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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내 털어놓은 두 학자에게 박수 쏟아진 이유

  • 교학
  • 입력 2016.12.23 12:32
  • 수정 2016.12.23 14:58
  • 댓글 0

한국불교학회, 12월19일 워크숍
‘저자로부터 듣는 나의 불교학’
김호성·이진경 교수 발표 나서
삶·발심·원력 등 이야기 풀어내
참석자들 뜨거운 호응으로 화답

▲ 한국불교학회가 12월19일 동국대 다향관 세미나실에서 개최한 ‘저자로부터 듣는 나의 불교학’ 주제 동계 불교학워크숍은 참석자 모두에게 학문적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특별한 자리였다.
학자가 학술대회에서 해당 주제에 대해 발제하는 것은 학계의 일상적 과정이다. 한 자리서 결집된 개별적인 연구 성과들은, 당일 토론과 차후 관련 연구들로 파생되며 궁극적으로 학문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공식적인 학술대회에서 이론이 아닌 스스로의 삶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학계의 일상에서 비껴난, 다소 낯선 풍경일 수 있다. 한국불교학회(회장 성운 스님)가 12월19일 동국대 다향관 세미나실에서 개최한 ‘저자로부터 듣는 나의 불교학’ 주제 동계 불교학워크숍은 이러한 낯섦을 넘어 참석자 모두에게 학문적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특별한 자리였다.

이날 ‘힌두교와 불교’의 저자 김호성 동국대 교수와 ‘불교를 철학하다’의 저자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차례로 연단에 올랐다. 예정됐던 시간을 한참 앞두고 세미나실이 채워졌기에 일부 사람들은 선 채로 들을 수밖에 없었다. 김호성 교수는 ‘힌두교와 불교’라는 다소간의 거리감이 느껴지는 저서 제목처럼, 자신 또한 ‘불자로서 인도철학을 전공’해야 했던 삶 속 간극에 대한 이야기로 운을 뗐다.

▲ 김호성 교수는 인도철학을 전공하는 불자로서 겪어야 했던 정체성 혼란과 그로 인한 고통의 승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김 교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고향을 떠나 자취하며 불교학생회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신심과 원력이 생겼다”면서 “하지만 정작 인도철학과에 입학하게 됐고, 이것은 내 운명을 결정짓는 순간이 됐다”고 말했다. 이를 오랫동안 후회하기도 했지만, ‘불자로서 인도철학을 전공’해야 하는 괴로움이 오히려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지금은 그 ‘운명적 순간’을 겪었던 것을 오히려 다행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인도철학은 불교를 ‘비전통’으로, 불교는 인도철학을 ‘외도’라고 말한다. 이 간극은 커다란 심리적 고통을 주었다”며 “방황과 갈등을 겪었지만, 최근엔 신앙적 영역에서 삶을 회향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난 40여년간 불자로서의 정체성을 지켜온 내 자신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삶에 대한 이야기는 저서 ‘힌두교와 불교’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김 교수는 힌두교 최고의 성전으로 일컬어지는 ‘바가바드기타’와 관련된 논문을 20여편 발표했는데, 이는 인도철학계에서 드문 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인도철학을 공부한 학자들이 ‘바가바드기타’ 논문을 한 편도 쓰지 않는 경우는 없지만, 두 편 쓰는 경우도 없다”며 “일본 등 외국 학계에서도 현재 ‘바가바드기타’ 논문을 쓰는 학자는 없다. 이미 연구가 끝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김 교수가 ‘바가바드기타’에 천착해온 이유는 뭘까. 김 교수는 이를 연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불자로서, ‘불교 발전’이라는 원력을 실현하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이유로 ‘바가바드기타’를 활용하려 했기에 힌두교인의 입장이 아닌 불자 입장에서 읽을 수 있었다”며 “따라서 ‘바가바드기타’에서 아르주나의 회의를 비폭력 선언으로 해석할 수 있었고, ‘원한은 원한에 의해 쉬지 않는다’는 ‘법구경’ 속 부처님 가르침과도 연계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이진경 교수는 비볼자로서 '저 먼 곳에서 덮쳐온 불교라는 사건'을 재치 있게 풀어내 큰 박수를 받았다.
김호성 교수가 ‘불자’로서 겪는 정체성 혼란과, 그 승화 과정을 이야기했다면 이진경 교수는 ‘비불자’로서 ‘저 먼 곳에서 덮쳐온 불교라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 교수는 “지관 스님께서 살아 계실 때, 어머니는 경국사를 열심히 다니시는 불자였지만 국가공인 ‘빨갱이’였던 나는 종교로서 불교에 큰 관심이 없었다”며 “그러던 중 우연찮게 성철 스님의 ‘자기를 바로 봅시다’를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책이 도저히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던 강렬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이 교수에게 ‘벽암록’이라는 또 다른 씨앗이 심어졌다. 그는 이 책을 “만약 혼자 우주로 떨어져 나가게 되면 반드시 지참해야 할 단 한 권의 책”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지식공동체를 운영하던 이 교수는 구성원과의 마찰을 겪다, 두 책을 읽은 경험을 토대로 어설프게 참선을 시도했지만 실패하는 쓰라린 아픔을 겪는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약수터에 갔는데, 욕지거리를 하는 광인을 만났다. 그 광인의 모습에서 마음속으로 지식공동체 구성원들을 욕해왔던 자신을 봤다. 그 길로 미용실에 들러 머리카락을 밀었다. 무명초가 제거된 것이었을까.

이 교수는 “내가 이렇게 아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찌 남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올 것이며 공동체까지 운영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생겼다”며 “어떻게 나를 내려놓을지를 고민했고, 성철 스님 말씀에 따라 절을 통해 나를 내려놓는 훈련을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오늘은 어제 못한 것까지 합쳐 216배를 했다”고 재치 있게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내며 큰 박수를 받았다.

저서 ‘불교를 철학하다’ 각 단원을 상세히 설명한 이 교수는 “어떤 존재나 현상이든 자기만의 확신에 갇히기 쉬운데, 불교는 그렇지 않다”며 “상이 형성되면 그것을 깨고 나아가라고 가르치는 것, 끝없이 열어가는 그 모습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며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계기를 제공한다”고 말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이날 한국불교학회 동계 불교학워크숍은 학자들의 진지한, 때로는 위트 넘치는 강연에 참석자들의 다채로운 질문까지 쏟아지면서 시종일관 열정적 분위기가 연출됐다. 낯섦을 넘어 학문적 영감을 선사하는 특별한 자리로 손색없었다는 평가다. 한국불교학회 회장 성운 스님은 “불교학 저변을 넓히고자 이러한 자리를 처음 마련했다”며 “향후 하계 워크숍은 신진학자 위주 발표의 장으로, 동계 워크숍은 저자를 초청해 삶을 듣는 자리로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불교학회는 워크숍에 앞서 임시총회를 열고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종호, 중앙승가대 불교학부 조교수 자현 스님과 장재진 동명대 불교문화콘텐츠학과 교수를 법인이사로 선출했다. 또 내년 원효 성사 탄신 1400주년을 맞아, 기존 연구와는 다른 시각의 논문을 발표하는 대규모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우수논문 대상에 500만원, 최우수상 300만원 등의 상금도 수여할 예정이다. 논문은 3월31일까지 접수한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73호 / 2016년 12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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