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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사찰음식의 또 다른 이름, 공양

기자명 김유신

불보살 예경하는 행위가 공양
음식 깃든 동체대비 의미부여

사찰에서 일상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쓰는 말 중의 하나가 ‘공양(供養)’이다. 식사를 하는 일에서부터 부처님께 올리는 의식은 물론 찬불가 공연에 이르기까지 공양 아닌 것이 없을 정도다. 그럼 왜 이처럼 공양이란 말이 두루 쓰이는 걸까? 공양이란 말은 좁게는 ‘공경하여 음식을 올리는 일’을 말하고 달리 공급(供給), 공시(供施)라고도 하는 데 산스크리트 원어 ‘푸자나(pūjanā)’의 본래 뜻이 존경을 의미한다고 하니 불보살님께 지극한 마음으로 예경하는 모든 행위가 곧 공양인 셈이다.

공양은 공양물의 종류에 따라 아함경에서는 옷, 음식, 침구, 약품의 ‘사사공양(四事供養)’을 말하였고, 대승 밀교경전에서는 바르는 향(塗香)·사르는 향(燒香)·음식·등명(燈明)을 말하는 ‘5종 공양’을, ‘법화경(法華經)’에서는 꽃·향(香)·영락(瓔珞)·말향(末香)·바르는 향(塗香)·사르는 향(燒香)·일산(繪蓋)·당번(幢幡)·옷·기악(伎樂)의 ‘10종 공양’으로 구분한 바 있다. 또한 공양의 의미와 방법에 따라 구분하기도 하였는데 진리를 알려주는 ‘법공양(法供養)’과 필요한 재물을 보시하는 ‘재공양(財供養)’, 혹은 이를 ‘이공양(理供養)’과 ‘사공양(事供養)’이라고도 하였다. 아울러 ‘화엄경’의 ‘십지품’에 해당되는 ‘십지경(十地經)’에서는 필요한 재물을 베풀거나 불보살님께 음식을 올리는 이양(利養), 불보살님을 찬탄하고 예경하는 공경(恭敬), 불법을 실천하는 행(行)의 ‘3종 공양’을 말하기도 했다.

이렇게 여러 가지 공양들이 있지만 그 근원으로 올라가면 마음으로는 ‘존경’과 ‘모심’에 닿아있고 실천적으로는 보시, 혹은 자비행과 궤를 같이 함을 알 수 있다. ‘현우경(賢愚經)’의 ‘마하사나우바이품(摩訶斯那優婆夷品)’을 보면 부처님을 만나 큰 깨달음을 얻은 여성신도인 ‘마하우파사나(摩訶優波斯那)’가 사리불과 목련존자 등 500여 비구들에게 공양 올린 일이 있었다. 이 때 사리불이 교단에 공양을 올리는 일, 보시하는 일의 공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착하다 우바이여, 때를 알면 언제나 좋으리라. 부처님께서는 다섯 가지 보시는 한량없는 복을 얻는다고 찬탄하셨다. 이른바 멀리서 오는 이에게 하는 보시, 멀리 떠나는 이에게 하는 보시, 병든 이에게 하는 보시, 주린 이에게 주는 음식, 법을 아는 이에게 하는 보시이니 이 다섯 가지 보시는 현세에서 복을 얻는다.”(한글대장경)

올해로 세상을 달리 하신지 20주년이 된 불연(不然) 이기영 선생이 생전에 어느 잡지사의 의뢰를 받아 쓰셨던 ‘종교인의 제일계(第一戒)’란 글에 보면 “팔만대장경의 공통된 실천윤리는 모든 중생에 대한 자비와 실천을 권하는 것이고, 불교인의 제일계는 지혜롭고 동시에 자비롭게 사는 일”이라고 한 것도 공양의 본질인 보시와 자비행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게 한다.

사찰에서 음식을 만드는 이를 ‘공양주(供養主)’라고 한다. 본디 음식을 만드는 일은 가장 이타적 행위이다. 나 하나만을 위해 스스로 음식을 만든다면 그토록 수고로움을 감수할 일이 없다. 나 아닌 다른 이들의 건강과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또 다른 생명들을 취하여 버리는 바 없이 부드러운 음식으로 만들어 제공하는 일을 중단 없이 수행하고, 쉼 없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쌀 한 톨, 풀 한 포기에 깃든 온 우주적 질서를 깨닫는 이가 바로 공양주이다.

존경과 모심, 나와 남이 둘이 아님을 깨닫는 동체대비의 보살행이 실현되는 곳이기에 그 곳을 공양간이라 부르는 것이다. 사찰음식을 공양이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유신 yskemaro@templestay.com

[1370호 / 2016년 1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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