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자운·운허 스님에게 배워
맥 이은 첫 번째 비구니 제자
최초 비구니 금강율원 개원도
평생 후학양성 매진한 선지식
그럼에도 소녀는 성철 스님의 해박한 지식에 마음이 끌렸다. 그리고 당돌하게 “스님이 알고 있는 것을 다 저한테 가르쳐 주신다고 하면 스님이 되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출가사문의 길에 들어섰다. 한국불교 최초의 비구니 강사이자 율사 묘엄 스님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청담 스님의 딸 인순은 그렇게 비구니 묘엄이 되었고, 성철 스님은 묘엄을 ‘비구니계를 일으킬 그릇’으로 만들고자 했다. 성철 스님은 직접 선을 지도했고, 자운 스님의 율과 운허 스님의 경을 전해 받을 수 있도록 독려했다. 물론 묘엄 스스로가 앎에 대한 의지와 성실함, 그리고 자기를 낮추는 겸손함을 갖췄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성철 스님 권유에 따라 윤필암 월혜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묘엄은 윤필암에서 스님이 갖춰야 할 것들을 익혔고, 대승사를 오가며 성철 스님에게 가르침을 받는 한편 청담 스님으로부터 수행자의 처신과 인욕을 배워나갔다. 특히 1947년 봉암사 결사에 참여해서는 성철 스님으로부터 “만법은 하나로 돌아가는데,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萬法歸一 一歸何處)”라는 화두를 받아 용맹정진하며 수행의 숲에 깊이 들어섰다. 이후로도 흔들림 없이 구도의 길을 걸은 스님은 1950년 통도사에서 자운 스님에게 ‘사미니율의’와 ‘비구니계본’ ‘범망경’ 등을 공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비구니로선 처음으로 대강백 운허 스님을 찾아가 경전 공부를 시작한 이래 탁발을 다니면서도 책 보기를 거르지 않았고, 촛농을 모아 불 밝히고 밤새운 날도 적지 않았다.
‘훌륭한 법사가 되겠다’고 원력을 세웠던 스님은 그렇게 공부한 끝에 1959년 한국 최초의 비구니 전문강원 동학사에서 첫 비구니 강사로 학인들을 가르치는 역사적 순간을 맞았다. 비구니에겐 법문도 허락하지 않았던 시절이었기에 강단에 서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으나, 당대 최고의 선지식 청담, 성철, 운허, 자운 스님으로부터 선(禪), 교(敎), 율(律)을 모두 섭렵한 묘엄 스님에게 있어서 시대상황은 장애가 되지 않았다.
스님은 동학사에서 후학을 지도하던 1971년 인재불사의 새 원력을 세우며 수원 봉녕사로 자리를 옮겨 오늘날 비구니 승가교육의 요람으로 성장시켰다. 또한 1981년 자운 스님에게 전계를 받아 최초의 비구니 율사가 된 후 1999년 세계 최초의 비구니 율원인 금강율원을 개원, 승가 수행풍토 진작을 위한 새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생 후학양성을 위해 아낌없이 원력을 다하며 지행합일(知行合一)을 몸소 실천한 한국불교의 큰 스승 묘엄 스님의 삶이 어린이들도 이해할 수 있는 만화로 그려졌다. 지난 2011년 12월 입적한 스님의 5주기를 맞아 선보인 ‘연꽃 향기로 오신 묘엄 스님’은 출가에서 열반까지 스님의 삶을 만화로 만날 수 있다. 상·하 두 권으로 구성된 책의 하권은 2017년 4월 발간 예정이다. 1만1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373호 / 2016년 12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