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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비행 청소년이 됐습니다 [끝]

기자명 법륜 스님

제 아내는 23년째 정신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엄마가 아프다보니, 올해 중학교 1학년인 딸은 두 살 때부터 냉장고에서 스스로 우유를 꺼내먹고 컸습니다. 엄마의 사랑을 제대로 못 받아서 야생처럼 컸다고 봅니다. 그런 아이가 중학생이 되니 밖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런 힘이 없는 엄마를 협박해서 돈을 뺏고 친구들과 노래방도 다니고, 일진회를 따라 다니기도 합니다. 제가 나무라면 대들고, 심지어는 저에게 칼로 찌를 수 있다고 윽박지르기까지 합니다. 딸이니까 하고 이해를 하면서도 가끔 사는 게 너무 벅찰 때면 아내도 아이도 다 놓고 죽고 싶습니다. 제가 제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고쳐달란 기도는 책임 회피
불안했던 육아환경 참회 뒤
108배로 보살피는 맘 가져야

아빠 입장에서 정말 힘들겠지만 아이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어요. 왜냐하면 어릴 때부터 엄마의 불안 심리를 받아서 심성이 그렇게 불안정하게 형성되었어요. 그렇게 심성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시면 돼요. 이렇게 저항을 하면서 살아가는 게 어쩌면 정신적인 질환을 갖고 사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요? 불안하니까 어디 가서 막 노래도 부르고, 놀고, 돌아다니고 이래야 되거든요. 근데 이걸 억압하면 저항을 하다가 마음이 흥분되어 사고를 치거나 아니면 거꾸로 침체되어 이제 학교에도 안 가고, 방구석에 틀어박혀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일 년이고 안 나오는 경우도 생기지요. 

이렇기 때문에 야단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놔둔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에요. 밖으로 드러난 것만 보면 문제아인데 그 아이 심리에서 보면 불쌍한 애죠. 엄마한테 사랑을 못 받아서 생긴 문제가 아니에요. 고아원에서 자라도 안 그러거든요. 아이 어릴 때 엄마가 많이 불안해하고 힘들어한 영향으로 아이의 심성의 그렇게 형성되었으니까 아빠가 야단친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에요.

정상인이다 생각하면 하는 짓이 밉잖아요. 공부도 안 하고, 돌아다니며 놀고, 속이고 하니까 그런 행동을 보면 화가 나고 못 견뎌서 고함을 지르죠. 그러면 애는 힘으로는 아빠한테 못 이기니까 피하고 도망가다가 나중에는 칼로 덤벼들 수도 있죠.

그러니까 아빠가 그 아이를 환자라고 봐야 됩니다. 이렇게 생각을 바꿔야 돼요. 신체는 멀쩡해도 환자다 이 말이에요. 아내가 계속 집에만 있어도 환자로 보니까 견뎌내고 있잖아요. 정상인이라고 보면 답답해서 어떻게 견디겠어요? 

그런 심성이 형성될 수밖에 없었던 아이의 환경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아이고 네가 어릴 때 건강한 엄마 아빠 사이에서 자라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구나!” 오히려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따뜻하게 돌봐주는 게 필요하죠. 내가 그런 마음을 내면 애가 난동을 부리든 말든, 고쳐지든 안 고쳐지든 감싸 안을 수가 있죠. 애가 고쳐질 거라 생각하면 안 돼요. 고쳐지길 원하는데 안 고쳐지면 또 화가 나잖아요.

이제는 딸이 난동을 부리더라도 야단치지 말고 외출도 같이하고, 대화도 나눠보세요. 육체가 병이 아니라 정신질환이니까요. 그렇게 마음을 먹으면 아이가 난동을 부려도 감당해 낼 수가 있는데, 아이를 정상인으로 보면 내가 아이를 감당 못하고 인생이 한탄스럽고, 죽고 싶고, 이렇게 살면 뭐하나, 이렇게 되는 거 아녜요?

환자 둘을 놔두고 자기가 죽으면 환자는 누가 돌봐요? 자기 자식이 아닌 남의 지체부자유 자식을 돌보는 사람도 있고, 제 부모 아닌데도 노인들 돌보는 사람도 있잖습니까? 자꾸 정상적인 사람이라 생각하면 내가 감당을 못 하고, 내가 돌봐야 될 환자라고 생각하면 감당할 수가 있죠.

불교식으로 말을 하면 아침에 일어나서 108배 절을 하면서 “부처님 감사합니다. 이것도 다 제 인연입니다. 이만하기 다행입니다. 이들을 돌보는 복을 짓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받아들여야 돼요. 그게 보살의 마음입니다. 이것 좀 고쳐달라고 기도하는 것은 내 책임 회피하는 것입니다. 보살피는 마음을 갖게 되면 질문자, 딸, 아내 셋 중에 질문자가 제일 먼저 좋아집니다. 내가 좋아지면 이 상황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1373호 / 2016년 12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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