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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담마는 지혜의 눈 밝히는 강력한 확대경”

 
아비담마가 “부처님 가르침에서 벗어난 현학적 유희” “부처님 가르침을 왜곡한 부패한 불교”에 불과하다는 일각의 주장은 그간 학계에서 뜨거운 논란이 돼왔다. 이 논리를 바탕으로 일각에서는 아비담마 이후 일어난 대승불교마저 그 경전이 “대승비불설(大乘非佛設)”이라며 비판을 가한다. 최근 팔리어 경전 번역과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재가 중심으로 위빠사나 수행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정작 초기불교 법맥을 계승한 아비담마에 대한 연구·관심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그러한 주장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이어오며 아비담마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김한상 동국대 불교학부 강사가 최근 번역해 출간한 ‘아비담마 연구’도 그러한 노력 가운데 하나다.

냐나포니카 테라 ‘아비담마 연구’
아비담마 부정하는 주장들 반박
“부처님 직관서 아비담마 태동”
“열반 이르는 다양한 방편 존재”

‘아비담마 연구’의 저자는 냐나포니카 테라(Nyanaponika Thera)다. 그는 1901년 독일 하나우(Hanau)의 유태계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나 유럽 출신으로는 최초의 테라와다 승려가 된 인물이다. 1994년 93세 나이로 입적할 당시 스리랑카 아마라푸나(Amarapura) 종단에서 4명의 살아있는 법보(法寶) 중 한 명으로 추앙받기도 했다.

그는 이 책의 ‘아비담마의 평가와 진위’ 파트에서 “옛날에도 아비담마에 대한 견해는 절대적 존중과 전적 거부라는 양 극단에 치우쳐 있었다”면서 아비담마의 권위를 부정하는 이들을 반박하는 테라와다의 주요 주장들을 소개했다. △붓다는 보리수 밑에 좌정해 있을 때부터 아비담마를 꿰뚫었기 때문에 붓다를 최초의 아비담마까로 간주해야 한다는 점 △아비담마는 모든 것을 다 아는 붓다들의 영역이지, 남들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 등이다.

그는 “붓다를 사상가로만 생각할 뿐인 비불교인들까지도, 붓다가 자신이 설한 가르침들의 철학·심리학적 함의들을 모르고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비담마의 부정할 수 없는 심오함, 그 거대한 체계의 광범위함, 사고에 미치는 어마어마한 충격파를 모두 고려해본다면 적어도 아비담마의 기본 가르침들은 붓다가 완전한 깨달음이라고 말한 깊은 직관으로부터 나왔다는 생각이 더욱 굳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처님이 33천에서 천신들에게 처음으로 아비담마를 설했다는 테라와다의 전통적인 설명을 소개했다. 설법은 우안거 세 달 동안 계속됐는데, 부처님은 식사를 하려고 매일 인간세상으로 내려와 사리풋다 장로에게 ‘있는 그대로의 방법(naya)’을 전수했다. 진위 여부를 떠나 이 이야기에서 한 가지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는 주장이다.

그는 “가장 이른 시기 전통을 세운 장로들은 ‘아비담마 논서들이 사람들에게 글자 그대로 설해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붓다가 천상에 머문 기간은 세속에 묶인 정신의 범위를 뛰어넘은 집중적 명상의 시기이고, 위대한 스승은 그러한 고도의 집중적 명상으로부터 핵심 가르침들을 평범한 마음의 인간계로 가지고 돌아와 철학적 재능을 지닌 제자들에게 전수했다”고 말했다. 부처님이 밝힌 진리가 설법의 형식을 거치지 않고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상징적인 이야기라는 것이다.

또 테라와다 팔리어삼장의 하나인 ‘숫따삐따까’에 초기불교와의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간과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순수한 아비담마는 궁극적 이치로 설해진 다수의 경들로 이뤄져 있는데, 이 경들은 엄밀한 철학적 용어들을 사용하여 경험을 ‘무아와 조건 지어진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면서 다섯 가지 무더기(오온), 12가지 감각장소(십이처), 18가지 요소(십팔계)를 다루는 경들을 예로 들었다.

끝으로 ‘아비담마의 지식이 부처님 가르침을 완벽히 이해하거나 궁극적 해탈을 얻는 데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부처님도 제자들의 개인적 상황·성향·정신적 성숙도에 따라 다양한 접근방식을 가르쳤고, 제자들 스스로 한 가지를 선택하도록 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숫따삐따까’에서도 다양한 접근방식과 수행법들이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사성제)를 이해하는 ‘문(mukkha)’으로 제시된다’”며 “이러한 것들 모두가 최종 목표인 열반에 이르는 데 필요하지는 않았고 각 제자들에게 전부 다 적합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스리랑카 콜롬보에 ‘와지라라마’라는 사찰을 세운 페레네 와지라냐나 마하테라 스님의 비유를 덧붙였다. 그는 “아비담마가 성능이 강력한 확대경이라면 경에서 얻는 이해는 실제 보는 기능을 하는 눈 자체”라며 “아비담마가 약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표시된 라벨 붙은 약병이라면 경에서 얻은 지식은 질병과 그 증상을 능히 치유하는 약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한편 냐나포니카 테라는 이 책에서 아비담마 논서인 ‘담마상나니’를 통해 마음에 대한 연구를 소개하고 있다. 아비담마 옛 해석들을 반복하지 않고 옛 주석가들이 접근하지 않았던 분야들을 파고들며 독자적인 아비담마 연구 성과를 펼쳐냈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71호 / 2016년 1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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