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8. 중도적 부모역할 [끝]

자녀의 거친 행동은 부모사랑 결핍에서 시작

자녀를 키우는 부모는 누구나 한 번쯤은 부모역할에 한계나 회의를 느낀다. 윤성(중 3)이 부모도 예외는 아니다. 요즘 들어 아들의 잘못된 행동이 심하다 싶어 훈육이라도 할라치면 “지겹게 왜 그러세요”라며 벌컥 화부터 낸다. “뭐가 지겨운데?”라고 엄마가 되묻기라도 하면 이젠 싸움으로 번지니 그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하다. 맞벌이를 하느라 할머니 손에 너무 버릇없이 키워서인가?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아서인가? 생각이 많지만 그 어떤 변명이나 핑계에도 불구하고 문제해법은 부모에게 있으니 부모됨의 현명한 대응만이 요구될 뿐이다.

감정·행동 등 자기조절능력
5세 이전 관계 맺기로 형성
부모의 모든 언행이 큰 영향

이런 아이는 대부분 자기조절능력이 부족하다. 자기조절능력이란 자신의 감정, 생각, 행동을 알아차리고 상황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다. 우리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남과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할 때 가장 편하고 행복하다. 그러려면 ‘내가 꼭 해야 할 일은 하기 싫어도 해야 하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은 하고 싶어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자기조절력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능력은 갑자기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부모를 모방하며 교육을 통해 키워진다.

윤성이는 낮 동안을 할머니와 지내다 퇴근한 부모를 만나면 그동안 학교에서 받은 부당함이나 억울함 등을 털어놓고 위로도 받고 싶었을 게다. 그러나 부모는 피곤한 몸과 마음을 쉬고 싶은 나머지 아이 말을 경청하고 위로해주기보다는 보챈다고 야단만 쳤으니 아이는 문제를 건전하게 해결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그 불만들을 무의식에 쌓아갔던 것이다.

이런 경우 불자라면 언제든 부처님의 지혜말씀에 귀 기울여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숫타니파타’에는 “투쟁, 논쟁, 근심, 슬픔, 인색, 오만, 거친 말은 사랑하고 좋아하는데서 일어난다”라고 했다. 말씀에 따르면 윤성이의 거친 행동은 바로 부모에 대한 사랑의 결핍에 기인한 것임을 알게 된다. 그러니 해결의 실마리는 그 누구도 아닌 부모에게 있다. 부모역할이란 마치 밭에 뿌린 씨앗을 잘 돌보는 일과도 같다. 만일 씨앗에 물을 쉴 틈 없이 뿌리면 씨앗은 그만 썩어버릴 것이며, 그렇다고 물을 주지 않으면 말라비틀어져 사라지듯 부모사랑도 과잉이나 결핍이어서는 안 된다. 그 이치를 부처님은 우리에게 중도로 설명하셨다고 본다.

부모역할에 중도란 어떤 것일까? 말이 쉽지 행하기는 매우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나 부모의 눈높이를 낮추어 자녀수준에서 생각하면 의외로 방법은 간단하다. ‘그 누구도 아닌 자녀에게 집중해보라, 그리고 귀 기울이자. 관심을 받은 아이는 안심하고 표정과 행동으로 말할 것이다.’ 부모는 그저 경청하고 사랑의 손길을 내밀면 된다. 건강한 자녀라면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진 않는다. 단지 부모가 자녀의 생각과는 달리 부모식의 일방적인 사랑을 쏟거나 또는 무시하여서 자녀의 원하는 것과 자꾸 어긋났던 것이다.

교류분석가 에릭번(E.Berne)은 상호관계 맺기에 필요한 자아형성을 약 5세까지의 경험에다 두었다. 즉 어릴 때 무시나 학대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는 자아가 억압되고 변형하여 관계 맺기도 부정적이 되며 세상을 원망하고 탓하는 비뚤어진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 이해와 존중받으며 자란다면 타고난 가능성을 충분히 발휘하는 순수자아가 형성되어 자신 있고 당당한 ‘밝은  관계’ 속에 산다.

이처럼 자기조절력이나 남과 어울려 사는 법도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기반임을 안다면 자녀에게 보여주는 부모의 말과 행동은 그 자체가 모두 교육이 아니겠는가?

그간 같이한 독자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부처님의 가피에 합장예배 올립니다.

황옥자 동국대 명예교수 hoj@dongguk.ac.kr
 

[1372호 / 2016년 12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