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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서 떠나지 않는 ‘반야심경’

기자명 법륜 스님

현상에 집착하니 걱정
자기 생각 바꿔 버리고
받아들이면 문제 해결

저는 올해 예순다섯 살인데 영감은 10년 전에 돌아가시고 혼자 있습니다. 몸이 약하고 잘 아픈 편입니다. 어느 날부턴가 ‘반야심경’이 머리를 휙 스치더니 계속해서 머리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잠을 자고 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설거지를 할 때, 길을 걸을 때, 버스를 타고 자리에 앉을 때, 잠자리에 누워도 계속해서 흘러나옵니다. 마치 제 머리 속에 ‘반야심경’ 녹음테이프가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전생에 제가 ‘반야심경’을 많이 해서 이생에 나타나는 것일까요?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끼치진 않지만, ‘반야심경’보다 화두가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남은 세월 이렇게 ‘반야심경’이 계속된다면 뇌의 작용이 너무 많아서 나중에 어떤 문제점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그냥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생각을 바꾸면 됩니다. 짧은 화두는 잘 안 들리고 긴 ‘반야심경’은 잘 들리니까 아예 그냥 ‘반야심경’을 하고, 화두는 가능하면 생각이 안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바꿔버리면 되지요. 일어나는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저절로 해결이 됩니다.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있는 건 없애려 하고 없는 걸 만들려 하니 일이 많지요.

옛날이야기 중에, 어떤 할머니가 딸이 둘이 있었는데 큰딸은 나막신장수한테 시집을 보내고, 작은딸은 짚신장수한테 시집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 할머니가 비만 오면 작은딸을 생각하며 걱정합니다. 비가 오면 짚신이 안 팔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날이 맑으면 큰딸을 걱정합니다. 날이 맑으면 나막신이 팔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비가와도 걱정, 날이 맑아도 걱정입니다. 할머니가 하도 답답해서 스님에게 말씀을 드렸더니, 스님이 ‘비 오는 날은 큰딸 생각하고, 날 맑은 날은 작은딸 생각하시오’ 하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러니까 저절로 해결이 된 것이지요. 날씨를 조정하려고 하지 말고 자기 생각을 바꿔버리면 됩니다.

그런데 내가 김치가 맛있으면 전생부터 내가 김치를 먹었다, 이렇게 생각해야 할까요? 된장 맛이 없으면 내가 전생부터 된장을 싫어했나? 이렇게 생각해야 할까요? 왜 모든 현상을 다 전생에 갖다 붙이려고 해요? 그럼 어떤 스님이 법문 잘 하면 저 스님은 전생에 법문을 잘했다, 염불 잘 하면 저 스님은 전생에 염불을 잘했다, 누가 달리기를 잘하면 저 사람은 전생에 달리기 잘했다 전부 이렇게 다 갖다 붙이려고 그래요? 모든 현상을 전생과 연관지어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달리기를 잘하면 달리기를 잘하는 것이고, 법문을 잘하면 법문을 잘 하는 것이고, 화두가 잘 들리면 화두가 들리는 것입니다. 그냥 받아들이면 됩니다. 자꾸 의미를 부여하면, 나쁘다고 의미를 부여한 일은 고통이 되고, 좋다고 의미를 부여한 일은 환상에 젖게 합니다.

‘반야심경’이 머리에서 계속해서 흘러나오면 없애려고 하지 말고 그냥 놔두면 됩니다.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없애겠다고 해도 저절로 되는 일에 너무 의미를 많이 부여해서 고통이나 환상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현상은 두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생각을 너무 골똘히 했기 때문에 자동화됐다고 볼 수 있고, 두 번째는 약간 정신적으로 예민하게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신경쇠약 증세하고 겹쳤을 수도 있습니다. 즉 환상이나 환청 현상일 수 있으니 너무 그런 것에 휘둘리지 말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가 되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세요.

내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아침마다 108배 절을 하면서 남편한테 참회기도를 해보세요. ‘내가 당신하고 같이 살 때 좀 편안하게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이렇게 참회기도를 하시면 오히려 건강에도 좋고 이런 문제도 큰 부작용 없이 해결 될 거예요.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1369호 / 2016년 11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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