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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의 성추행

국내외 성추행 사건 급증 추세
불교계도 성추행 사건 잇따라
성윤리 교육 강화 등 대책 필요

올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해도 드물다. 연이은 막말과 엄청난 세금을 탈루한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 되는가 하면 국내에선 대통령과 비선 및 진짜실세들의 국정농단이 온 국민을 충격과 분노로 몰아넣었다. 여기에 크고 작은 성추문 사건도 잇따랐다. 지난 10월 저명 시인과 소설가 등 10여명에 대한 성추문 폭로가 이어졌고, 당사자들은 공개사과를 하거나 사건 자체를 아예 부인하는 일들이 속출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경찰청의 성폭력 범죄 검거자 수가 알려지면서 성직자들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전문 직종 성폭력 범죄 검거자 1258명 가운데 성직자가 450명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누구보다 도덕적이어야 할 이들이 누군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가해자였다는 점은 세간의 빈축을 사기에 충분했다.

성직자의 성추행 사건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개신교는 올해도 청소년 선교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목사와 국내 최대 보수 장로교단의 지역 회장 목사, 중국동포교회 목사 등 거물급 인사들이 연달아 성추문에 휩싸이며 ‘교회를 19금 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는 자조적인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가톨릭은 2002년 미국 대교구 소속 사제가 30년간 130명의 어린이를 성추행한 사건이 올해 영화화되면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도 가톨릭 사제들의 집단 성추행 사건이 여기저기에서 폭로됐다. 이에 로마 교황청이 9월12일 아동 성추행 피해자를 위한 ‘기도의 날’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올해 불교계도 성추문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물론 다른 종교 성직자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한 교구본사에서는 템플스테이 담당팀장이 스님으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 피해를 받았다고 총무원에 호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또 일제강점기 왜색불교에 맞서 청정승단을 주창했던 선학원의 최고 책임자와 조계종 중책을 맡았던 스님에 대한 성폭력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어느 종교도 마찬가지겠지만 불교에서 출가자의 음행은 승단을 파괴하는 행위로 간주돼 왔다. 비구의 250계 중 가장 무거운 죄의 첫 번째로 음계를 꼽는다. ‘사분율’에서는 ‘사람의 머리가 잘리면 다시 살아날 수 없는 것처럼 출가자도 이와 같아 이 법을 저지른 자는 다시 비구가 될 수 없으므로 바라이가 된다’며 음행에 대한 엄중한 징계를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이성을 껴안느니 활활 불타오르는 나무를 껴안으라고 했고, 고려시대 지눌 스님은 색정으로 인한 화가 독사보다 심하다고 지적했다.

▲ 이재형 국장

 

사실 종교를 지탱하는 힘은 성직자들의 ‘다름’에 있다. ‘나와는 다르게’ 성직자들은 욕망을 잘 다스리고, ‘나와는 다르게’ 성직자들은 모든 생명을 귀이 여기고, ‘나와는 다르게’ 성직자들은 늘 성실하게 살아가고, ‘나와는 다르게’ 성직자들은 모든 이를 자비로서 대한다는 신뢰가 형성될 때 일반인들의 존중을 받을 수 있다.

이제라도 종단은 스님들을 대상으로 성윤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또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면 수사기관의 협조를 얻어서라도 명백히 밝혀야 하고, 사실로 드러나면 중징계해야 한다. 행여 무고였다면 이를 제기한 측에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물어 정략적인 의혹 제기들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세간 사람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출가자는 존재 가치가 없다. 환속해서 살도록 하는 것이 불교와 세상을 위한 일이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372호 / 2016년 12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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