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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불꽃

기자명 원빈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6.12.14 10:32
  • 수정 2016.12.14 10:33
  • 댓글 0

저는 현재 미얀마에 있는 쉐우민 명상센터에서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정오가 넘어가면 씹는 음식을 못 먹는데 은근히 배가 고픕니다. 한국에서는 저녁까지 잘 먹고, 커피도 마시고, 단 것도 먹던 일상에서 벗어나니 작은 것에 탐심이 일어나더군요.

배고픈 농부 기다린 부처님
마음 편해져야 수행도 가능
배 불러도 정신 공허한 현재
안정과 지혜 깨달음 필요해

한 번은 점심 공양에 나온 바나나가 정말 맛나더군요. 달달하고, 은근히 근기도 있어서 허기가 면해졌습니다. 하나를 다 먹고 난 후 한 개가 더 먹고 싶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냥 하나 더 먹어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본래 성격이 하나 더 달라고 말을 못하다 보니 결국 못 먹었습니다.

그 날 오후 수행을 하는데 몸과 느낌 그리고 마음에 깨어있어야 할 마음이 불쑥불쑥 떠오르는 바나나로 자꾸 끌려가는 겁니다. 그날 전 바나나에 깨어있었던 것 같습니다.

배고픔이 가장 큰 병이요, 상카라가 가장 큰 괴로움이네. / 이것을 있는 그대로 알면 닙바나를 성취할 수 있나니 닙바나는 으뜸가는 행복이네. / -법구경 203-

어느 날 부처님의 대연민삼매에 한 농부가 걸려들었습니다. 그가 수다원의 과위를 증득할 수 있는 인연이 도래한 것이죠.

부처님은 곧바로 500명의 비구와 함께 30요자나(약 450km)를 친히 걸어가십니다. 그렇게 도착한 농부의 마을 사람들은 평생 한 번 있을까말까한 부처님을 친견할 기회에 위대한 복전에 공양을 올리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법회를 열게 되죠. 하지만 정작 농부는 그 법회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농부는 부처님이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환희로워하며 법회에 참석하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지난 밤 소 한 마리가 도망간 것을 기억하고 갈등하죠. 농부는 소를 찾은 뒤에 법회에 가도 늦지 않을 것이라 여겨 먼저 소를 찾으러 간 것입니다.

농부 없는 법회가 이루어지자 부처님께서는 공양을 마치신 뒤 설법을 바라고 있는 모든 대중을 향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어떤 농부를 위해 30요자나를 걸어왔다. 그는 잃어버린 소를 찾고 있다. 그러니 그가 도착하면 설법을 시작하겠다.”

한참이 지난 뒤 농부가 법회 자리에 도착했습니다. 모든 사람은 이제 설법이 시작될 것이라 기대를 하며 부처님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비구들에게 공양 올리고 남은 음식이 있는가?”

부처님께서는 법회에 참석하기 위해 허겁지겁 도착한 농부가 무척이나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던 것입니다. 농부가 엉겁결에 잘 차려진 공양을 마치자 부처님께서는 설법을 시작하셨고, 그 끝에 농부는 수다원과를 증득하게 되었습니다.

수다원과를 증득할 수 있는 인연이 도래했음에도 배가 고프다면 정작 설법에 집중할 수 없고, 깨달음을 얻을 수 없습니다. 배를 채우고 마음이 편안해졌을 때 비로소 깨어있는 마음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이죠.

대한민국의 지난 세기는 정말 배가 고팠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대한민국은 배가 고프지 않죠. 배가 충분히 불렀기에 마음은 안정이 되었고, 이제는 정신적 고양감과 지혜의 깨달음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 원빈 스님
행복명상 지도법사
이러한 자연스러운 시대적 욕구가 200만 국민에게 촛불을 들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촛불을 밝혀 올리듯 깨어있는 마음을 세상에 내보이는 행위입니다. 200만 단체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국민도 각자의 자리에서 이미 마음 촛불을 꺼내 들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의식주가 아닌 지혜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전반에 지혜의 불꽃이 필요합니다.

불자들, 스님들, 불교단체들, 부처님의 가르침, 불교가 지혜의 시대를 주도하는 리더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를 두손모아 기원해봅니다_()_

 

 [1371호 / 2016년 1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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