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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위대한 제자 260명이 부르는 오도송

  • 출판
  • 입력 2016.11.29 14:30
  • 수정 2016.11.29 14:31
  • 댓글 1

‘테라가타-장로게경’ / 전재성 역주 / 한국빠알리성전협회

▲ ‘테라가타-장로게경’
초기불교시대 부처님의 위대한 제자 260명의 출가동기, 숲속생활, 수행의 어려움과 즐거움, 진리의 성취 등을 노래한 ‘테라가타’가 처음 완역됐다. 특히 철학적인 내용에 대한 필수불가결한 6세기 대학자 담마빨라의 주석까지 꼼꼼히 옮김에 따라 이제 초기불교 수행자들의 모습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테라가타’는 남방 상좌부 경전으로 한역으로 ‘장로게경(長老偈經)’이라 불린다. 장로는 구족계를 받은 지 10년 이상 된 비구스님을 지칭하는 용어로 ‘테라가타’에는 260명이 읊은 1291편의 시가 수록됐다. 특히 궁극의 진리를 얻기 위한 치열한 구도 열정과 수행자의 진솔한 생활이 담겼다. 또 세속을 떠난 이들의 초월적 삶이 탁월하게 묘사돼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장로들의 출가신분과 출가연령도 흥미롭다. 마하 깟싸빠(마하가섭)처럼 바라문 출신이 118명으로 가장 많으며, 왕족 60명, 지주(경작자 포함) 7명, 상층계급(부호, 상인, 위원, 평민 포함) 54명으로 대부분 상류층이다. 그렇지만 장인(조련사, 카라반의 안내자 포함) 9명, 배우 1명, 천민(노예, 어부) 10명, 왕이나 부호의 서자 3명, 재가신자의 아들 3명 등 하층계급도 적지 않다. 출가연령은 7살 때 구족계를 받은 뒤 수행에 큰 진전을 보인 쑤마나가 가장 어렸으며, “내 아들은 젊어서 출가했는데 왜 내가 출가할 수 없겠는가?”라며 120세에 출가한 담마싸바삐따가 출가연령이 가장 높다.

장로들의 출가동기도 눈길을 끈다. 마나바는 부처님과 비슷하게 감각적 쾌락의 무상함과 생로병사의 고통을 보고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출가했으며, 앙굴리말라는 간교한 스승의 명령으로 999명의 사람을 죽인 뒤에 부처님을 만나 출가했다. 또 동방의 오이디푸스라는 강가띠리야는 자신이 돈을 주고 몸을 산 여인들이 어머니와 이복여동생이었음을 안 뒤 충격을 받아 출가해 고행의 삶을 살다가 궁극적인 앎에 도달했다.

▲ 세계 불교사에서 당나라 현장법사 이후 가장 많은 불경을 번역한 전재성 박사. ‘테라가타’를 완역한 그는 이제 여성수행자들의 오도송인 ‘테리가타’ 역주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출가생활의 괴로움도 곳곳에서 묻어난다. 떼낏차까니는 탁발의 어려움을 “벼가 수확됐고 쌀은 탈곡됐으나 탁발음식을 얻지 못했으니 어찌할꼬”라고 한탄한다. 제사장 아들인 쌉빠다싸는 “출가한지 25년이 되었으나 손가락 튕기는 순간만큼도 마음의 평안을 얻지 못했다. 차라리 칼을 들어 자결해버릴까? 목숨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랴!”라고 충격적인 고백을 하고 있다. 반대로 출가생활에 대한 예찬도 많다. 장로 부따는 “한밤중에 외로운 숲속에서 하늘이 비를 내릴 때 맹수가 포효하고 수행승은 동굴에 들어가 선정에 드니 이보다 더한 궁극의 즐거움을 알지 못한다”고 했으며, 떼낏차니는 “자애·연민·기쁨·평정으로 흔들림 없이 지내며 나는 추위로 인한 고통을 겪지 않으리라”고 말한다. 또 당시 수행자들이 ‘신발을 벗고 가시밭길을 걸어가듯’ 정진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으며, “사기꾼들, 협잡꾼들, 위증자들, 파렴치한들이니, 그들은 많은 수단을 동원해 물질적 이익을 취한다”며 사이비 수행자들에 대한 준엄한 비판도 찾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 1차 결집을 주도했던 마하가섭의 위대함이 잘 나타난다는 것도 이 경전의 크나큰 미덕이다.

울산 람림학당 원장 혜능 스님의 말처럼 부처님 제자들이 외친 사자후와 스승들이 ‘길을 가라! 찰나도 헛되이 보내지 말라! 가르침의 수호자가 되어라!’라는 준엄한 경책이 생생하게 와닿는다. 7만원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69호 / 2016년 11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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