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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음식은 음식이어야 한다

기자명 최원형

먹기 전에 욕구 관찰하면 남는 음식물도 줄지요

집안일 가운데 가장 하기 싫은 게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일이다. 내 집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도 때로 역겨울 때가 있는데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곳에서 이웃집 쓰레기까지 적나라하게 들여다보게 되니 비위가 약한 사람에게는 참으로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음식물 쓰레기통을 들여다보면 보기에 멀쩡한 빵이나 야채들이 들어있는 걸 발견할 때가 종종 있다. 그걸 보면서 드는 생각이 저 빵을 만들기 위해 밀을 키우던 농부가 만약 이 광경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하는 것이다. 밀을 곱게 빻아서 이스트와 버터, 달걀, 물 등이 들어가 오븐에서 구워졌을 시간도 떠오른다. 그렇게 갓 구워져 나온 빵은 얼마나 군침 돌게 맛있었을까? 그러다 어떤 연유에서 저리 멀쩡한 채로 음식물 쓰레기통에 처박혔을까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크다. 밀을 키우는데 농부의 땀 말고도 들어간 에너지들이 상당할 것이다. 밀을 빻고 여러 재료를 넣어 오븐에 구울 때 에너지는 또 얼마나 많이 들어갔을까? 빵을 만들 때 들어가는 각각의 재료를 생각해보면 밀을 키우고 밀가루로 만드는데 들어간 에너지만큼이 적어도 쓰였을 테다. 그러니 빵 한 덩어리는 그저 빵 한 덩어리가 아닌 것이다. 야채들 역시 마찬가지다. 심지어 고춧가루 한 조각도 농부의 발걸음이 무수했던 그 결과가 아닌가.

연간 500만톤 버려지는 음식물
처리비용으로 8천억원 소요 돼
남은 음식 싸고 찌꺼기 말리면
쓰레기 되는 일 막을 수 있어

이래저래 남겨져 쓰레기가 되는 음식물의 양은 환경부 자료 기준으로 연간 500만톤이다. 음식물쓰레기는 남겨지는 걸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처리해야 하는 비용이 또한 발생한다. 한 해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약 8000억원 가량이라 한다. 음식물 쓰레기는 이렇게 많은 양이 버려지고 이걸 처리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치르게 된다. 저 돈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본다.

돈이 없어 의료보험을 내지 못해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고맙게 쓰일 수 있을까? 허리가 구부러진 어르신들이 더 이상 폐지를 줍지 않아도 다달이 일정부분의 생활자금을 보태는 데 쓰인다면 얼마나 귀할까?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으로 쓰이는 돈이 교육과 복지예산 등에 쓰인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반가운 혜택으로 돌아갈까 생각해보니 이만저만한 낭비가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많은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는 걸까? 음식물 쓰레기 발생이 증가하게 된 배경이 몇 가지 있다. 식품을 온전한 상태보다는 가공해서 판매하다 보니 가공단계에서 버려지는 게 너무 많다. 먹을거리가 상품이 되어야 하니 규격이 정해지게 되고 그 규격에 맞지 않으면 생산지에서 폐기되는 경우도 많다. 가령 못생긴 과일이나 야채의 경우가 그렇다. 또 하나 외식산업 증가와 음식물 쓰레기 증가도 무시할 수 없는 관계다. 집에서 식탁을 차릴 때는 아침에 미처 못 먹은 반찬은 점심때, 그다음 날에도 뒀다 먹을 수 있지만 식당에서는 한번 상에 올렸다 남겨진 음식은 곧장 쓰레기가 된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일어날 때마다 남겨진 음식들로 돌아서 나오는 발걸음이 무거울 때가 참 많다. 알뜰히 먹는다고 해도 처음부터 좋아하지 않은 반찬들은 젓가락 한번 대지 않아 고스란히 남게 마련이다. 여러 사람이 같이 가서 먹을 때는 맛있는 반찬은 몇 번이고 더 달라고 해서 먹지만 인기 없는 반찬은 그대로 남겨진다. 네 사람이 들어가서 음식을 시킬 때는 세 사람분만 시키면 남김없이 알뜰히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체면을 생각하는 이들은 이런 걸 좋아하지 않는다. 많은 경우 식당에서는 사람 수대로 시킬 걸 강요하기도 한다. 그렇게 남겨진 것들은 좀 전까지 음식이었다가 곧장 쓰레기가 되어버린다.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과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에도 상관관계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마트에서 장을 보다보면 살 계획에 없던 것들을 사게 된다. 특히 할인하는 품목들은 사두면 언젠가는 필요할 것 같고 돈도 절약되는 것 같다는 생각에 덜컥 구매한다. 잊고 지내다 어느 순간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들은 그대로 쓰레기가 된다.

그렇다면 뭐가 대안일까?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는 먹지 않을 반찬은 미리 치워달라고 하는 건 어떨까? 맛난 반찬을 더 달라고 하기 전에 맛난 것만 먹고 싶어 하는 욕구를 세밀히 관찰하는 것도 식사 시간에 할 수 있는 좋은 수행법이다. 그래도 남은 음식은 꼭 싸가지고 온다. 부엌에서 나오는 젖은 음식물 찌꺼기들은 볕에 말려서 생활쓰레기로 배출하면 음식물쓰레기 양을 줄일 수 있다. 지구 저편에선 세상의 반이 굶주리는데 우린 음식물이 쓰레기가 되는 일이라도 막아야하지 않을까?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369호 / 2016년 11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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