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혜민 스님 설법 노하우 ①
43. 혜민 스님 설법 노하우 ①
  • 박상건 교수
  • 승인 2016.11.30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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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 내려놓고 편안함과 따뜻함으로 다가서다

“누군가의 아픔을 치유한다는 것은 내가 그 사람이 가진 문제의 해결방법을 알기 때문이 아니라, 나도 당신과 같은 비슷한 아픔이 있었다고 마음을 열고 잘 들어주며 공감해줄 때, 상대는 용기를 얻고 나아갑니다.”(‘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115쪽). “강연을 통해 마주했던 많은 분들과 만남이 저에겐 큰 공부이자 글감이 되었습니다. 삶의 현장에서 올라오는 고민들에는 설령 심리학 박사학위가 몇 개 있다 해도 쉽게 풀 수 없는 구체적이고도 절박한 질문들이 많았습니다. 그분들 한 분 한 분이 저를 지혜의 길로 이끌어주시는 스승님들이셨고 제 마음의 문이 닫히지 않도록 해주신 자비의 화신들이셨습니다.”(10쪽).

다정한 문장으로 청중에게 다가가
사례 중심 스토리 전개로 대중설득


혜민 스님의 메시지는 편안하고 따뜻하다. 소통방식은 권위적이지 않아 좋다. 스님의 체험담을 솔직히 털어놓으면서 청중에게 다가선다. 불자들 상담사연에는 적당한 아포리즘을 곁들인다. 쪽물들이듯 빛깔 있는 메시지는 듣는 이의 가슴에 오래도록 기억되고 추억이 된다. 민초들의 고단한 삶을 헤아리고 생활에 밀착된 알맹이 있는 스토리를 전개한다. 표현은 어렵지 않고 구체적이어서 좋다. 청중에게는 경어를 사용하고 낮은 자세로 임한다. 교리나 부처님의 지혜로운 말씀을 인용하면서 틱낫한 스님이나 승찬 선사, 에크하르트 톨레와 서양격언 그리고 우리네 이웃의 소소한 이야기를 잘 버무려 이해력과 메시지의 맛을 우려내 전달한다. 문장은 온아하고 다정다감하다. 그렇게 깊이 흐르는 강물처럼 청중의 가슴을 적신다.

어느 날 스님은 자존감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이날도 스님의 체험담으로부터 말문을 열었다. 착한 사람일수록 우울증, 공황장애, 화병을 앓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사실 저도 어렸을 때부터 내성적이고 유순한 편이라 ‘착하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부모님 걱정 안 끼치고 선생님 말씀 잘 듣는 착한 학생, 그게 좋은 것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공부를 하면서 그냥 착하기만 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처음 느꼈지요. 그룹 과제를 할 때 똑똑하고 기 센 학생들과 함께하다 보니 모두가 기피하는 부분만 저에게 자꾸 맡겨졌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가기 일쑤였지만 그런 일이 반복되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저만 계속 힘들어지더라고요. 이 고민을 친한 미국인 선배에게 털어놓았을 때 그는 이렇게 조언을 해주었어요. ‘다른 사람보다 본인에게 먼저 착한 사람이 되세요!’”(19쪽).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이처럼 사례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전개하면 메시지에 생명력이 있고 설득력을 높여준다. 평소 생활 속의 사례를 잘 메모해 적재적소에 배치할 줄 아는 기술을 길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자료를 찾고 읽고 쓰는 습관뿐이다.

“SNS상에 올라온 친구의 즐거운 모습을 보고 부러웠던 적이 있지요? 너무 부러워하지는 마세요. 흔한 실수 중에 하나가 친구의 겉모습과 내 속 모습을 비교하는 것이에요. 사실 친구의 행복하지 않은 내면은 잘 모르잖아요? 자기 삶을 본인이 만족하며 살면 그 사람이 결국은 승자 같아요.…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의 말에 자꾸 신경을 쓰면 점점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쪼그라들어요. 그것이야말로 그들이 나에게 원했던 결과이지요.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내 운명의 열쇠를 주지 마세요.”(28~29쪽)

자존감을 세우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하라는 것, 마음이 위축되고 불만이 있을 경우는 반대로 다른 사람에게 사소한 친절을 베풀어보라고 말한다. 스스로 바라보는 내 모습이 좋아 보이고 내가 좋아지기 시작하면 자존감도 올라간다고 말한다.

이런 체험담은 중년세대에게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학부모나 교육자들을 대상으로 설법할 경우 “세상의 이치는 나이가 들수록 저절로 깨닫게 된다”라는 명제 아래 어떻게 청소년문제를 풀어가는 스토리를 엮을 것인가에 방법론을 고민할 때 좋은 사례로 활용할 수 있다. 누군가의 설법이 나에게 다가와 더욱 빛나는, 독창적인 설법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대목이다.

박상건 동국대 겸임교수 pass386@hanmail.net


[1369호 / 2016년 11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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