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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제리 브라운(Jerry Brown)

인종차별 금지·보편적 복지 추구했던 미국 대표 불자 정치인

▲ 주지사로 당선된 후 아내와 함께.

제리 브라운(Jerry Brown)은 대통령에 오르진 못했지만 미국 역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이다. 지금도 제리 브라운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했다면, 그래서 힐러리 클린턴(Hilary Clinton) 대신 도날드 트럼프(Donald Trump)와 맞섰다면 그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거라고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미국의 정치권뿐만 아니라 정치평론가들도 한 목소리로 주장하는 바다. 그러나 제리 브라운은 내년 79세로 이미 80대를 바라보고 있고 그래서 대통령으로서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많은 장애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많은 지지자들과 각계의 요구에도 이번 경선 자체에 참여하지 않았다.

4차례 캘리포니아 주지사 당선
열린 사고로 ‘히피 주지사’ 애칭

여성과 이주민의 정치참여 보장
동양 의학 도입 등 색다른 시도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지적호기심
캘리포니아주 큰 변화 이끌어

일본으로 건너가 사찰서 선수행
참 삶에 대한 남다른 지혜 얻어

미국에서 최연소 주지사 기록에
이제는 최장수 정치인 새 역사

그의 정치이력은 세계 어느 정치인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큼 화려하다. 오클랜드(Oakland) 시의 시장을 두 번이나 역임했고 선거에서 일곱 번 연속으로 당선됐다. 또 네 번이나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당선되었다. 2013년 10월, 제리 브라운은 캘리포니아 역사에서 가장 오랜 임기를 보낸 주지사가 되었다.

▲ 1962년 전국 농업인 연맹의 대표였던 세자르 차스와 만나 대화 중인 젊은 주지사 제리 브라운의 모습.

그러나 제리 브라운은 한번도 기존의 정치인과 비슷한 부류로 간주된 적이 없다. 캘리포니아를 제외한 다른 주의 미국인들은 제리 브라운을 가리켜 ‘히피 주지사’라는 별명으로 부르곤 한다. 현재 78세인 제리 브라운의 정치인생을 살펴보면 다른 정치인과 다른 점들이 있다.

제리 브라운은 젊은 시절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국무장관으로 정치계에 본격 입문했다. 그 후 1974년과 1978년 연속으로 주지사에 당선됐다. 주지사로 지내면서 1976년, 1980년, 그리고 1992년 수차례 미국 대통령 경선에 참여했다. 하지만 린든 존슨(Lyndon Johnson)부터 지미 카터(Jimmy Carter), 빌 클린턴(Bill Clinton), 그리고 버락 오바마(Barack Obama)에 이르기까지 쟁쟁한 후보들에 밀리면서 민주당 경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쉽게 공화당과 맞서는 대선에 출마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제리 브라운은 젊은 시절 히피 문화에 젖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정치에 입문한 이후 기존 정치인과 다른 색다른 이슈들을 끊임없이 제기해왔다. 대체 에너지의 개발, 여성과 이주민들의 정치진출 보장, 동양의학의 도입 등 당시 미국인들에게 낯선 주제들을 끊임없이 삶의 영역 안으로 불러들였다. 제리 브라운의 정치적 신념은 당시로서는 환영받기 어려웠지만 시간이 갈수록 시대를 앞서 갔던 정치인의 신념으로 재조명을 받으며 널리 추앙을 받고 있다. 현재도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제리 브라운의 정책은 많은 미국인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이주민들이 다양하게 거주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특성에 맞게 인종 차별에 대한 강력한 금지와 보편적인 의료 보험체계 및 교육제도, 범죄자들에 대한 감옥에서의 집중적인 재활교육 등은 그의 정책과제였고 끊임없는 노력 덕분에 캘리포니아는 미국 다른 어떤 주보다 놀랄만한 발전을 이뤘다.

▲ 일본에 머무는 동안 만난 티베트 스님들과 함께.

제리 브라운이 이처럼 보다 진보적이고 활동적인 정치인으로 변한 것은 무엇보다도 그가 언제나 새로운 아이디어들과 끝없는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그는 다양한 종교 서적과 영적 연구에 관한 서적들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내면에 지니고 있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고자 애썼으며 그런 그가 마침내 해답을 찾고 귀의한 곳이 바로 선불교와 뉴에이지 철학(유일신과 물질주의를 넘어 동양의 종교와 철학을 받아들여 정신적인 각성을 추구하는 신문화운동)이었다. 제리 브라운은 언젠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상의 모든 종교들은 하나같이 우리의 허영심과 오만함, 그리고 이기심에 대한 위험에 대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다치지 않도록 하기위해 부처님 말씀을 매일같이 마음속으로 되새깁니다. 부처님께서는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를 존중하며 연민과 동정심을 가지고 대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말씀들을 마음에 담고 생활하다 보면 다른 이들을 행복하게 하면서 동시에 제 자신이 행복해지고 마음 또한 정화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캘리포니아 주의 가뭄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 현장 방문 중인 제리 브라운 주지사.

제리 브라운은 삶에서 다른 이들과 조화를 이루는 것, 과감하고 진보적인 변화를 통해 더 좋은 사회를 건설하는 것 그리고 야망과 절제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그의 정치적 행보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하곤 했다.

제리 브라운은 1987년 카마쿠라(Kamakura) 시에 위치한 작은 불교사원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며 불교 공부에 전념하고 있었다. 그는 하루 종일 불교 서적들을 읽거나 명상을 하고 또 남는 시간에는 자신의 컴퓨터에 글을 쓰며 정치인으로서 살던 이 전의 삶과는 180도 다른 삶을 보내고 있었다. 제리 브라운은 불교를 접하고 난 후 자기 자신과 가족, 그리고 국가와 국민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되돌아볼 기회를 가지게 됐다고 고백했다. 일본 혼슈 지역 중부에 위치한 카마쿠라라는 작은 도시의 선불교 사원에 머물며 제리 브라운은 바쁘게 살았던 정치인의 삶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내면을 다지며 더 훌륭한 정치인이 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 제리 브라운이 불교를 공부하며 머물렀던 일본 가마쿠라 시에 위치한 불교 사원.

그곳에 머물며 선불교에 크게 매혹된 제리 브라운은 교죠 야마다(Kyozo Yamada) 스님에게 불교철학에 관한 심도 깊은 내용들을 전수 받으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소박한 일본 전통 가옥에서 아침이 되면 마을 언덕 위를 오르내리며 산책을 했고 석양이 질 무렵이면 꽃들이 만발한 들판으로 나아가 명상에 전념했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야마다 스님으로부터 집중적인 교육을 받고 수행에 집중하면서 점점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확실하게 불교의 교리를 배우고 수행하며 불자로 거듭난 제리 브라운은 마침내 새로운 정치적 아이디어들과 목표를 가지고 미국에 돌아오게 됐다.

▲ 주지사 선거 경선에서 토론 중인 제리 브라운.

제리 브라운은 41년 전 캘리포니아의 최연소 주지사로 당선됐고 현재는 미국의 최장수 정치인 중 한 명이 되었다. 제리 브라운은 불교가 그의 정치적인 삶에 바른 길을 안내하는 가이드가 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런 믿음 속에서 현재도 여전히 주지사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리 브라운이 타고난 업은 미국 대통령이 되는 운명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정치인보다 약자를 위해 환경과 생명을 중시했던 제리 브라운은 주지사로서의 임무를 마친다고 해도 많은 이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현명하고 신중하게 기성정치에 물들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대를 앞서갔던 정치인 제리 브라운.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세상을 정화하기 위한 그의 여정은 생애 마지막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371호 / 2016년 1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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