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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동지와 사찰음식 [끝]

기자명 김유신

동지는 태양의 재탄생일 의미
절에서 동지불공…팥죽 나눠줘

병신년 한 해가 저물어 가고 낮의 길이도 점점 짧아지고 있어 동지가 다가옴을 알 수 있다. 동지는 1년 24절기 중 끝에서 3번째에 드는 절기다. 24절기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으로 시작해 각 계절마다 6개의 절기, 또는 중기로 구성되는데 동지는 겨울이 한가운데 왔음을 알리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동지는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로서 양력 1월1일이나 음력 정월초하루를 새해 첫날로 삼기 전 설날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동지를 다른 말로 ‘작은 설’, 또는 ‘아세(亞歲)’라고 부르는 이유다.

동지를 한 해의 시작으로 본 이유는 이날부터 태양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 즉 태양의 재탄생일로 보았기 때문이다. ‘역경(易經)’에도 “동짓날에 처음으로 양이 생긴다(至一陽生 是陽動用而陰復於靜也)”고 하였고, 60갑자로 년, 월, 일을 매기는 세차(歲次), 월건(月建), 일진(日辰)에서 달(月)의 기산 기준점을 동지가 든 음력 11월로 자월(子月)을 삼았다. 그래서 동지를 대표하는 풍속이 ‘달력 나눠주기’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동지가 되면 궁중의 관상감에서 만든 달력을 임금님이 직위와 역할에 따라 모든 관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하였고, 이를 단오의 부채 나눠주기와 더불어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고 부른다.

동지의 또 다른 이름으로 ‘이장(履長)’이 있다. 이는 ‘성호사설’ 등에 나오는 데 예로부터 동지가 되면 자식들이 부모님과 집안 어른들께 신발과 버선을 지어 올리는 ‘동지헌말(冬至獻襪)’의 풍속이 있었다고 한다. 이유는 동짓날에 그림자의 길이가 가장 길어지고 또 이 날 이후로 낮의 길이가 점점 늘어나므로 그 기운을 받아 장수를 기원한 것이다. 얼마 전부터 서울 조계사에서는 동지헌말의 전통을 되살려 부모공경과 이웃돕기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잊혀져가던 동지 풍속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좋은 사례라고 하겠다.

동지를 대표하는 음식은 단연 팥죽이다. 동짓날 팥죽을 먹는 이유는 태양의 재 탄생일을 맞이하여 양(陽)의 기운을 담은 붉은 색의 팥죽을 먹음으로써 삿된 것을 물리치고 경사를 맞이하는 벽사진경(辟邪進慶)을 하고자 함이다. 이 팥죽을 그냥 먹은 것이 아니라 사찰에서는 동지불공을 올리고 여염집에서는 동지고사를 한 후 가족, 친지, 이웃과 두루 나눠먹었고, 먹기만 한 것이 아니라 대문이나 부엌문, 장독대, 우물이나 샘 등 생활과 밀접한 곳에 뿌리기도 했다. 팥죽을 먹을 때 찹쌀로 빚은 새알심을 자기 나이만큼 먹는 것도 동지를 설날로 여긴 고래(古來)의 유풍이라고 하겠다.

한편 양력절기인 동지는 음력 11월에 드는데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中)동지, 하순에 들면 노(老)동지라 하였다. 그리고 애동지에 팥죽을 먹으면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 하여 여염집에서는 팥떡이나 팥밥으로 대신하기도 했는데 절에서 쑨 팥죽은 영험하다하여 절에 가서 팥죽을 먹기도 하였다. 동지팥죽과 관련된 설화로는 부산 마하사의 동짓날 늦잠을 잔 공양주를 대신해 팥죽을 쑨 나한님 이야기가 유명하다. 또한 신라, 고려시대에는 동지에 팔관회가 종종 열리기도 했는데 이를 ‘중동팔관회(仲冬八關會)’라 하였고 이 전통이 오늘날 동지불공으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견해도 있다. 지난 1월 연재를 시작하면서 ‘사찰음식을 잘 알기 위해서는 거대한 숲과도 같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문화전통 속에 보일 듯 말 듯 숨어 있는 사찰음식의 흔적들을 찬찬히 더듬어 보는 일이 필요하고, 예로부터 내려오는 선인들의 글밭과 사람과 사람을 거쳐 전해져 온 우리의 풍속에 깃들여진 사찰음식의 이야기들을 조각 모으듯 모아보고자 한다. 즉 입으로 먹는 것이 아닌 문화로 맛보는 사찰음식의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고 거창(?)한 포부를 밝혔는데 돌이켜 보면 부끄럽기만 하다. 다만 사찰음식을 바라보는 여러 시각 중 이런 방향도 있다하는 정도로 만족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졸렬한 글을 읽어 주신 독자제현께 두 손 모아 감사인사를 올린다. 

김유신 yskemaro@templestay.com

[1372호 / 2016년 12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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