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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불교 비구니협진회를 보며

기자명 심원 스님
  • 법보시론
  • 입력 2016.12.06 10:05
  • 수정 2016.12.06 14:33
  • 댓글 1

그 발전 속도가 너무나 빨라 눈비비고 다시 본다는 괄목상대(刮目相待)라는 한자성어는 대만의 불교계를 두고 한 말 같다.

지난 11월, 꽉찬 1주일 일정으로 그런 대만을 다녀왔다.

중화불교비구니협진회(中華佛敎比丘尼協進會)가 창회(創會) 20주년 특별행사로 ‘세계불교걸출비구니상[世界佛敎傑出比丘尼貢獻表揚獎]’을 처음 제정하고 한국 수상자로 전국비구니회 스님 네 분을 초청하였는데, 필자에게 동행의 기회가 주어진 덕분이었다.

일반적으로 대만불교의 역사와 발전 현황을 소개할 때 대만불교계를 움직이고 있는 강력한 4대 종문(宗門)의 활동을 중심으로 한다. 엄청난 신도 수와 더불어 세계 각 지역 분원설립을 통해 전 방위적 포교활동으로 널리 알려진 성운(星雲) 노화상(老和尙)의 불광산사(佛光山寺), 국내외 재난구호활동과 재활용품을 통한 환경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증엄(證嚴) 법사(法師)의 자제공덕회(慈濟功德會), 인재양성 교육과 한문 불전의 디지털작업으로 불교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성엄(聖嚴) 화상(和尙)의 법고산사(法鼓山寺), 웅장하면서도 예술적인 사찰 건립과 더불어 1000여 출가자와 수십만 재가 수행자를 배출하면서 중국 선종의 중흥을 도모하는 유각(惟覺) 노화상(老和尙)의 중태선사(中台禪寺), 이 네 개의 종문은 개산조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 특화된 분야에 주력하면서 오늘의 대만불교를 형성하고 있다.

이번 행사의 주최인 대만비구니협진회는 대기업형의 4대 종문과 달리 군소 비구니 사찰 주지들의 연합체이다. 처음 23인의 비구니스님들이 모여 소박한 친목단체로 출발한 협진회는 340여 회원을 가진 방대한 조직과 다양한 활동을 통해 눈부신 성장을 이룩하면서 올해 20주년을 맞이했다. 20주년 경축행사 중, ‘세계불교걸출비구니상’ 수상식은 가히 행사의 꽃이라 할 만큼 장엄했다. 해외 12개국에서 뛰어난 활동을 인정받아 수상자로 초청된 51인의 비구니스님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뜻 깊은 법회라 할 수 있었다.

한걸음 나아가 협진회는 폐막행사의 중심 의제로 세계불교비구니협회 출범을 주창하였는데, 그 자리에 UN 산하 기구등록을 위해 국제법을 다루는 법률가까지 청한 것을 보고 세계화를 향한 열정과 추진력에 또 다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우리 한국의 비구니계는 어떠한가?

대만에 비구니협진회가 있다면 우리에겐 1968년 창립돼 5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전국비구니회가 있다. 협진회는 수계득도법이 다르고 복식이 다르고 교육과정까지도 다른 그런 스님들의 연합체이지만, 우리의 전국비구니회는 같은 종조와 종지에 단일계단과 공통의 교육과정을 갖춘 비구니스님들의 모임이다. 대만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런데 왠지 부끄럽다.

많은 이들의 기대 속에 ‘일하는 비구니회’의 기치를 들고 전국비구니회가 새롭게 출범한지 1년이 지났다. 1차년이 역량을 가다듬고 준비하는 기간이라면 2차년부터는 실질적인 활동으로 보여주어야만 한다. 대만 비구니계와 경쟁하여 주도권을 다투자는 편협한 제안이 아니다. 대만 비구니스님들의 활동상을 귀감으로 하여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전략적으로 구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복지·교육 등 활동분야를 검토해, 지역과 전국, 그리고 해외라는 활동무대 위에 펼쳐나갈 단기목표와 중장기 목표를 면밀히 구상해 일관성 있게 실행해야만 할 것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요청이다.

수상자로 참석하신 어른스님들이 한목소리로 소감을 말씀하셨다.

“나름대로 우리도 열심히 포교한다고 했지만 대만 비구니스님들의 활동 모습을 보니 부끄러울 따름이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정말로 한 번 마음먹고 포교에 매진하여 한국불교를 일으켜 보겠다.”

세계 불교계가 우리 한국의 비구니계를 괄목상대할 그날이 올 것을 기대해 본다.

심원 스님 중앙승가대 강사 chsimwon@snu.ac.kr
 

[1370호 / 2016년 1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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