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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산다는 것’에 대한 땅의 철학

  • 출판
  • 입력 2016.12.13 13:03
  • 수정 2016.12.13 16:18
  • 댓글 0

‘윤구병 일기 1996’ / 윤구병 지음/ 천년의상상

▲ ‘윤구병 일기 1996’
“같이 산다는 게 뭔지 알아?”

‘같이 산다는 것’은 어디서 고슴도치 한 마리 불쑥 들어와서 이미 살고 있는 다른 고슴도치와 만나 서로 껴안는 시늉을 하는 게다. 껴안으면 어떨까. 서로 찔러 상처가 나고 피가 난다. 아픔이다. 서로 껴안으면서 살자 하는 꿈을 꿨는데 그렇다. 도시에서 적응 못한 사람이 시골에서도 적응할 수 있을까. 못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농사짓는 철학자’ 윤구병이 묻는다. 그리고 답했다. 자연이 보듬는다고. 그게 자연이 가진 치유능력이라고. 1996년, 윤구병이 변산에 온지 20년 만에 삶의 궤적을 공개했다. ‘윤구병 일기 1996’이다. 1996년 1월1일부터 2001년 12월31일까지 6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써온 일기는 제본한 책으로 25권에 달한다. 6년 일기 가운데 첫해를 묶었다.

일기는 윤구병의 민낯이다. 사람에 대한 미움과 애정, 공동체를 향한 꿈과 노력, 자연을 바라보는 경이와 순응을 짧고 간결하게 기록했다. 부안 김씨 재실을 지키며 논밭 일구며 시작된 변산공동체의 시작도 흥미롭지만 일기의 주인공은 윤구병이 기록한 ‘사람’과 ‘자연’이다.

한 사내가 쓴 가장 내밀한 일기이자 그가 만난 모든 인간과 온 자연에 관한 치밀한 통찰 또한 담겨 있다. 윤구병은 일상과 철학, 관념과 실천이 분리되지 않은 삶을 추구해왔다. 그런 삶을 실현시키는 데 가장 적합한 시공간이 농촌이라고 믿었다. 철학교수직을 버리고 농촌으로 가서 그곳에서 삶으로 철학하고 땅을 통해 사유했다. 그래서 이 일기는 ‘철학’이다. 농촌에서, 즉 땅에서 ‘철학’하되, ‘관계’ 속에서 철학하고 그 사유를 실천으로 이어가는 일에 관한 기록이다.

“같이 산다는 건, 그 속을 들여다보면 바깥에서 보던 것과는 많이 달라. 마음과 마음이 부딪치고 아프고 상처가 되고…. 그런 일이 매일같이 일어나. 아, 그건 정말 힘든 일이었어.”

그래서 일기를 썼을지도 모른다. 현실이 원하는 대로 안 되니 그렇게 하고 싶다,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을 적었다. 글에서라도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려내려 했으리라. 이 일기는 ‘같이 산다는 것’에 대한 땅의 철학이자 윤구병의 아주 특별한 장편소설이다. 3만5000원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371호 / 2016년 1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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