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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의 자질

기자명 김대원

병신년의 마지막 달력을 떼어낼 날이 코앞이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모두들 지난날들을 뒤돌아보고 새해 설계를 하기 마련이다. 내 경우 올해는 본업인 시와 수필쓰기에 전념하고 후학을 길러내기 위한 수필문학교실을 열어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열심히 강의하고 있는 것으로 자족하고 있다.


새해에는 더욱 성심성의껏 지도하여 시대조류의 화두이기도한 힐링의 한 방편인 ‘치유’의 방법 중 하나로 문학, 특히‘수필쓰기를 통한 자기 위안과 치유’보급에 힘쓸 것을 다짐해본다. 이렇듯 개인에서부터 크고 작은 집단, 특히 우리 불교집안 구성원 모두가 차분한 마음으로 한 해를 뒤돌아보고 새로운 설계를 할 때이다.

동지불공 접수도 할 겸 동네에서 가까운 절을 찾아갔다. 휘적휘적 산허리를 돌아 오르는 산길을 따라 천천히 가쁜 숨을 몰아쉬며 걸어 올라갔다.

참배를 마치고 종무소에 들러 기도접수를 하고 일어서는데, 접수담당 보살님이 점심 공양을 하고 가라한다. 마침 주지스님도 신도들과 함께 공양을 하시다가 나를 보더니, 당신 앞자리로 오라고 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맛있게 공양을 했다. 공양 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얼마 전 법보신문에 “날로 감소추세에 있는 출가자 문제에 연관하여 불자들의 승가외호에 관해 글을 게재했다”고 말씀드렸다.

그에 답하여 스님은 “승가 스스로 존경받는 위상정립이 우선이죠”라고 했다. 의외의 답변이었다. “지하철을 타보세요. 스님이 타면 불자든 일반인이든 성직자로서의 예우차원에서라도 자리를 양보하련만 그렇지 않다”고 말하며 그만큼 스님에 대한 존경심이 떨어진 측면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님들이 더 존경받을 수 있는 자질을 갖추면 불자들은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나부터도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누구를 존경하고 안 하고는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스스로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는 것일진대, 주지스님의 말씀을 들으며 여러 가지 일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승단자정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요즘 어느 큰 승가집단의 책임자급 위치에 있는 스님의 성추행 논란은 또 많은 불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따가운 눈총을 사고 있음이다. 그동안 스님들의 도박, 유흥업소 출입 등 얼마나 많은 부끄러운 일들이 있었던가. 또 종단 행정의 수장스님을 뽑을 때마다 비리 꼬리표의 진위를 둘러싼 스님들 간의 고소고발 사태 등. 그간 많은 어두운 면들을 겪어 이젠 식상할 정도이니 ‘안타까움의 극치’라고까지 할 수 있지 않은가. 또 어쩌다 보게 되는 일이긴 하지만 말사주지 임면을 둘러싼 잡음을 볼 때마다 옛날에 주지를 시키려하니 수행하러 왔는데, 수행하는 스님들 뒷바라지나 하는 주지는 한사코 맡지 않으려 도망을 다녔었다는 어느 큰스님의 일화가 떠오르기도 했다.

또 한창 나라 전체를 혼돈의 늪으로 빠져들게 한 대통령 탄핵문제에 대응하는 것을 보면서도 그동안 역대 불교수장 스님들이 청와대를 오갈 때마다 대통령과 식사나 하고 나오는 의례적인 일은 안했으면 하는 목소리가 높았었다. 대통령을 만나 단호하게 설득해 관철할 수 없으면 예전에 성철 스님이 대통령이 찾아와도 삼천배를 하고 난 후에 오라고 했듯이 아예 청와대방문을 하지 않는 편이 나을 듯싶었다. 그저 덕담수준의 이야기는 중생을 선도하는 위치에 있는 수장스님으로서는 한참 미흡하기 때문이다. 지난주 ‘종정스님을 제대로 보필하라’는 어느 논설위원의 칼럼에 긍정의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가 된다.

꼭 연말연시이기 때문만은 아니지만 이제 승속을 막론하고 자기 위치에서 겸허하게 자신을 되돌아보고 얼마 남지 않은 날들을 성찰의 기간으로 삼아 새해에는 서로 존중하고 보듬어주어 보다 화목하고 활기찬 불교집안으로의 위상정립에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정진해가야겠다.

김대원 시인·수필가 dk9595@hanmail.net
 

[1373호 / 2016년 12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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