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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개혁과 태무제의 폐불

기자명 법보신문
지금 우리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언론개혁’소동을 보면서 나는 먼 옛날 중국 북위(北魏)의 태무제가 폐불(廢佛)에 나섰던 일을 생각한다. 외형적으로 보면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내용을 드려다 보면 엄청난 실수요 불의일 수밖에 없는 폭압적 개혁의 모습이 1500년의 시간적 공간을 넘어서 너무나 흡사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선 태무제는 자신이 하는 일이 구국적 결단인양 착각하고 일을 진행했다. 446년 폐불폭거가 자행되었을 때 나온 태무제의 조칙은 “불교는 위선적인 가르침이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는 일은 매우 중대하다.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짐 태무제가 아니고서는 아무도 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그만큼 그는 불교를 미워했을 뿐아니라 자신의 결단의 성스러움을 지나치게 과신했다. 그는 불교가 중국에 전해질 당시의 제왕인 후한의 명제를 폭군으로 단정하는 한편 부처를 오랑캐의 요사스런 귀신으로 비난하면서 이를 따르는 불교도들은 건달들의 무리라고 말했던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올해 초 언론개혁을 공개적으로 거론했을 때 그는 우리 언론의 ‘사악함과 불의’를 못보겠다는 대단한 자신과 의욕을 보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때 그는 언론을 적대하는 표현은 삼갔지만 그후 정부나 그의 수하세력들이 내놓은 언론에 대한 공격 내용을 보면 ‘불공정하고 오만하며 따라서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언론’에 대해 엄청난 적대감을 가진 것을 숨기지 않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할 것은 정치지도자치고 아무도 언론에 손을 대지 못했는데 내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랄까 사명감에 스스로 매혹되었으며 그 때문에 다른 정치인은 ‘권언유착’의 상징처럼 매도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은 그 자체가 위대한 결단도 될 수 있지만 잘못하면 어떤 통치자도 일찍이 저지르지 않은 최악의 폭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태무제나 김대통령은 그 점을 간과한 것 같다.
태무제의 폐불의 직접적 원인이 된 것은 사찰의 부패와 승려들의 비리가 드러난 때문이다. 태무제가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장안으로 진입했을 때, 한 절안에서 활과 화살류 등 병기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이를 반군과 연계된 것으로 보고 승려들을 모두 죽여버렸다.
절을 더 수색하자 절 안에서 양조기구도 나오고 귀족들이 맞긴 은닉물자도 쏟아져 나왔으며 밀실에선 양가집 부녀자들과 음행한 사실마저 드러났다. 그런 사실이 드러나면서 태무제는 불교탄압의 호재를 얻었던 것이다.
이렇게 부패하고 음험한 불교의 현실이 드러난 것을 기화로 그는 불교를 아주 없애기로 한 것이다. 언론사들의 탈세 혐의를 구실로 언론사의 부도덕성을 광고하면서 일부 사주를 구속하고 언론사들이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과도한 추징금을 부과하는 요즘 김대중 정부의 행태 역시 태무제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순진한 백성들은 언론사가 꽤나 더러운 짓거리를 한 것처럼 볼 것이지만 진실이 밝혀진 훗날 여기에 부화뇌동한 부류들은 어물쩍 자신들의 과오를 덮느라고 얼마나 애쓸 것인지 딱할 뿐이다.
그리고 또 하나 주목해야할 것은 태무제의 폐불폭거에는 이를 부추긴 인물과 정치세력이 있었다는 점이다. 태무제의 막하에는 유교적 정치사회의 실현을 꿈꿔온 최호(崔浩)와 천사도교(天師道敎)를 받드는 구겸지(寇謙之)가 있었다.
특히 최호는 불교를 극단적으로 혐오해 그의 아내가 절에 가는 것을 싫어해 절에 불을 지르고 그 재를 뒷간에 넣을 정도의 광기를 보였다. 오늘날 언론개혁을 외치는 세력 중에는 일부 신문을 ‘반통일 보수 족벌’로 몰아붙이며 심지어 ‘친일’로까지 몰고 노동자의 적이라며 불매운동까지 벌이는 것을 보면 이들의 이념적 혹은 지역적 파당적 편향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공종원(논설위원)

알림-공종원 씨는 본지 객원논설위원으로서 이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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