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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노인복지센터 이명희 부관장-상

대불련 인연 불교복지로 이어지다

 
서울노인복지센터 내 탑골미술관은 복지센터의 허파다. 이곳에 걸려있는 어른들의 그림은 바쁜 일상 속 작은 쉼표가 된다. 그림에는 노년의 여유로움과 늘그막에 찾은 인생 즐거움에 대한 열정이 묻어난다. 복지관을 다니며 생기를 찾은 어르신들의 모습은 도리어 나를 깨어나게 하는 활력소다.

어려서 교회를 다녔다. 어머니는 불자였지만 나를 절에 데리고 다니지는 않았다. 자연스레 먹을 것도 많고 놀 것도 많은 교회 주일학교를 다녔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도 미션스쿨로 진학했다. 익숙한 정서였지만 스스로 사고하기 시작하면서 성경의 내용과 교리를 받아들이기 힘들어졌다. 종교적 방황을 하며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들어가서 어떤 서클을 들까 고민했다. 어머니의 영향이었는지 불교학생회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 멋모르고 다녔던 교회와는 달리 커서 선택한 불교는 임하는 마음부터 달랐다.

불교학생회에서 수련회를 갔던 무주 백련사가 생애 처음으로 간 절이었다. 법당에 들어가 삼배를 하는 것도 처음이었고, 그날 저녁 처음 108배도 했다. 그리고 수련회 마지막 날, 별이 쏟아질 듯한 하늘 아래서 밤새 3000배를 했다. 그 때 세운 원력으로 지금까지 불교와의 인연이 이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수련회 이후 불교학생회 활동을 열심히 했고 3학년이 되자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이하 대불련) 여성부장 소임까지 맡았다. 소모임, 지역수련회를 운영하고 지회 출장을 다니며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냈다. 불교개론, 불교철학, 사회과학 공부를 하며 스스로 사유할 수 있는 힘을 길렀다.

대불련 활동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한국불교 1600년 대회’ 여름·겨울수련을 준비했던 일이다. 초등학교를 빌려 운동장에 텐트를 치고 불교공부, 지역탐사, 참선, 절을 하며 수련을 했다. 그 중 내가 맡은 것은 500인분의 밥을 하는 일이었다. 첫 날 밥이 늦어 수련생 전체 앞에서 대중참회를 했던 기억은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그때도 밥을 했지만 지금도 어르신들의 밥을 책임지고 있으니 밥 짓는 일과 인연이 많은 듯하다.

▲ 서울노인복지센터 라디오실버스타 수요초대석 코너에 참석한 이명희 부관장.

도서관학을 전공했기에 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취업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는 민주화운동이 한창이었던 때다. 1985년 지역사회운동을 시작했다. 민주와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노동현장에서 일하며 성남노동자의집 활동을 병행했다. 1988년 성남노동조합협의회가 만들어지면서 노동운동은 더욱 활성화됐고, 10년 뒤 노동자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즈음 현장에서 물러났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그즈음 불교에 대한 그리움도 올라왔다. 함께 일하던 활동가들은 부모가 되어 공동육아운동으로 활동을 전환했고, 결혼하지 않은 나는 아동상담소를 운영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상담소를 운영하려면 복지사 자격증이 필요하다는 말에 복지대학원에 진학했고 실습을 위해 기독교단체가 운영하는 사회복지관에 가게 됐다. 불교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커져갔고 불교사회복지를 하리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다.

막상 복지사가 된 후에는 불교복지를 하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막막했다. 무작정 대불련 활동의 중심이었던 조계사를 찾았고, 거기서 사회계장을 구한다는 공고문을 보게 됐다. ‘35세 전후’ ‘불교신자’ ‘시민운동가 우대’라는 문구에서 나를 위한 자리라 생각했다. 자신 있게 지원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결과는 낙방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혹시 사찰이 아닌 불교계 시설에서 일해 볼 생각이 있어요?”  

정리=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369호 / 2016년 11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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