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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한국불교’가 필요한 때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한민국 사회는 그야말로 뜨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대규모 촛불시위는 추위 속에서도 격렬하게, 하지만 지극히 평화적인 방법으로 전개되었으며 결국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을 목전에 둔 상황까지 이끌어내고 말았다. 세계인들은 앞다투어 대한민국 국민들의 촛불시위를 찬탄하고 있다. 누적 인원 1000만명을 돌파하는 그 순간까지도 오로지 촛불 하나에 의지하며 민주주의와 정의를 외친 우리 국민들은 참으로 위대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우리는 국민 모두가 나라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천명하는 국가에서 살고 있다. 여기에는 결코 예외가 있을 수 없다. 그의 직분이 대통령이든, 재벌 총수이든, 노동자이든 모두가 국민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지녀야 한다.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이같은 민주공화국의 기본 원칙이 붕괴된 사례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대중의 힘으로 민주주의가 지니고 있는 진정한 가치를 회복해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2015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조사 결과에 의해 불교 인구는 10년 전보다 300만명이나 줄어들었으며, 처음으로 개신교 인구수에 역전되고 말았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다. 물론 이번의 조사방식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제기하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한국 불교계 전체는 보다 겸허한 자세로, 더 나아가 구성원 모두가 참회하는 자세로 이번 조사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현실이다.

그동안 우리 불교계에서는 천만 불자, 심지어 이천만 불자라는 표현을 마치 수식어처럼 사용해 오곤 했다. 761만명이라는 이번의 통계 수치는 이같은 상투적 표현에 분명 미치지 못한 결과이지만, 필자는 오히려 이 수치조차 조금 더 냉정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싶다. 우리 불교계 신도들의 신행활동을 보다 냉정하게 분석해 볼 때, 오히려 이 수치에도 이른바 거품이 끼어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언론에서 ‘리셋 코리아’라고 하는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한 반성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함께 헤아릴 수 있는 적확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표현처럼 현재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의 불교는 함께 리셋의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의 진정한 민주주의 역사는 과연 얼마나 되었는가. 우리 불교가 조선왕조 500여년의 불교탄압기와 일제강점기의 왜곡된 식민지불교를 벗어난지는 또한 얼마나 되었는가. 대중이 든 촛불의 힘으로 한국 민주주의가 리셋의 과정에 들어선 것처럼, 한국불교 역시 대중의 힘으로 얼마든지 리셋의 과정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761만이라는 이 땅의 불교 대중은 결코 적지 않은 숫자이다.

승가는 오랜 세월동안 대중공의체에 의해 이끌어져 왔다. 대중공사라고 하는 표현은 민주주의 이상의 수승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승가 운영방식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종단 대한불교조계종이 불과 100여명의 스님들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으며, 이 분들에 의해 종단 운영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심지어 100이라는 숫자에 대해 크게 역정을 내는 분들도 있다. 그 십분의 일이라고 해도 절대 과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유년 새해에는 우리 사회나 불교계 모두가 진정한 의미의 리셋 과정을 겪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러기 위해 반드시 유념해야할 사항이 하나 있다. 바로 대중을 믿고 대중의 힘을 믿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대중은 더 이상 계도의 대상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국민들, 이 땅의 불교 사부대중은 소수 권력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건강하고 현명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대중의 위대한 힘을 믿으시라.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를 올바르게 실천하는 길이요, 대중공사라는 승가공동체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잘 지켜내는 길이다. 

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 kimsea98@hanmail.net
 

[1375호 / 2017년 1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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