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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오피니언 리더 75.5% “박근혜 퇴진해야”

  • 교계
  • 입력 2016.11.25 16:43
  • 수정 2016.11.29 14:55
  • 댓글 6

법보신문, 설문조사 결과
‘박근혜 퇴진’ 적극 동의
스님 74%·재가 81% 찬성
‘불교계 참여’ 75.5% “필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불교계 오피니언 리더 75.5%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보신문은 11월22~24일 조계종 교구본사주지, 중앙종회의원, 불교학회장, 불교단체 대표 등 출재가 지도층을 대상으로 현 시국과 관련한 긴급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불교 오피니언 리더의 75.5%가 “동의한다”고 밝혔다. 반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5.9%에 그쳤으며, “모르겠다”는 18.6%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성여론’이 79.5%(중앙일보-리얼미터, 11월24일)인 것에 비하면 다소 낮은 수치지만 보수성향이 짙은 종교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퇴진 반대’ 의견은 5.9%로 중앙일보 여론조사의 ‘탄핵 반대’ 14.6%보다 낮다는 점에서 불교계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일반국민에 비해 다소 높다는 점을 시사했다.

출재가로 구분하면 스님들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에 동의하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74.1%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6.2%에 그쳤으며, 19.8%가 “모르겠다”고 밝혔다. 재가자의 경우 “동의한다”는 의견이 81%로 스님들에 비해 다소 높았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4.8%, “모르겠다”는 14.3%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에 동의한다’는 응답자 가운데 지역별로는 호남·제주권이 80%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서울·경기권이 77.8%, 영남권이 76%, 충청·강원권이 58.3%로 조사됐다.

한국불교계의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불교 오피니언 리더들의 75.5%가 ‘박근혜 대통령 퇴진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불교계 내부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더 이상 국정운영을 맡겨서 안 된다는 정서가 팽배해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친박’성향이 짙은 불교계조차 박근혜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동안 불교계 내부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정서가 강했다. 비록 박 대통령이 종교는 다르지만 친불교적 성향을 갖고 있고, ‘박정희‧육영수’에 대한 향수가 더해지면서 불교계 내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 특히 보수여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강원‧영남권이 불교세가 강한 지역이라는 점도 박 대통령이 불교계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요인이 됐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과정에서도 잘 드러났다.

2012년 1월 법보신문과 불교미래사회연구소가 교계 출재가 지도자 650명을 대상으로 대선후보자 호감도 조사를 진행한 결과 박근혜 후보는 22.4%로 안철수 후보(26.9%)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19.6%로 3위에 그쳤다.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4년 5월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서울 조계사 봉축법요식에 참여했다.
당시 여론조사는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진행되기 이전이고, 그 무렵 전국적으로 ‘안철수 열풍’이 불었던 것을 감안하면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은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강원‧영남권에서는 박 후보가 안철수, 문재인 후보를 월등히 앞섰다. 강원지역에서는 박 후보가 38.5%를 얻어 안철수(23.1%), 문재인(10%) 후보를 따돌렸으며, 영남지역에서는 박 후보(32.8%)가 문 후보(15.5%)를 2배 이상 앞서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박 대통령은 2013년 4월 취임 2달 만에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주최한 법회에 참석해 ‘호국불교론’을 내세우며 불교계의 변함없는 지지를 당부했고, 2014년 5월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서울 조계사 봉축법요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 불교계의 이런 친분은 최근 불거진 ‘최순실 게이트’로 크게 퇴색되고 있다. 특히 언론보도와 검찰조사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불자들에게 큰 실망감을 줬고, 박 대통령 퇴진에 적극 나서는 계기가 되고 있다. 실제 이번 설문조사에서 그동안 박 대통령의 강한 지지층으로 대변됐던 영남권에서조차 ‘박근혜 대통령 퇴진’에 76%가 동의했다는 점은 사실상 불교계의 박 대통령 지지철회를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응답자들의 상당수는 “이럴 줄은 몰랐다”는 강한 허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설문에 참여한 A교구본사주지스님은 “많은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던 것은 역대 정부와 달리 도덕성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며 “그러나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깊은 회의감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B스님도 “최순실 사태는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부여받은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국민의 동의 없이 일개 개인에게 이양한 것”이라며 “이렇게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에 더 이상 국가운영을 맡길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국민에게 솔직히 참회하고 스스로 퇴진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무엇보다 국민절대 다수로부터 신뢰를 잃었음에도 ‘검찰조사 거부와 임기보장’을 고수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대응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힌 응답자도 적지 않았다.

중앙종회의원 C스님은 “전국적으로 10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다”며 “이는 이미 민심이 대통령을 버렸다는 것을 방증한다. 대통령이 국민이 아닌 개인적 안위를 먼저 생각한다면 머지않아 더 큰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문조사에서는 또 ‘현 시국과 관련한 불교계의 입장표명과 참여’에 대해 응답자의 75.5%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은 3.9%에 그쳤으며 “모르겠다”는 20.6%로 나타났다. 이는 ‘정교분리’라는 원론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불교계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으로 풀이돼 향후 불교계의 움직임에 귀추가 주목된다. 실제 응답자 가운데 상당수는 “조계종 총무원이나 중앙종회 차원에서 시국성명 등을 발표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중앙종회의원 D스님은 “일각에서 ‘정교분리’를 내세우며 입장표명을 유보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정교분리는 종교가 직접적인 정치행위를 자제하라는 의미이다. 국정농단 사태로 국가가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상태에서 방관하기보다는 국민의 일원으로서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설문조사에서는 ‘검찰조사를 사실상 거부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응’에 대해 응답자의 77.5%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한 의혹을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는 11월22~24일 조계종 교구본사주지(24명), 중앙종회의원(79명), 불교학회 및 연구기관장(12명), 신행 및 NGO단체장(20명) 등 135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을 통해 진행됐다. 응답률은 75%(102명)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369호 / 2016년 11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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