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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하품중생(下品中生)

악업으로써 스스로를 장식한 중생
선지식이 설해준 법 만나 죄 소멸

“부처님께서 아난과 위제희에게 말씀하셨다. 하품중생이라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어떤 중생이 오계, 팔계, 내지 구족계를 범하였다. 이러한 어리석은 사람이 모든 승가공동체의 물건을 훔치고 그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도량의 물건도 훔치며, 청정하지 못한 마음으로 부처님 법을 설하고서도 뉘우치거나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었으며, 오히려 그러한 모든 악업으로써 스스로를 장식한다.”

중생 스스로 참회해서가 아닌
화불 내영 힘으로 일념에 왕생
천상세계 꽃서 부처님이 영접
지옥 불길은 서늘한 바람으로

모든 승가공동체는 사방승가(四方僧伽)를 말하며,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도량은 현전승가(現前僧伽)를 말합니다. 청정하지 못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법을 설한다는 것은, 원문에서는 부정설법(不淨說法)이라 한 것입니다. 당나라 선도대사는 ‘사명(邪命)설법’이라 하였습니다. 법을 설하는 것으로 자기의 생활을 도모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아무튼 설법자 스스로의 명예나 이익을 위해서 법을 설하는 행위를 경계한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죄인은 그러한 악업으로 인하여 마땅히 지옥에 떨어져야 할 것이고, 목숨을 마치려 할 때 지옥의 모든 불들이 한꺼번에 몰아닥칠 것이다.” 인과응보이고, 자업자득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어떤 시대가 되든지 윤리적 삶의 중요성은 감소되지 않습니다. 그 과보 역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선지식이 큰 자비로써 아미타불의 십력(十力)과 위덕(威德)을 설해주시고, 널리 저 부처님의 광명과 신력(神力)을 설하시고 또한 계율, 선정, 지혜, 해탈, 그리고 해탈의 지견(知見)을 찬탄하는 것을 뵙게 된다.” 그래서 선지식의 존재가 중요합니다. 선지식이 존재하여 활동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중죄인들은 구제받을 수 없습니다.

참으로 운이 좋았습니다. 선지식이 계셨으며, 선지식이 자비로써 법을 설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죄인은 (선지식의 설법을) 듣고서는 곧 팔십억 겁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생사윤회를 거듭하면서 지어온 죄를 소멸하게 된다. (그러자) 지옥의 맹렬한 불길은 서늘한 바람으로 변하며, 천상세계의 꽃(天華)들을 휘날리게 된다.”

죄가 소멸되면 곧바로 극락세계가 열리는 것이겠지요. 서늘한 바람은 청량풍(淸凉風)인데, 극락세계의 바람입니다. 천상세계의 꽃 역시 극락세계의 꽃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천상세계의) 꽃들 위에는 화현하신 부처님과 보살들이 이 사람을 영접하고 있다. (그렇기에) 일념(一念) 정도 되는 시간에 곧 (극락세계의) 일곱 가지 보배로 이루어진 연못 속의 연꽃 안에 가서 날 수 있게 된다.”

화불과 화보살이 내영해 주시는 힘에 의지하여 일념에 왕생할 수 있게 됩니다. 일념은 이때는 시간의 단위라고 할까요. 시간의 길이라고 할까요. 찰나 일념에 왕생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자력이나 타력이라 말하지만, 이 하품중생의 설명에서 우리는 분명히 타력신앙을 보게 됩니다.

죄 많은 중생이 스스로 참회를 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운이 좋아서, 자비로운 선지식을 만난 것뿐인데, 그분으로부터 들은 설법의 공덕으로 인해서 왕생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죄도 많았고 스스로 참회하거나 하는 노력도 없었기에 극락에 가서 연꽃 속에 태어났지만, 그 연꽃의 꽃잎이 열리는 데는 오래 걸립니다. “6겁을 지나서 연꽃의 (꽃잎이) 열린다. 꽃잎이 열리자,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하늘세계의 음성으로써 그 사람을 위로하면서 대승의 깊고도 깊은 경전을 말씀해 주신다.”

꽃잎이 열리자, 그 왕생자 앞에는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서 있었습니다. 그분들의 음성은 ‘범(梵)음성’이라 하였습니다. 청정한 음성이라 옮길 수도 있지만, ‘범’은 ‘범천’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저는 하늘세계라 옮겼습니다. 물론, 그 하늘세계는 단순한 천상세계가 아니라 곧 극락세계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르침을 듣고서 곧바로 위없이 높은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마음을 발하였다. 이를 하품중생이라 말한다.”

김호성 동국대 교수 karuna33@dongguk.edu
 

[1370호 / 2016년 1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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