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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노인복지센터 이명희 부관장-하

어르신들 모시는 복전의 안방마님

 
2000년 10월 영등포 보현의 집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매일 밥을 해 탑골공원으로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탑골공원 주변에 노인무료급식소가 생긴다는 소식을 들었다. 조계종, 조계사,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연합해 시설을 수탁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의 서울노인복지센터 수탁은 우리나라 정치·문화·경제 1번지인 종로구에 복지 거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불교계 복지사업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또한 불교계에서 최초로 위탁받은 노인복지센터라는 사실도 의미가 남달랐다. 특히 한국불교의 중심지인 조계사가 운영지원을 맡음으로써 불교복지사업의 새로운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상황이었다. 위탁을 받은 지 10여일 만에 개관을 해야 했다. 조계사 종무원과 불교계 복지시설 관계자 등을 모아 준비팀을 꾸렸고 나 역시 합류했다.

문화 1번지서 노인복지 펼쳐
새 패러다임 창출하며 보람

처음에는 건물 말고 아무것도 없었다. 한 달 동안 하루에 3번 2~3시간씩 토론했다. 가장 먼저 논의한 것은 노인복지센터의 정체성이었다. ‘왜 복지관이 아닌 센터인가?’ 우리의 결론은 ‘중심이기 때문에 센터’이고 ‘복지관이 갖고 있는 기능 외의 다른 역할도 해야 하기 때문에 센터’라는 것이었다. 서로 다른 경험을 했던 사람들이 같은 원력을 품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토론에서 도출된 아이디어를 하나하나 실행하는 과정이 곧 서울노인복지센터 건립 과정이었다. 어느 날, 새벽 2시에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너무 졸려 잠시 차를 세우고 눈을 붙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떠보니 저 멀리 여명이 비추기 시작했다. 그대로 차를 돌려 센터로 출근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하루가 25시간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경험하는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그때, 전국에 있는 노인복지관, 노인 관련 학회, 단체들을 섭렵해 복지관의 구체적 세팅에 대한 연구를 했다. 연구하고, 계획서 쓰고, 평가서 쓰고, 퇴근하다 다시 돌아와 밤을 새가며 일을 했다. 그때 내 안에서 느껴졌던 힘이 오늘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서울노인복지센터는 다양한 분야에서 노인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 전국 최초로 시도한 프로그램들은 타 복지시설에서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노인문화복지 분야에서 그 창의력을 인정받았다. ‘서울노인영화제’와 ‘어르신 연극제’, 죽음 준비 프로그램 ‘死는 기쁨’, ‘나눔의 등 축제’ 등 문화를 주제로 한 많은 프로그램들이 그랬다.

▲ 인생학교 수료생에게 졸업뱃지를 달아주는 모습.

서울노인복지센터 하루 이용 어르신은 개관 당시에도 2000여명에 이르렀고, 한 달 동안 회원으로 접수한 어르신만 총 8000명이었다. 하지만 직원은 24명에 불과했다. 그 많은 어르신들을 돌보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지금까지 센터 운영이 가능했던 것은 자원봉사자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직원, 어르신, 자원봉사자 등 세 구성원이 어우러져 센터가 운영되는 것이다. 하루 2000명, 연누적 1000만명 넘는 어르신들이 한 번의 사고 없이 16년 동안 무료급식을 드셨다는 건 부처님 가피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의 열정이 모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자원봉사 오리엔테이션을 할 때마다 강조하는 것이 있다. “우리 기관은 자비와 보시의 정신으로 복지를 합니다. 불교의 자비는 더불어 사는 것입니다.”

예기치 않게 시작된 인연이 오래 이어져 지금까지도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어르신들을 보살피고 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노인복지에 관심이 없었지만 재미있게 일해온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적성에 잘 맞는 것 같다. 부처님이 어르신들에게 한꺼번에 복을 많이 지으라고 이곳에 보내주셨다는 생각도 든다. 서울노인복지센터는 짧은 시간 안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으며 ‘문화복지’의 신개념 프로그램 도입으로 불교계 노인복지를 이끌어왔다고 자부한다. 내가 그 구성원의 한 명이라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정리=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370호 / 2016년 1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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