토의 우주론’ ‘반야계 경전의 법공 사상’ 세 가지 측면에서 대승불교 교리를 살폈다. 우선, ‘본생담’의 보살과 대승보살들의 육바라밀에 대해 “초기불전과 아비달마문헌에서 ‘석가모니의 전생 보살’의 실천덕목이었던 ‘육바라밀’이 반야계 경전을 비롯한 대승불전에서는 ‘발심한 모든 보살들’의 실천덕목으로 확장된다”며 “즉 대승불전의 보살도는 그 연원을 초기불전인 ‘본생담’에 두는 것으로, 이는 ‘본생담’의 논리적 귀결이며 발전적 계승”이라고 강조했다.
타방불토 사상 또한 삼천대천세계 공간론과 성주괴공 시간론의 귀결인 까닭에 고성제에 대한 전 우주적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일반적인 초기삼장에는 타방 불국토에 대한 언급을 볼 수 없지만 ‘삼천대천세계가 파괴되는 괴겁의 시기에 죄의 과보를 더 받아야 할 중생은 어떻게 될까’라는의문에 대해 ‘대루탄경’ ‘아비달마구사론’ ‘증일아함경’ 등은 ‘다른 곳의 부처님 나라에 있는 악도에 태어난다’고 대답한다”며 “이를 통해 일부 초기불전과 아비달마문헌에서 타방불국토와 타방불 이론이 출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외견상 초기불전 가르침 전체를 부정하는 듯 보이는 ‘반야심경’에 대해서는, 교화 대상이 초심자가 아닌 성인의 지위에 오른 대중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김 교수는 “‘반야심경’을 포함한 반야계 경전에서 ‘공성에는 오온, 십이처, 십팔계, 사성제, 십이연기 등의 법들이 없다’고 선언한 것은 부처님께서 법을 설하신 원래 취지를 일깨우기 위한 것”이라며 “초기불전에 실린 ‘뗏목의 비유’처럼, ‘반야심경’의 선언은 초기불전의 취지를 도외시한 채 목적·수단이 전도돼 법에 집착하는 부파불교도들의 잘못된 태도를 바로잡기 위해 외친 불교 회복의 구호”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논의들을 바탕으로 대승불교의 대표적인 교리인 보살사상, 타방 불국토 사상, 반야경의 법공사상이 모두 초기불전에 그 연원을 둔다고 설명했다. 대승불교의 대표적 교리 세 가지 모두 그 근거나 취지가 초기불전의 가르침에서 벗어나거나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일반적인 의미와 달리, 양파의 경우 벗겨지는 껍질들은 모두 육질(肉質)로서 껍질이 곧 본질인 것”이라며 “2500여년에 걸쳐 전승되고, 편집되고, 재해석되고, 재창출된 대소승의 불전들은 바로 이런 양파와 같으며 불교의 본질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편시설(方便施設), 대기설법(對機說法), 응병여약(應病與藥)의 방식으로 설시된 석가모니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 역시 양파의 심부를 구성하는 껍질이고, 그 외피를 다시 아비달마교학의 껍질이 감쌌으며 이어 반야중관, 유가행 유식, 밀교의 외피가 계속 뒤를 이어 대승의 기치를 건 수많은 불전들이 편집·창출됐다”며 “현재 동아시아 불교계에서 신봉하는 대승불전들 모두는 각 시대와 지역과 문화에 부응한 법신불의 대기설법”이라고 덧붙였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68호 / 2016년 1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