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혜민 스님의 설법 노하우 ②
44. 혜민 스님의 설법 노하우 ②
  • 박상건 교수
  • 승인 2016.12.06 13: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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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경험 충분히 활용해 빛나는 비유법 만들어

한해가 저물어 가면 가는 해와 오는 해를 맞는 다양한 법회가 준비된다. 이 시점에는 어떤 소재로 설법 해야 감동을 줄 수 있을까? 많은 민초들은 한해를 마무리하는 이즈음 남다른 감회에 젖는다. 열심히 살아올 수 있게 해준 데 대한 감사함 그리고 후회 또한 안타까움과 외로움, 번민까지…. 혜민 스님의 글 가운데 이런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사례를 인용해 본다.

“사실 우리 마음이 괴로운 것은 주어진 상황보다는 그 상황에 저항하면서 쏟는 생각의 에너지에서 옵니다. 막상 일 자체는 그렇게 힘들지 않은데,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다른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내가 억울하게 하고 있다는 심리적 저항이 종종 일어납니다. 그 생각의 무게만큼 마음이 힘들고 스트레스가 쌓이죠. 저항이 커질수록 내 마음만 괴롭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성철 큰스님 같은 분들은 너무 많은 분별심으로 인해 싫은 것이 너무 많은 상태로 살지 말고, ‘날마다 좋은 날’, 즉 추우면 좀 추운대로 더우면 좀 더운 대로 자비로운 마음으로 수용하는 법을 터득해서 마음의 자유를 얻으라고 가르치십니다.”(‘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54쪽), “과거가 나를 붙잡고 있기 때문에 내가 힘든 것이 아니고 내가 과거를 자꾸 떠올리며 머물기 때문에 힘든 것입니다. 과거를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둬 보세요. 자기가 알아서 강처럼 흐르도록. 진정한 나는 기억의 강이 아니라 그 흐름을 강 밖에서 고요히 보는 자입니다.”(247쪽).

한해가 저물 무렵이면 두 물줄기가 맞대 흐르는 두물머리 작은 카페에서 연하장을 쓰며 그리운 사람을 호명하곤 했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강촌의 연기를 따라 걷다보면 자연을 벗 삼아 한해를 살아온 농부들이 수확한 곡식으로 겨울을 맞는 모습과 마주했다. 그 땀방울만큼 뜨겁게 장작불이 타오르는 아궁이의 모습은 고향집의 파노라마 같은 것이다. 장작을 지피던 어머니, 실가리국과 온가족의 따뜻한 밥상을 준비하던…. 혜민 스님은 이 장작불에서 빛나는 비유법을 만들어냈다.

“장작에 불을 지피려면 장작과 장작 사이에 빈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장작들을 빈 공간 없이 너무 촘촘하게 붙여놓으면 숨 쉴 공간이 없어 불이 잘 붙지 않습니다.” 만물은 틈새로 소통의 바람을 활용할 줄 안다. 나무와 나무 사이의 바람이 숲의 허파 역할을 한다. 여백은 그런 것이다. 스님은 빈 공간의 의미를 확장하여 인간의 본성, 침묵, 고요, 사색, 해탈이라는 범주까지 스토리를 엮어갔다. 시간은 쪼개면 쪼갤수록 쪼개지는 것이다. 마음의 여유 역시 어떻게 가닥을 내고 어떻게 정돈하느냐의 문제다.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혼자 있는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세요. 책방이나 커피숍에 가도 좋고, 성당이나 교회, 절에 가도 좋고, 혼자 조용히 산책을 해도 좋습니다. 홀로 있음은 세상을 잠시 멈추게 해주고 나를 정화시켜 줍니다.”

그렇다. 고독이라는 거대한 우주에 사는 게 인간이다. 불면증에 시달리다 무작정 새벽거리에 나와 뚜벅뚜벅 걸었다. 그러다가 24시간 문을 연 커피숍 귀퉁이에서 날이 밝도록 한 권의 책을 다 읽어내려 간 적이 있다. 어느 날은 외딴 섬으로 무작정 떠나 등대에서 먼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을 쓸어내리곤 했다. 해안선을 따라 가다가 암자에 올라 두 손을 모으고 목탁소리에 귀 기울이며 아침을 맞을 때도 있었다. 삶도 사랑도 번뇌도 다 그런 것이다.

“우리의 본성은 하늘과 같아서 생각이란 구름, 감정이란 천둥, 기억이라는 노을이 지지만 하늘의 본성은 그것들을 허락하고 변화함을 다만 지켜볼 뿐입니다. 생각, 감정, 기억의 날씨는 일어났다 사라지지만 하늘의 마음 공간은 변함없이 여여합니다” “진리는 찾는 것이 아니고 마음이 고요해지면 드러나는 것입니다” 정말 가슴을 울리는 명문장들이다. 이렇게 스토리를 엮어나갈 때 가장 중요한 문제가 스토리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문장 인용법이다. 주제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혜민 스님은 이런 글쓰기 방식에 탁월하다. 자기 체험뿐만 아니라 다양한 명언을 적절히 인용해 적재적소에 배치할 줄 안다. 이런 인용법은 스토리의 생명력과 품격을 높여준다. 

박상건 동국대 겸임교수 pass386@hanmail.net
 

[1370호 / 2016년 1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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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 2016-12-06 22:16:41
역시오늘도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