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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심·동심·불심 어우러진 불교 작품이 인성교육 비결”

이창규 한국불교아동문학회장

▲ 이창규 회장은 34년 전통의 한국불교아동문학회를 제2의 전성기로 이끈 숨은 공로자다. 아동문학회가 조계종 산하 문화단체로 등록된 것은 이 회장이 조계종총무원 문화부를 수차례 찾아가며 끈질기게 노력한 결과다. 작은 사진은 지난 12월5일 열린 묘엄불교문화상 수상(위)과 아동문학회가 발간한 도서 및 회보(아래)다.

불교발전과 인재 양성에 앞장서 온 비구니 명사 세주 묘엄 스님(1931~2011)의 원력을 기리기 위해 묘엄불교문화재단(이사장 김용태)이 시상하는 묘엄불교문화상. 해마다 불교문화 발전을 위해 노력해 온 두 팀(또는 개인)을 선정해온 가운데 4회째를 맞이하는 올해 시상식은 어느 해보다 시끌벅적했다. ‘불교학연구회’와 함께 수상단체로 선정된 ‘한국불교아동문학회’ 회원들이 대거 동참해 단체의 수상을 자축한 덕분이었다. 회원들이 모두 아동문학가여서일까. 대다수가 은발에 구부정한 허리임에도 아랑곳없이 세수를 잊고 천진한 함박웃음을 머금으며 수상의 기쁨을 나눈 이들이 있었기에 묘엄 스님의 가르침과 문화상의 가치는 더욱 빛났다. 특히 이날 봉녕사를 찾은 한국불교아동문학회 회원 가운데 이창규(우봉, 78) 회장은 그 누구보다 가슴 먹먹함을 숨기지 않았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상도 상이지만 빠듯한 재정으로 인해 결국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찰순례를 추진하지 못한 것이 회장으로서 못내 미안했단다. 이 시상식을 계기로 회원들과 봉녕사의 풍경을 마주하게 되었으니 그 기쁨을 어찌 말로 표현할까.

섬마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고 이원수 선생 만나 동화작가 결심

1982년 신현득 선생 등과 뜻모아
고 석주 스님 후원으로 문학회 창립
연간집·회보 발간 글짓기 대회 등
매년 이어 오며 불교동화 산실로

조계종 산하 문화단체로 등록하며
불교아동문학상 정착에 숨은 공로

올해 제4회 묘엄불교문화상 수상
“불교계서 주는 상은 창립 후 처음”

시상식으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12월12일, 이창규 회장이 살고 있는 경남 창원에서 그를 만났다. 마침 이 회장은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지역 문인들과의 송년회를 앞두고 있었다. 다음날부터는 고성에 있는 농장에서 나무를 손질하고 그 작업이 끝나면 지체 없이 제33회 한국불교아동문학회 시상식을 위해 서울로 향할 예정이란다. 잠시도 쉴 틈이 없지만 주로 글은 언제 쓰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서슴없이 “매일”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어느 날 한순간에 작품이 완성되지는 않습니다. 수행자가 매일 좌선하는 것처럼 글도 밥 먹듯 매일 매일 이어져야 하지요. 소재 걱정은 하지 않아요. 마주하는 모든 순간은 글의 소재가 되니까요. 오늘은 쓸거리가 제법 많겠어요. 허허.”

 
묘엄불교문화상 수상 이야기로 돌아가자 그의 눈이 빛났다. 그럴 만도 했다. 한국불교아동문학회 창립 이후 끊임없이 어린이들을 위해 달려왔지만 불교계에서 주는 상을 받기는 처음이다. 활동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그 어떤 단체보다 많은 일을 해왔음을 지금까지 발간된 책들이 증명하고 있었다.

“짧은 글이든 긴 글이든 모든 글에는 ‘시심’이 담긴다고 봐요. 그런데 우리는 그 ‘시심’에 어린이들을 위하는 ‘동심’을 더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어야 합니다. 바로 ‘불심’입니다. 동심이 곧 불심이라는 표현을 많이 듣지요. 공감합니다. 동심과 불심이 만나 언어로 표현되는 징검다리, 그 길을 한국불교아동문학회가 34년간 이어왔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활동을 알릴 겨를이 없었다. 한국불교아동문학회는 묵묵하고 쉼 없이 어린이들을 위한 법륜을 굴려왔다. 해마다 총회로 시작되는 일정은 연초 부처님의 전생담을 어린이들이 읽기 쉽도록 동화책으로 구성하는 ‘본생경’ 출간을 시작으로, 회원들의 동화 및 동시 작품을 모은 ‘연간집’, 단체 소식 및 회원 간의 동정을 알리는 ‘회보’ 그리고 한국불교아동문학상 및 전국어린이글짓기상 시상식과 작품집 발간까지 이어진다. 아무리 탄탄한 문학 단체라해도 해마다 작품집 한 권 내기가 그리 간단치 않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한국불교아동문학회는 창작 불사를 1년 내내, 아니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았다. 그 원력을 이 회장은 망설임 없이 “회원들의 불심”이라고 강조한다.

이 회장부터 초등 교사 출신인 한국불교아동문학회는 100여명에 이르는 회원 가운데 3분의2가 현직 교사이며 나머지는 대부분 퇴직 교사나 전업 동화작가다. 이 회장은 “교육계에서는 인성을 강조한다. 그런데 인성교육의 첫 번째는 바로 학교 교사들 몫”이라며 “교사가 바른 안목을 갖고 어린이들을 대할 때 그 사회 어린이들의 올바른 성장이 가능하다. 교사 안목을 갖추는 가장 좋은 비법은 종교다. 그렇다면 어떤 종교가 더 좋은가를 판단할 때 그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중요한 것은 ‘선한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선한 마음이 곧 진심이며 진심이 불심, 불심이 동심이라고 귀결했다. 어린이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든 착한 마음과 나쁜 마음을 구별해 보라고 하면 일일이 가르쳐 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알아차린다는 게 그의 교육 방침이다. 어린이 스스로 착한 마음을 찾을 수 있고 그 마음이 생각과 말과 행동에 투영될 때 착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지론이다. 상투적이지만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 선한 마음은 어디서 비롯될까.

그의 고향은 경남 산청 단속사지다. 어린 시절 여읜 어머니 대신 할머니 품에서 자랐다. 마을 이장이었던 아버지는 늘 우리 집보다는 마을 사람들을 먼저 챙겼다.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집안 분위기가 그를 자연스럽게 초등학교 교사로 만든 것으로 짐작했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할 수 있는 직업”으로 교사를 택해야할 만큼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다.

 
“그래도 가슴 속에는 늘 작가의 꿈이 있었어요. 고향을 떠나 진주에서 학교를 다닐 때부터 종종 글을 쓰곤 했는데 항상 ‘할머니’의 사랑을 떠올리며 외로움을 달랬습니다. 힘든 학창시절을 견디게 해 준 것은 돌이켜보면 동심의 추억이라는 걸 교사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지요. 집은 좁아도 마음은 넓게 살고 싶어서 섬마을인 통영 욕지도로 자진해서 발령받았는데 그 곳의 생활도 제겐 가장 따뜻한 추억입니다.”

그는 섬마을에서부터 경남 최고 교육 중심지인 마산까지 도심과 시골의 학교에서 어린이들과 마주했다. 그 과정에서 글짓기를 지도하는 데 열정을 다하는 한편 자신도 글을 쓰는 활동에 매진했다. 특히 그는 스스로 초등학교 교사라는 자신의 일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왕이면 아동 문학을 하자”고 선택했다. 그 길에서 만난 운명적인 스승이 바로 ‘고향의 봄’의 작가 고(故) 이원수 선생이었다.   

“‘고향의 봄’을 처음 들었을 때 정말 가슴을 치는 아름다움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제가 마산에서 교직에 재직 중일 때 이원수 선생님의 고향도 마산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선생님께서 살고 있는 서울의 집까지 세 차례 오가며 직접 지도를 받았어요. 그 때의 생생한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첫 작품집을 발표할 당시 이 선생님의 추천서를 육필로 넣으며 선생님의 가르침에 대해 감사함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한국불교아동문학회의 산 증인이신 신현득 선생님과의 만남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그는 거듭 “신 전 회장과 김종상 작가 등 1982년 석주 큰스님의 후원 아래 한국불교아동문학회를 창립한 주역들이 지금도 한 결 같이 불교아동문학의 발전을 위해 열정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어 그 역시 신 전 회장의 도움으로 등단의 길을 밟았으며 “소극적인 불자에서 한국불교아동문학회 회장의 위치까지 이끈 회원들이 법사이며 스승”이라고 손꼽았다.

한국불교아동문학회 이외에도 그는 문인으로 폭넓게 활동해왔다.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한국 동시문학회, 한국 수필가협회, 김동리다솔문학회, 남강문학회, 창원문인협회, 경남아동문학회 등 직접 소속되거나 활동을 거친 단체가 셀 수 없이 많다. 그만큼 삶을 적극적으로 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풍성한 작품 활동 역시 그가 다양한 단체에서 활약해 온 비결이다. 지난 2015년 한국동시 100년을 기념해 ‘지식을 만드는 사람들’에서 선정한 ‘한국을 대표하는 동시 작가 111명’에 포함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작품만 쓰고 회비만 내는 회원”이라는 자족에 비해 한국불교아동문학회에서 펼치는 그의 활약은 상당하다. 직접 조계종 문화부를 찾아가 한국불교아동문학회를 조계종 산하 문화단체로 등록하고 불교아동문학상의 상금 500만 원을 지원받는 성과를 이룬 것은 끈질긴 그의 노력이 빚은 결과다. 묘엄불교문화상 역시 몇 년에 걸쳐 재단의 공모에 참여해 온 덕분에 수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다. 이 회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지금이 재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회원들이 모여 템플스테이를 하면 서로 작품의 깊이도 더 깊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불교아동문학상이 이제 300만 원으로 최고상의 상금이 올라간만큼 좋은 작가들을 발굴하는 등용문이 될 수 있도록 널리 알리는 활동에도 힘써야지요. 무엇보다 불교계의 관심이 절실합니다. 작가들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스님과 불자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어린이들에게 불교 동화, 불교 시를 읽혀 주세요. 어릴 때부터 불교적 감성을 키워주고 인성을 다지는 가장 좋은 방법이 글에 있다는 점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라는 좌우명처럼 평생 글을 통해 반조하고 글을 통해 포교해 온 이창규 회장. 지금도 창원대 교단에 서며 이제는 어린이들을 마주할 예비 교사들을 양성하고 있는 이 회장의 시에서 도공의 마음을 닮은 그의 불심, 동심을 엿본다.

“흙 한 줌으로 꿈을 꿉니다. 청자, 백자, 토기로 태어나는 꿈을 꿉니다. 불에 타고 가루 되는 아픔 참고, 참는 꿈을 꿉니다. 비로소 음식 보고 웃는 그릇으로 태어납니다.” - 이창규 작, ‘흙의 소원’

창원=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372호 / 2016년 12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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