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거 기간과 상관없이 현재 매일 천일기도를 올리고 있다. 매일 108참회 기도에 이어 능엄주 7독으로 일과 수행을 이어간다. 안거 기간에는 절에 자주 나오기 때문에 절에 올 때 108배는 대광명사 법당에 와서 올리고 있지만 능엄주는 지금 독송집을 보지 않더라도 훤히 떠오르기 덕분에 이제는 앉으나 서나 수행할 수 있어서 좋다.
처음부터 능엄주를 달달 외운 것은 아니다. 실상 천일기도는 이번이 두 번째다. 2017년 8월을 앞두고 2차 1000일 기도를 진행 중이다. 다행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행을 이어가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안거 기간 동안에는 매일 오후 2~4시 대광명사 참선반에서 특별 용맹정진도 이어왔다. 대광명사에서 49일 기간을 정하고 자비도량참법기도를 올릴 때도 가능하면 빠지지 않고 동참하기 위해 노력한다.
천일기도를 시작한 이유를 돌이켜보니 60세가 되었을 때인 10년 전의 발심이 떠오른다. 환갑을 맞이한 그날, 문득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우리가 다 부처의 성품을 갖고 있는데 그 진리를 마음 속 깊이 오롯하게 믿게 되면 그 자리 그 순간이 바로 바로 부처라는 용기가 생긴다는데 나는 왜 항상 이렇게만 살아가고 있는가. 과연 내가 부처의 생각을 마음속에 품고 해탈에 이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면 나의 삶은 변화할 수 있을까 라는 스스로에 대한 의문의 출발에서 비롯됐다.
“죽기 전에 해탈하고 가야 되겠다”는 발원을 세우고 그렇다면 어떤 수행으로 하루하루를 점검해 나갈까를 고심한 끝에 결정한 것이 바로 108참회 기도였다. 불교 인연을 맺은 지 40년, 불교를 공부하게 된 지도 20여 년이 흘렀지만 돌이켜보면 한 가지 이상 수행법을 꾸준히 지속적으로 이어간 기억은 드물었다. 내친김에 108배 참회기도를 하면서 보고 읽어내려 갈 ‘108대참회문’ 책을 준비했다. 그런데 이 책에는 108대참회문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는 능엄주가 부록처럼 곁들여 있었다. 당시 능엄주가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직접 수행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 책에 적혀 있는 능엄주 수행의 공덕이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그래. 이왕에 시작하는 기도이니 능엄주까지 같이 해보자.’ 능엄주 수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기도는 매일 이어졌다. 항상 108배가 끝나면 능엄주를 한 번 독송했다. 하루, 이틀 그리고 하루하루가 원만하게 이어졌고 어느덧 1000일 회향을 앞둔 시점에서는 매일 한 번 씩 읽은 수행만으로도 책을 보지 않고 능엄주를 외울 수 있게 되었다. 1차 1000일 기도를 마쳤을 때 참 소중한 인연이 닿았다. 당시에는 살고 있던 해운대의 집에서 부산 금곡동에 소재한 재적사찰까지 편도 1시간30분에 이르는 길을 오가면서 기도를 했다. 그러던 중 ‘능엄주를 계속 읽고 있으니 능엄경을 배워 보고 싶다’는 발원을 세웠는데 우연히 신문을 통해 대광명사불교대학의 능엄경 반 개강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마침 집에서 거리도 가까워 부담 없이 찾아갔다.
[1369호 / 2016년 11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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