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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닮아가는 삶 속에 진정한 삶의 지표 있었죠”

임건태 소방설비업체 ‘세종21’ 대표

▲ 임건태 대표는 “행이 없는 깨우침은 알음알이일 뿐,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며 “복지, 보시, 전법 무엇 하나 소홀히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아직 채 동이 트지 않은 시간. 작은 불단 앞 일렁이는 촛불 하나가 어둠을 물린다. 은은한 향내는 새벽 공기를 타고 흘러 정신을 맑히고 청명한 목탁 소리는 무명을 깨웠다. 임건태(61, 도봉) 세종21 대표는 잠시 선정에 들었다. 좌복에 앉은 그 모습에 경건함마저 묻어났다. 오전 5시, 그의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매일 아침 임 대표는 예불과 기도로 일상을 깨운다.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서 매순간 깨어있는 하루를 살기 위한 임 대표의 방편이자, 불자로서 부처님을 닮아가는 삶을 발원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는 아예 작은 방에 부처님을 모신 불단을 조성해 가족 모두가 예불과 기도를 할 수 있는 신행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매일 아침 예불·기도·사경
바쁜 일상 지탱하는 활력
‘소방설비 명인’ 선정 괘거

2012년 16기 포교사 품수
포교사단·각원사서 봉사
이제는 ‘부부 전문포교사’

지장기도까지 끝내고 나면 어느새 6시가 훌쩍 지나 있다. 분주히 출근 준비를 하고 천안 서북구에 위치한 사무실로 향한다. 오전 7시50분, 직원들이 출근하기엔 다소 이른 시간이기에 언제나 처음으로 출근도장을 찍는다. 임 대표의 남다른 아침은 회사에서도 여전하다. 익숙한 동작으로 CD플레이어의 버튼을 누르자 ‘지장경’ 독경소리가 사무실을 채운다. 향 하나를 사른 뒤 그가 펼쳐든 것은 ‘화엄경’ 사경집. 한 자 한 자 신중히 써내려가는 모양새가 흔들림 없이 진중하다.

▲ 사무실 책상 위 항상 있는 염주.

매일 아침 눈을 뜬 순간부터 업무 시작 전까지 예불, 기도, 사경이 물 흐르듯 이어지는 일상이다. 수년째 변함없이 유지해 온 까닭에 어느새 몸에 밴 습관이 됐다. ‘화엄경’ 사경은 올해로 2년째, 이미 2회를 끝내고 3회 차에 접어들었다. ‘화엄경’ 이전에는 ‘광명진언’ ‘반야심경’ ‘법화경’ ‘천수경’을 사경했다. 광명진언 사경만 2만8000회, 반야심경·천수경은 각각 1000회를 회향했다.

남들보다 이른 아침, 이토록 분주한 이유가 있을터다. 그는 “신행생활을 하려고 해도 업무 시간 중에는 짬이 나질 않는다”며 미소를 머금었다. 실제로 그의 일상은 숨 돌릴 틈 없이 바빴다. 한 시간 남짓 진행된 인터뷰 중에도 그를 찾는 전화가 끝이 없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 안 바쁘면 그게 걱정이지요. 오히려 이른 아침의 일과가 하루 일상을 지탱해주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예불 올리고 사경을 통해 부처님 가르침을 되새기니 시시때때로 엄습하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게 되지요.”

아침 예불과 수행을 시작한 후에는 저녁 술자리도 크게 줄었다. 사업을 하는지라 술을 끊긴 어렵지만, 취할 정도로 마시는 일은 거의 없다. 임 대표는 “사실 반평생을 불자로 살아왔지만 ‘진정한 불자’로서 살기 시작한 것은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고 미소를 머금었다.

2007년 그는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세종21’을 설립했다. 반평생 소방·안전설비 한 분야에만 매진했고 관련 자격증도 7개나 가지고 있었지만 사업 기반을 다지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거래처 발굴을 위해 발에 땀이 나도록 뛰었고 기술력 향상을 위해 연구에 매진했다. 바쁜 와중에도 ‘봉사’는 했다. 그래도 ‘불자’인데 최소한의 실천행은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지역 기반 봉사모임을 찾다가 지역 인맥도 다질 수 있는 로터리클럽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로터리클럽은 사실상 기독교에 가까운 성향이 많았다. 그래서 아쉬웠다.

▲ 아우내인빛복지관 봉사 모습.

아쉬움은 다시 부처님을 향한 갈증으로 이어졌다. 2009년 각원사불교대학 8기생으로 입학했다. 그는 열정적으로 공부에 매진했다. 그동안 ‘어설픈 불자’로 살며 접했던 교리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됐고 환희심까지 느꼈다. 불교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각원사불교대학 동문회장으로 활동하며 봉사와 신행에 앞장섰다. 그리고 2012년, 그는 조계종 포교사고시에 합격해 조계종 제16기 포교사 품수를 받았다.

매일 아침 예불과 수행이 습관으로 정착된 것도 그즈음이다. 그의 마음도 밖이 아니라 안으로 향했다. 가족들도 조금씩 바뀌었다. 우선 ‘무신론자’였던 아내는 둘도 없는 도반이 됐다. 젊은 시절 불교 활동을 하느라 가정에 소홀한 그에게 “내가 교회라도 나가야겠다”고 으름장을 놓던 아내였다.

임 대표는 “조계종 포교사가 된 후 처음으로 포교한 사람이 바로 아내”라고 말했다. 아내는 사실 그가 불교 활동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젊은 시절 불교활동을 한답시고 가정에 소홀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엔 불교를 향한 열정만 대단했다”고 그는 회상했다.

30대 초반 무렵, 그는 대한불교청년회 서울지부에서 활동했다. 매일매일 불교에 빠져 살았다던 시기였다. 퇴근하면 집이 아닌 법당으로 갔고 주말에도 전국 사찰을 순례하며 108배를 하고 도반들과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에는 아내에게 “출가를 하고 싶다”고 했다. 아내는 “두 아이 다 키워놓고 가라”고 했다.

“돌이켜보면 당시 제가 했던 ‘불교 활동’은 열정만 가득했지 정작 도반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이 더 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사람들에겐 친절하면서 내 가족을 소홀히 하고 상처를 줬기에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임 대표는 그래서 지금이 더없이 행복하다. ‘진정한 불자’로 살기를 발원하고 나니 아내 역시 자연스레 불자가 됐고, 두 아들 역시 불교대학에서 공부하며 불자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올 6월 그와 아내는 나란히 조계종 전문포교사가 됐다. 그는 “지금은 아내가 나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니 오히려 가르침을 받곤 한다”고 미소를 머금었다. 부처님을 닮아가는 길, 그 길에 둘도 없는 도반인 아내가 있으니 더없이 든든할 뿐이다.

▲ 아내와 함께 제10회 전문포교사 품수를 받았다.

“포교사는 법복 입는 것이 다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사람이지요. ‘행(行)’이 없는 깨우침은 알음알이일 뿐,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복지·보시·전법 무엇 하나 소홀히 하고 싶지 않아요. 한번 시작한 길 끝까지 가봐야죠. 원력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잖아요.”

원력이 있다 보니 몸이 둘이라도 부족하다. 각원사불교대학 총동문회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주말은 거의 신행과 봉사로 보낸다. 아우내은빛노인복지관 배식봉사, 독거어르신 도시락배달, 목욕 봉사는 물론, 전문포교사로서 불교문화재해설도 이어간다. 4년째 천안 개방교도소 교정교화위원으로 활동하며 멘토링 봉사도 진행 중이다. 매월 정기후원만 34만원, 여기에 조계종 포교사단 대전·충남 지역단 동부총괄팀장으로 활동하며 지역 사찰의 불사를 챙기는 한편, 재능기부 형태로 사찰에 소방·안전 설비를 돕다보면 월급을 아내에게 가져다주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래도 아내는 아쉬운 기색 하나 없이 격려해 줘 더 고맙다.

임 대표는 “아내와 함께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삶을 살기 시작하면서 회사도 큰 어려움 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 안팎으로 안정적인 기술력과 건실함을 인정받은 데 이어, 올해에는 천안시로부터 안전관리·소방설비 분야의 명인으로 선정되는 쾌거도 이뤘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일궈낸 기술을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사찰에 회향하겠다는 서원도 세웠다. 

1984년 조계종 전 총무원장 인곡당 법장 스님은 그에게 ‘도봉’이라는 법명을 내리며 “이왕 가는 길 진리의 봉우리까지 가보라”고 했다. 법명 ‘도봉’은 그에게 있어 삶의 지표나 다름없다. 부처님을 닮아가는 불자로서, 그리고 안전관리·소방설비 분야의 전문가로서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이다. 삶을 관통하는 이 확고한 원력이야말로, 그의 온화하고 소탈한 웃음이 더욱 빛나는 이유가 아닐까. 

천안=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368호 / 2016년 1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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