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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한옥마을 팥죽 나눔 취소 유감

  • 기자칼럼
  • 입력 2016.12.26 15:06
  • 수정 2016.12.2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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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지역 양대 교구본사인 금산사와 선운사 그리고 참좋은우리절, 착한벗들, 지구촌공생회 등이 매년 동지에 앞서 진행해왔던 팥죽 나눔 행사가 전격 취소됐다. 사찰 관계자에게 들어보니, 배정된 장소가 협소할뿐더러 유동인구조차 없는 곳이어서 개별적으로 팥죽 나눔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팥죽 나눔은 전주한옥마을 경기전 앞에서 진행됐지만, 올해 공지된 개최 장소는 한옥마을 외곽이었다. 그나마도 취소됐으니 팥죽 나눔을 위해 열심히 준비해왔던 전북지역 불교계의 노력도 허사가 돼버렸다. 장소가 바뀌고, 결국에는 취소까지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한해 7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전주한옥마을은 현재 지나친 상업화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에 시름하고 있다. 고색창연한 한옥마을을 기대하고 먼 곳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은, 군것질거리만 가득한 거리를 걸으며 실망한 채 다시는 찾지 않겠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한다. 임대료 상승을 버티지 못한 기존의 전통공방 등이 쫓겨나고, 대신 외지인들이 들어와 식당이나 길거리음식 가판대를 열면서 빚어진 일이다. 이로 인해 2011년부터 시작된 한옥마을 관광객 만족도 조사 결과는 매년 꾸준히 하락하고 있고, 특히 관광시설 종사자와 직원 친절성 등의 인적 서비스 부분은 전년대비 무려 22%나 추락하는 암울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에 전북불교계의 팥죽 나눔이 취소된 배경에도 한옥마을 상인들의 반대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팥죽 나눔 행사가 무산된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옥마을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존 행사에서 개개인에 배분된 팥죽이 배를 불릴 수 있는 양도 아니었고, 더욱이 2시간 예정된 행사는 1시간도 안 돼 끝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특히 팥죽 2000인분은 주말에 한옥마을을 찾는 유동인구 수만명에 비하면 많은 양도 아니다.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올해 전북불교계가 상인들과의 협력을 위해 현장에서 조리하지 않고 각 사찰이나 단체에서 만들기로 하는 등 깔끔한 진행을 위한 노력을 결의했었다는 점이다.

▲ 신용훈 기자
전북불교계의 팥죽 나눔 행사는 전통문화 보존을 통한 느린 삶을 추구하는 ‘슬로시티’로 지정된 전주한옥마을의 정체성과도 잘 맞는다. 때문에 지속적으로 개최될 경우 전주를 대표하는 행사로 자리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극심한 상업화와 젠트리피케이션의 악순환이 머지않아 전주한옥마을을 송두리째 집어삼킬 것이라는 비극적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팥죽 나눔 취소 사태가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전주한옥마을의 정체성과 발전 프레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다.

신용훈 전북주재기자  boori13@beopbo.com
 

[1373호 / 2016년 12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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