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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괴산 연풍면 흥천사

문화·예술로 즐거움 전하는 이웃 같은 도량

▲ ‘나옹선사 천복문화예술제’는 문화를 통해 불교를 전하는 흥천사의 대표 문화축제다. 사진은 천복문화예술제 다도시연 모습.

충북 괴산 원풍리 조령산 흥천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세워진 천년고찰이다. 기록에 따르면 원효 스님이 100일간 수도했고, 나옹선사가 참선곡을 지었으며, 무학대사가 머물며 기도를 했던 유서 깊은 정진도량이다. 또한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으로 향하던 유생들이 무사히 새재를 넘은 것에 감사하며 합격을 기원했던 기도처이기도 했다. 한때는 부속 암자만 30여곳에 이를 정도로 크게 번창했지만,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등 전란을 겪으며 융성했던 과거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다.

매년 10월 천복문화예술제 개최
전 국민 즐기는 문화축제로 발전
직거래장터 열어 도농상생 실천
꼴찌들 격려하는 희망불사도 전개

그러나 괴산사람들은 흥천사를 기억하고 있었다. ‘원풍리’라는 행정지명에도 불구하고 괴산사람들은 여전히 이곳을 ‘옛(古) 사찰(寺) 마을’이라 하여 ‘고사리’라 부른다. 역사 속에 갇힌 사찰 흥천사가 현재에 다시 나툰 것은 조실 동봉 스님의 원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태백산 만경대 토굴에서 십여년간 정진했던 스님은 25년 전 어느 날 만행길에 나섰고, 새재 끝머리에서 외로이 서 있는 석조비로자나부처님을 만났다. 비바람에 방치된 부처님을 외면할 수 없었던 스님은 도량중창을 발원했고 그렇게 극락전, 천복궁, 영전각, 산신각 등이 차례로 일어서면서 흥천사는 여법했던 옛 모습을 되찾아 갔다.

괴산사람들의 흥천사 사랑은 각별하다. 옛 기억 속에만 존재했던 사찰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는 것도 그렇지만 문화를 통해 즐거움을 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도량불사가 어느 정도 괘도에 올라서자 동봉 스님은 지역회향과 대중포교를 고민했고,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매년 10월에 열리는 ‘나옹선사 천복문화예술제’다. 천복문화예술제는 국민대통합을 기원하는 천도재를 시작으로 산사음악회, 산문·시 발표회, 다도 등 다양한 불교문화를 접할 수 있는 종합축제의 장이다. 불교를 표방한 행사지만 그 내용이 문화와 예술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고, 산문·시 발표회에 참여한 문인들을 시상하면서 천복문화예술제는 괴산주민뿐 아니라 전국의 수많은 사람이 찾는 가을축제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괴산사람들이 흥천사를 더욱 특별하게 여기는 것은 지역경제 살리기에 적극 앞장서기 때문이다. 흥천사는 사찰을 찾는 발걸음들을 지역발전으로 이어지도록 경내에 직거래장터를 열고 있다. 봄 감자, 여름 옥수수, 가을 고추, 겨울 절임배추 등 지역 농민회나 청년단체가 생산한 계절별 특산품을 흥천사에서 구매해 불자들에게 원가에 제공한다. 지역사회에는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고, 불자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농산물을 살 수 있는 도농상생의 장이다. 판매하지 못한 것들은 도움이 필요한 곳에 나눔을 실천하고 있느니 흥천사를 더욱 특별히 여길 수밖에 없다.

여기에 꼴찌들의 희망발전소 역할까지 자청하니 괴산사람들에게 더더욱 소중한 곳이다. 흥천사는 부처님오신날 등 사중의 큰 행사 때면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는데 특이한 점은 대상자가 꼴찌라는 것이다. 공부 잘하는 모범생들을 격려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진정으로 격려가 필요한 대상은 상대적으로 관심받지 못하는 아이들이며, 이들에게 희망을 북돋워주는 것이 종교의 역할이라는 게 이유다.

덧붙여 흥천사는 최근 또 다른 ‘희망불사’ 하나를 시작했다. 스스로 공부시간을 정하고 약속을 지킨 꼴찌들에게 평소 바람 하나를 이뤄주는 것이다. 비단 아이들만 약속을 지켜야하는 건 아니다. 부모님도 아이들이 공부한 시간만큼 사경을 하고 아이들을 위한 기도의 시간을 가져야한다. 동봉 스님은 지난 10월 약속을 지킨 꼴찌들의 바람대로 함께 용인 놀이공원을 다녀왔다. 또 계속해 약속을 지킨다면 내년 봄에는 서울에 있는 놀이공원에 함께 가기로 했다. 스님은 이 과정 모두가 불교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마음속 불성이 자라는 과정이라 확신한다.

흥천사 불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예전 흥천사가 그랬듯 출가자들의 정진도량이자 괴산사람들의 도반으로 영원히 함께하기를 발원한다. 그렇기에 흥천사 불사는 언제나 진행형이다.

 

“미래 위한 희망불사 발전시켜 나가야죠”

괴산 흥천사 조실 동봉 스님

 
“경전 속에만 부처님의 가르침이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문화와 예술을 통해서도 불법을 전할 수 있고, 작은 친절을 베푸는 것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마치 작은 파문 하나가 호수 전체로 퍼져나가듯 나의 작은 선행이 가족에게 영향을 미치고, 담을 넘어 이웃과 사회로 퍼져나가면 이것이 곧 부처님의 나라 불국토입니다. 흥천사 불사들이 불국토로 향하는 파문의 시작이 되기를 발원합니다.”

동봉<사진> 스님이 25년 전 흥천사 중창불사를 시작하며 세운 발원이기도 하다. 단순히 스러진 사찰 하나를 복원하는 것을 넘어 옛 사찰이 그랬듯 흥천사가 괴산사람들의 도량이 되어야 한다는 게 스님의 확고한 신념이다. 흥천사를 대표하는 ‘나옹선사 천복문화예술제’도 이 같은 고민의 결실이다.

“문화를 통한 포교만큼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편도 없습니다. 천복문화예술제에는 국내 문인들뿐 아니라 연길에 거주하는 중국동포들도 초청해 참여시키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포교의 저변이 더욱 확대될 뿐 아니라 중국동포들에게 발전된 고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한글 보급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동참으로 만들어가는 행사이기에 그 의미가 크다 할 것입니다.”

앞으로 계승·발전시켜야 할 불사로는 주저 없이 ‘희망불사’를 꼽았다. 동봉 스님은 “아이들은 작은 관심과 격려에도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고, 이미 그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무엇보다 아이들이 자연스레 사찰을 찾고,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에 부모님들도 사경과 기도에 적극 동참하는 등 불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한편 동봉 스님은 일붕선교종 제6·7대 총무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일붕문도회 부총재, 세계불교평화재단 법왕청 최고위원 등을 맡고 있다. 동양화 작가로 1987년 한국예술협회와 1999년 한국·대만작가교류전 대상을 수상한 스님은 매년 불화와 사군자 전시회를 열어 독거어르신, 당뇨병환자 지원, 결식아동 및 재난지역 돕기 등 자비행을 실천하고 있다.

괴산=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369호 / 2016년 11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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