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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웅 조계종 사노위 집행위원장-하

소외이웃 아픔 보듬으며 자비정신 실현

 
조계종에서 노동위원회를 만들겠다는 소식을 듣고 총무원을 찾은 지 얼마 후,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에서 연락이 왔다. 노동위원회를 꾸리는데 도와달라는 부탁이었다. 2012년 6월부터 근무를 시작했다. 하루하루 노동위원회가 모양을 갖춰가는 게 마냥 좋았다. 그렇게 2달 후인 8월, 종호 스님을 위원장으로 노동문제를 전담할 조계종 종령 기구 노동위원회가 출범했다.

쌍용차 10만배 법회 첫 행보
노동자위한 오체투지 등 진행
4년 만에 사회노동위로 개편
여러 스님 상근하는 체계되길

출범식 날, 노동위원회는 무차대회를 시작으로 노동자들의 아픔을 보듬고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는 불교가 되겠다고 발원했다. 나는 “노동자가 거리낌 없이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고 그들의 기대와 사랑을 받는 노동위원회를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그 마음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약자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 분명하다. 불교를 위한답시고 적당한 선에서 활동하는 노동위원회는 존재할 필요가 없었다.

무차대회 이후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자살해고자 분향소에서 하루 1000배씩 100일 동안 10만배 릴레이 기도법회에 들어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적을 때는 한두 명, 많을 때는 수백 명이 10만배 법회에 동참했다. 다음 해에는 2주에 한 번씩 동사섭 법회를 진행하고 각종 투쟁 현장을 찾아다니며 법회를 이어갔다. 해고노동자 등을 초청해 템플스테이를 열었고, 노동자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해 상처받은 노동자의 삶을 위로했다. 전국 20여개 노조와 연대해 비정규직 철폐와 처우개선,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노동위원회는 노동자들에게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했다. 2013년 크리스마스이브에 경찰의 수배를 피해 조계사에 피신했던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을 잊을 수 없다. 당시 조계종 총무원 집행부는 철도노조 사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정부 등에 대화를 통해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등 사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사건은 불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데도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 세월호 참사해역에서 진행한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 성공기원 선상 법회.

활동이 많아지면서 아쉬움도 커졌다. 활동하는 스님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나는 스님들이 현장에 와주시는 것만으로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다고 확신했다. 스님 참여를 대폭 늘리는 것은 물론 노동운동에서 인권, 여성, 빈곤, 장애,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활동을 위해서는 기구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1월, 노동위원회가 사회노동위원회로 확대 개편됐다. 실천위원스님 20명도 새롭게 위촉됐다. 이후 사회노동위는 일본군 위안부, 성소수자 등 사회 각계 문제들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사회노동위는 사회활동뿐 아니라 자비정신 실현을 구현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활동을 통한 불교적 실천으로 사회적 신뢰를 쌓고 노동자뿐 아니라 국민도 기대를 하도록 만들어 가고자 한다. 무엇보다 불교를 바로 세우고 위상을 제고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도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으로서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그중에서도 내년에는 이주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가져보려 한다. 이주민 200만 시대에 이주노동자들은 어느덧 우리의 이웃이 됐다. 우선 12월, 이주노동자 단체와 연계,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들을 위한 추모재를 열 계획이다.

나에게 바람이 있다면 사회노동위가 조금 더 체계를 잡는 것이다. 별도공간이 마련돼 실천위원 스님들이 수시로 오가며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고 기동성 있게 대처할 수 있는 체계가 절실하다. 나는 앞으로도 사회노동위원회의 발전과 불교의 사회적 실천을 위해 온 힘을 쏟을 것이다. 노동현장에서 보낸 30년이 헛되지 않도록 매일매일 부처님 법에 따라 투철한 정신으로 살아갈 것을 발원한다.

정리=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368호 / 2016년 1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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